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2018.07.05 11:55

sweetrevenge 조회 수:1625

소액을 몇 곳의 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요.

딱히 신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떤 슬픔들은 그냥 외면하기에는 제 스스로 많이 힘이 들어서요.

유엔난민기구도 그 중 하나인데 연초에  우연히  본, 신발도 없이 어딘가로 뛰어가는 아이의 사진이 너무 안쓰럽더군요. 

평소에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마음에 퍽 걸려서 후원을 시작했어요.

어쨌든, 후원을 하더라도 전화를 받거나 그런 건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 유엔난민기구에서 온 전화를 받게 되었어요.

내용은 후원에 감사하다는 것이었지만 속 뜻은 요즘 시끄러운 예멘난민건으로 인한 단속(?) 차원이겠지요.

덤덤하게 전화를 받고, 우편소식지를 이메일로 바꿔달라는 이야기만 하고 끊었어요. 

혹시 싶어 유엔난민기구를 검색해보니, 후원취소라는 자동 검색어가 떴어요. 


며칠 전에는 

제주도로 도망온 예멘난민이 쓴 장문의 글을 보았어요.

그의 글은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난무한, 난폭한 무슬림의 것은 아니었어요. 잘 교육받은 이의 수려한 글이었고, 

한 편으로는 안네의 일기 중 한 대목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결코 자비를 구걸하지 않고 담담한 어조로 선의를 바라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직원의 목소리는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초조했고 간절했어요.

예멘의 한 항공사에서 근무했다는 이의 글은 처연했지만 품위가 있었어요.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그런 대목 몇 군데가 떠오르는 바람에 눈물이 나요. 내가 만약 그런 처지가 된다면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무슨 일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제대로 대답하기는 어려워요.

 비웃음이 돌아올 것 같아서요. 네 어려운 처지나 생각하라는 그런 영리한 충고들 말이죠. 


약소하지만, 후원금을 좀 올려볼까 해요.

물론 이 모든 행동이 신이 이미 실패한 이 세상에서 별 소용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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