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

이 영화를 [디스트릭트 9]과 [클로버필드]와 비교한 게 제 오류였습니다(사과드립니다!). 이건 [파라노말 액티비티]에 더 가까운 저예산 인디 SF이거든요. 제작 과정에 대해 듣고 나니 더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볼 때 좋은 점들이 보였음에도 별로 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스카이라인]에게 혼난 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니 영화가 괜찮게 보였습니다. 저예산 티가 나고 그로 인한 각본의 한계들은 여전히 눈에 띠지만, 감독 가렛 에드워즈는 간단한 아이디어를 갖고 인디 영화 스타일로 그럴듯한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후반 작업의 상당한 부분들은 감독 침실에서 다 했다지만 효율적인 소품이에요. 참고로 재감상 때 어떻게 처음과 마지막이 연결되는지 알고 있어서 이야기가 더 와 닿더군요. (***)

 

 

[Micmac]

잠깐 보기만 해도 세심하게 잘 만들어졌다는 걸 느낄 수 있고 이야기 속에 별난 유머감각도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지만, 독특함으로 다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1/2)

 

[Scott Pilgrim Vs. The World]

처음 20분간은 삐딱한 선댄스 영화 스타일로 가니 그럭저럭 했는데, 어느 순간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어지고 흥이 절로 납니다. 이건 팩맨과 몇몇을 빼고 비디오 게임들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말입니다. 단점이 있다면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요란해지는 가운데 반복되는 티가 난다는 건데, 하긴 비디오 게임들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본 영화는 가면 갈수록 제게서 점수 많이 땄습니다. (***)

 

[카이로 타임]

중동에서 외교 업무에 종사하는 남편 마크를 만나기 위해 카이로로 온 줄리엣은 남편이 가자 지구에서의 일로 바쁜 탓에 홀로 있게 됩니다. 남편의 일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남편의 친구인 타렉의 도움으로 자신에겐 낯설기 그지없는 세상 속을 돌아다니고... 예, 둘 사이에 어떤 감정이 생겨갑니다. [레터스 투 줄리엣]처럼 뻔한 관광 책자 영화인 [카이로 타임]은 좀 더 느긋한 리듬 아래에서 카이로뿐만 아니라 여러 장소들을 돌아다니고, 늘 믿음직한 여배우인 패트리샤 클락슨과 상대역인 알렉산더 시딕은 조용히 절제된 화학작용을 화면에 불어넣습니다. 가벼운 소품이지만, [섹스 앤 더 시티 2]의 그 엄청나게 역겨운 민폐성 악몽을 금세 쓸어버립니다. (***)

 

[스탠바이 캅]

이번 달 말 국내에서 DVD/블루레이 출시 예정인 [스탠바이 캅]은 최근 케빈 스미스의 실패작인 [캅 아웃]처럼 형사 버디 액션물을 갖고 코미디를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코미디 만들기는 쉬워 보이겠지만, 웃기려고 무지 애쓰다가 밋밋한 복제품이 되어 버린 [캅 아웃]에서 보다시피 그건 그리 만만하지 않지요. 사실 [리쎌 웨폰]에서 보다시피 이 장르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인데 그걸 갖고 놀려대는 코미디 하는 게 어디 쉽겠습니까.

어쨌든 간에, 본 영화는 [캅 아웃]에 비하면 꽤 성공적입니다. 윌 패럴과 마크 왈버그는 좋은 코미디 2인조이고 영화엔 웃을 만한 농담들과 코미디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악당 캐릭터들이 약한 가운데 이야기가 헐렁해서 후반엔 늘어지는 감이 들고 엔드 크레딧에 가면 영화가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만큼이나 무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영화는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은 편이고, 조연들을 완전 잘 활용한 건 아니지만 그들은 보기 재미있습니다. 초반에 전형적인 과장스러운 액션 영화 캐릭터들로 나와서 마음껏 재미 보는 사무엘 L. 잭슨과 드웨인 존슨, 그리고 이 부류에선 너무나 진부해진 장르 캐릭터인 상관 역할을 갖고 재미 보는 마이클 키튼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요. (**1/2)

 

 

[The Special Relationship]

[The Deal], [더 퀸], [The Damned United] 등으로 좋은 실화 드라마를 써온 피터 모건이 이번엔 토니 블레어와 빌 클린턴의 4년간의 정치적 협력 관계를 다룬 HBO TV 영화 [The Special Relationship]의 각본을 썼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더 퀸]에 이어지는 속편이라고 봐도 되는데, 영화는 르윈스키 스캔들과 코소보 분쟁 등이 터지는 동안 그들 관계가 이리저리 변하는 과정을 소박하면서도 박진감 있게 그려내었습니다. 전에 이미 블레어를 두 번이나 연기한 덕분에 자신의 캐릭터에 훤히 파악하고 있는 마이클 쉰과 의외로 잘 먹히는 클린턴 연기를 하는 데니스 퀘이드는 죽이 잘 맞습니다. [더 퀸]에 이어 셰리 블레어로 다시 등장하는 헬렌 맥크로이,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 역의 호프 데이비스도 둘 주변에서 좋은 조연 연기를 제공해줍니다.(***)

 

[아이 엠 러브]

영화의 이야기는 겉으론 보기엔 국내 드라마에서 자주 접할 만한 소재입니다. 회장님 사모님께서 우연히 누구와 눈에 맞아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그리하여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이런 뻔한 멜로드라마가 우아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에 짜릿함의 순간들이 곁들인 시각적 성찬, 멜로드라마 분위기를 빵빵하게 실어주는 존 아담스의 과장된 스코어, 그리고 작년의 [줄리아]에 이어 또 다른 훌륭한 연기를 선사하는 틸다 스윈튼이 있으면 정말 끝내줍니다. 이탈리아에 정착한 러시아 인 주인공으로써 억양 등 여러 면들에서 진짜 자연스러워서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이버트가 트위터에서 강조하듯이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오스카를 줬다고 스윈튼을 오스카가 작년처럼 또 외면하면 그건 정말 큰 실수입니다. (***1/2)

 

 

[I'm Still Here]

이제는 다 알려진 상태에서 본 영화를 보는 건 그리 재미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감독인 케이시 애플렉과 주연배우(?) 와킨 피닉스가 본 영화가 허구였음을 밝힘으로써 영화는 다큐멘터리보다 모큐멘터리에 가까워졌지만, 피닉스가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는 건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영화는 망가져가는 연예인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을 만큼의 민망함과 처량함과 우울함을 쫙 다 보여줍니다. 흥미롭지만 이게 2년 가까이 언론들과 사람들을 속여먹으면서 만들 가치가 있는지 전 모르겠습니다(물론 그들의 가까운 지인들과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피닉스를 놀려먹은 벤 스틸러와 나탈리 포트먼 등 여러 할리우드 사람들은 그들의 공범이었습니다). 하여튼 간에 애플렉과 피닉스는 힘든 도전을 했고 전 그건 존중합니다. 그런데 그걸 꼭 만들어야 했었습니까? (**1/2)

 

[Mother and Child]

남에게 정을 잘 주지 못하는 중년 간호사 카렌. 불임이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한 루시, 그리고 자신의 경력에만 몰입하는 변호사 엘리자베스. 이 세 주인공들을 갖고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Mother and Child]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느긋하게 지켜봅니다. 비록 주인공들은 어느 정도 선에서만 연관되어 있지만, 영화는 이들을 억지로 연결시키려고 하지 않고 세 이야기들 각각 나름대로의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를 진행해 갑니다. [나인 라이브스]와 최근 TV 시리즈 [인 트리트먼트]에서 보다시피 가르시아는 배우들 연기를 화면에 잘 잡아낼 줄 아는 좋은 감독이고, 본 영화에서도 아네트 베닝, 케리 워싱턴, 나오미 왓츠 등의 든든한 배우들은 각자의 위치를 잘 잡으면서 좋은 연기를 선사합니다. 지미 스미츠, 셰리 존스, 셰리카 엡스 등의 조연들도 마음에 드는데, 특히 왓츠의 상사로 나오는 사무엘 L. 잭슨은 오랜 만에 굳이 폼 안 잡고 다정하게 나와서 흥미로웠습니다. (***)

 

 

[Cyrus]

아내 제이미와 이혼한 지 꽤 됐지만 여전히 싱글인 존은 아내의 권유로 아내와 그녀의 새 남편의 파티에 가고 거기서 몰리를 만나고 둘은 금세 친해집니다. 한데 문제는 그녀에겐 십대 시절이 지난 지 한창 되었는데도 여전히 엄마랑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고 있는 20대 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이러스는 처음엔 존을 환영하지만 점차 존은 사이러스가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 그가 끼어드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깨닫습니다. 이 난처한 삼각관계를 바탕으로 감독인 듀플라스 형제는 꽤 웃기는 코미디를 만들었고 이는 익숙한 줄거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들 공이 큽니다. 어색한 상황들을 헤쳐 나가려는 보통 남자 존 C. 라일리, 미숙함과 교활함, 그리고 동정할 만한 절실함의 혼합인 조나 힐,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면서 매력을 풍기는 마리사 토메이, 그리고 전남편을 친구로써 잘 대해주는 전 아내를 맡은 캐서린 키너가 있으니 이 건조한 스타일의 영화는 보기 즐겁습니다. (***)

 

 

[The Square]

여기에 두 남녀가 있습니다. 기혼자들인 그들은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어왔고 언젠가 다가올 탈출의 기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한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오자 그들은 한 계략을 꾸미고 아무도 크게 다칠 염려는 없어 보입니다. 느와르 영화들에 이골이 나신 분들은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계실텐데, [블러드 심플]과 [심플 플랜]과 비교되기도 한 이 호주 영화는 요즘 들어 보기 드문 종류의 느와르입니다. 우직할 정도로 느와르 영화들 공식을 수수한 스타일로 따라가고 있지만, 우리들 예상대로 꼬일 데로 꼬여 가는 주인공들 상황을 그리는 동안 영화는 좋은 각본과 배우들을 토대로 침착하게 서스펜스를 쌓아가면서 우리를 빨아들입니다. [심플 플랜]에서 보여졌듯이, 여러분, 범죄란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2)

 

 

[The Town]

전작 [가라, 아이야, 가라]에 이은 두 번째 감독 작품에서 각본/감독뿐만 아니라 주연도 맡은 벤 애플렉은 전작의 성공이 단지 운 좋은 게 아니었음을 본 작품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도입부와 결말 자막에서 너무 폼 잡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범죄 드라마는 완전히 성공한 게 아니지만, 애플렉에겐 좋은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있고 그는 레베카 홀, 제레미 레너, 존 햄, 피트 포슬스웨이트, 크리스 쿠퍼와 같은 능력 있는 배우들을 잘 활용했습니다. 액션 장면들은 평균 수준인 가운데 캐릭터들 간의 상호작용이 그보다 더 인상적이어서 거기에 더 비중을 더 두었었다면 좋았겠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이지요. (***)

 

 

 

[Easy A]

작년에 낄낄거리면서 본 [좀비랜드]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던 엠마 스톤은 이번 영화에선 엉겁결에 한 거짓말로 인해 처녀 딱지 뗀 여고생으로써 소문나서(말 없는 말이 정말 말 그대로 천리를 갑니다) 인기/비난이 급상승하다가 결국 곤경에 처하게 된 주인공을 맡았고, 그녀만큼이나 본 영화도 웃음과 재치가 넘칩니다. 그녀를 둘러싼 조연들도 관록 있는 중견 배우들(패트리샤 클락슨, 스탠리 투치, 리사 커드로, 토마스 처치 헤이든, 말콤 맥도웰)에서부터 막 경력 시작한 젊은 배우들까지 다채롭고 재미있습니다. 이 정도면 존 휴즈의 80년대영화들뿐만 아니라 호손의 [주홍글씨]를 인용할 자격이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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