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코헨의 [허리케인 하이스트]를 보고 왔어요. 이 영화의 표를 사면서 제가 기대했던 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아무 거나 때려부수는 지능지수 두 자리 영화였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지루하게 보았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좋은 영화라고는 더더욱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대를 한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어요. 전 아이디어 자체는 그렇게까지 엉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악당들이 허리케인으로 주민들이 대피된 때를 노려 연방 재무부 금고를 터는데, 이를 막으려는 재부무 특수요원에게 거의 탱크 수준의 멋진 차를 가진 기상학자가 나타난단 말이죠. 이들이 각자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고 악당들을 퇴치한다면 재미있을 거 같았습니다.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설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 과학자나 엔지니어가 뜻밖의 상황에서 자기 지식을 활용하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물론 이런 영화가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하려면 각본이 똑똑해야 합니다. 하지만 [허리케인 하이스트]는 똑똑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높은 완성도와도 거리가 멀고. 열심히 할 건 다 하긴 하고 속도도 괜찮은데, 설정, 드라마, 캐릭터, 대사 모두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명감독은 아니더라도, 코헨은 늘 번지르르하고 보기 나쁘지 않은 공장생산품을 만들어왔잖아요. 이 영화는 안 그렇습니다. 보면서 좀 [샤크네이도]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아이디어의 빈약함을 어처구니 없음으로 커버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이야기가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것도 아니고.

특히 연기가 그렇습니다. 저 사람들이 원래부터 저렇게 연기를 못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이상할 정도로 많아요. 주연 배우인 매기 그레이스나 토비 케벨은 그냥 평균치 정도는 보여주는데, 악당들의 연기는 좀 너무하더군요. 가끔은 멀쩡한 배우들이 일부러 [샤크네이도]의 연기를 패러디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랄프 이네슨이나 벤 크로스가 저렇게까지 나쁜 배우가 아니라는 걸 알 거든요. (18/03/16)

★☆

기타등등
불가리아에서 찍었더군요.


감독: Rob Cohen, 배우: Toby Kebbell, Maggie Grace, Ryan Kwanten, Melissa Bolona, Ralph Ineson,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536095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8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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