증언 불평등과 해석 불평등

2018.03.08 13:55

겨자 조회 수:1544

미란다 프리커 Miranda Fricker (2007) 의 Epistemic Injustice (인식 불평등) 를 읽고 있어요. 이 사람은 인식 불평등을 두가지로 구분하는데, 하나는 증언 불평등 (testimonial injustice)이고 또 하나는 해석 불평등 (hermenutical injustice)라고 해요. 한국 용어는 제가 몰라서 자의적으로 붙였습니다.


증언 불평등이란 편견으로 인해 청자가 화자의 메시지를 덜 신용한다는 것입니다. 해석 불평등은 화자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할 지 모르고 이름붙여야 할지 모르고 또한 타자에게 어떻게 제대로 전달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를 말합니다. 미란다 프리커는 이 두가지를 성폭행과 연결해서 설명해요. 해석 불평등이 먼저 일어나고 증언 불평등이 나중에 일어납니다.


사회적으로 성추행/성폭행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잘 모를 때 (collective hermenutical resources가 부족할 때), 문화적으로 집단적으로 무엇이 성추행인지 인식능력이 부족할 때, 구조적으로 해석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군대에서 상사가 내 엉덩이를 잡았다 하면, 이걸 도대체 어떻게 단박에 이름붙여야 하고 해석해야하는지 사회적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내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해석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증언은 산만해집니다. 


이런 산만한 증언은 증언 불평등으로 이어집니다. 청자는 질문합니다. 왜 저 여자는 증인 석에서 눈을 피해? 왜 저 흑인은 말을 횡설수설해?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 또렷이 말을 못하다니 바보 아니야? 저렇게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어? 하구요. 편견으로 인해 증언을 덜 신용하는 거죠.


권력의 불평등이 곧 인식의 불평등, 해석의 불평등을 가져오고, 이는 증언 능력의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진다고 프리커는 말합니다. 


책은 여기 있어요. 


https://www.amazon.com/Epistemic-Injustice-Power-Ethics-Knowing/dp/019957052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2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334
126480 넷플-마담 웹, 짤막평 [1] new theforce 2024.06.16 68
126479 야채듬뿍 더 진한 음료 new catgotmy 2024.06.15 65
126478 영드 "더 더럴스(The Durrells)"와 비슷한 분위기의 가족 드라마 있을까요? [1] new 산호초2010 2024.06.15 67
126477 Interview With the Vampire’ Director on Casting Tom Cruise Over Daniel Day-Lewis and the Backlash That Followed: ‘The Entire World’ Said ‘You Are Miscast/벤 스틸러의 탐 크루즈 패러디’ daviddain 2024.06.15 53
126476 프레임드 #827 [3] Lunagazer 2024.06.15 35
126475 TINI, Sebastián Yatra - Oye catgotmy 2024.06.15 29
126474 나와 평생 함께가는 것 [2] 상수 2024.06.14 180
126473 [KBS1 독립영화관] 버텨내고 존재하기 [1] underground 2024.06.14 98
126472 [영화바낭] 좀 이상한 학교와 교사 이야기. '클럽 제로'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4.06.14 194
126471 영어하는 음바페/벨링엄이 레알 마드리드에 적응 잘 한다는 베일 daviddain 2024.06.14 58
126470 프레임드 #826 [4] Lunagazer 2024.06.14 47
126469 유튜브 자동번역 재미있네요 daviddain 2024.06.14 145
126468 Mark Forster - Au Revoir [1] catgotmy 2024.06.14 82
126467 올해 오스카 명예상 수상자들은... [1] 조성용 2024.06.14 205
126466 [넷플릭스바낭] 오늘 본 영화의 장르를 나는 아직 알지 못... '신체찾기' 잡담 [1] update 로이배티 2024.06.14 225
126465 [퍼옴] 200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사랑을 믿다] 도입부. [4] jeremy 2024.06.13 257
126464 [왓챠바낭] B급 취향이 아니라 그냥 B급 호러, '독솔져' 잡담입니다 [1] 로이배티 2024.06.13 178
126463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7] 조성용 2024.06.13 347
126462 80년대 브랫팩 다큐멘터리가 나오네요 [2] LadyBird 2024.06.13 159
126461 스타워즈 애콜라이트 1,2 (스포) [2] heiki 2024.06.13 22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