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1 13:18
실비아 크리스텔이 주연한 영화 '채털리 부인의 사랑' (1981)를 보았습니다. 끝에 가서 "야 때려쳐!"하고 소리치게 되더군요. 저렇게 예쁜 여자가, 심지어 돈도 많은 여자가, 농장을 사줄테니 농장주를 하면서 나와 같이 살자고 하는데, 남자는 전업주부남 (kept husband)이 되지 않을 거라면서 튕깁니다. 굳이 저런 남자랑 안살아도 될 것 같은데... 자기 소득도 있겠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새로운 연인을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왕같은 권력을 가진 남편을 버리고 선택한 대안이 열등감 충만한 돌쇠라니...이건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 아닌지... 실비아 크리스텔 같이 예쁜 여자가 "나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나요?"라면서 붙잡아야할 남자가 세상에 있나요? 1993년 버전의 션 빈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서도...
원래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더군요. 영화 안에서 남자는 내가 너에겐 fucker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채털리 부인은 lover라고 말하죠.
http://hankookilbo.com/v/0975b1b3cdbc44c1884478180ea59c40
2018.07.21 23:43
2018.07.22 10:32
저렇게 결혼했다간 이혼 또 할 것 같아요...
2018.07.22 00:11
이게...뭐 원작을 잘 옮겼다 그런 말은 못 들은것 같네요 거의 볼거리 위주 영화 취급을 받지 않나요? 엔진이 달린 것 같은 묘한 휠체어가 기억이 납니다
2018.07.22 10:37
네 그렇겐 한데... 여러번 만들어진 걸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끊임없이 사로잡는 어떤 '원형적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계급은 높지만 나약한 남편, 계급은 낮지만 육체적으로 우월한 정부... 고상한 부인이 육체와 정신 사이에서 갈등하다 젊음이 아까워서 파멸에 가까운 선택을 한다...위선적인 게 과연 육체냐 아니면 사회냐 이런 이야기도 들어가구요.
2018.07.22 00:25
지금 시각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지만 1차 대전 이라는 세계사적인 사건 이후 시대에도 여전히 억압받고 있는 노동계급과 여성이 사회적 지위가 유지되고 위선적 사회속에서 성을 매개로 구시대의 것들을 탈피하고자 했던 도전적인 작품이었죠. 오히려 지금 시각으로 보는 것이 더 보수적이고 19세기 영국인의 시각으로 회귀한 듯 한 느낌입니다.
우리로 치면 생각나는 작품은 없지만 1차 대전이라는 사건이 우리의 일제시대와 유사해요. 일제시대나 해방후 5년간 여전히 양반 쌍놈하고 거들먹 거리는 사회가 유지 되고 있었다고 보면 비슷할 겁니다. 여기서 신분제를 떠들어 제끼는 것들은 조선5백년을 호가호위하며 군역이나 세금도 면제받고 착취하던 놈들이 나라까지 뺐겨놓고 여전히 하층민을 착취하는 상태가 일제시대내내 이어지는 시점의 느낌이 저 작품이 만들어 지는 1차 대전 이후의 느낌이죠.
우리는 그 해소를 6.25 당시 양반지주를 인민재판으로 처단하면서 그런 사회적 지위나 신분제가 다수 해소 되었지만 영국이나 유럽은 1차대전 후 사회주의나 여성참정권 운동등 혁명과 제도등으로 장시간에 걸쳐 해소되었던 것이구요.
2018.07.22 10:34
네 아닌 게 아니라 그 원래 남편이 무슨 왕인 양 행세하는 걸 보고 기가 막히더군요. 정부는 그야말로 노예처럼 일하고... 영화 '만딩고' 가 떠오르더군요. 계급간의 갈등도 선명한데 성애로 계급이니 시대니 다 뛰어넘을 수 있다 그렇게 설명하기에는 ㅈㅓㅇ부 역 캐스팅에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 싶었어요.
2018.07.23 06:16
니콜라스 클레이가 션빈 같이 멀끔하지 않아서 예쁜 레이디를 얻는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건데... 난 사냥터지기가 너무 멀끔해서 설득력이 떨어지던데요. 큰 지주의 사냥터를 관리하는 사냥터지기가 숀빈처럼 이제 신병검사나 받았을까 싶은 희멀건 상체와 탄광 노동을 통해 근육도 전혀 만들어 지지 않은 물살을 내놓고 엉성한 도끼질을 할 때 저게 머냐? 싶던데... 선남선녀가 만나야 주인공에 몰입하는 것은 로맨스 소설일 뿐이고, 이 작품은 성애소설 같지만 무엇보다 그 시대에 불손 했던 말하지는 않지만 인물들까지 마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돌쇠야 몸을 벗겨 놓으면 하층민 주제에 변강쇠고 마을 장사라는 환타지 지만 말이죠.
외모나 조건 어느 하나라도 부합해야 만나고 함께 살아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머리로 계산한 사랑이고, 그런 부모들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도 다시 계산적인 사랑을 하며 살다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며 혼기를 놓치고 혼자 살다 죽어 갈 수도 있죠. 중매혼, 조건혼, 매매혼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됐던 시절에서 스스로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클리포드가 승자가 되는 21세형 채털리가 나올 것 같네요.
이 작품에서 처럼 많은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어느 한 순간에 꽂히게 되면 함께 사는 거죠. 아기도 가질 수 없는 반신불구의 남편과는 달리 햇빛 쏟아지는 숲속에서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물을 끼얹어 반사되는 사냥터지기의 멀쩡한 몸땡이, 모든 것에 냉소적이고 지적 허영만 쏟아 내는 먹물 아가리 진보들의 토론보다는 벌떡거리는 작은 심장의 생명을 느낄 수 있도록 병아리새끼를 자신의 손위에 올려주는 남자, 그것 만으로도 둘은 사랑하기에 충분하죠. 거기에 남자의 외모가 끼어들면 안되는데 니콜라스 클레이는 너무 멀쩡해요.
2018.07.23 09:37
니콜라스 클레이는 근데 수염이 더부룩한데다가 채털리 부인으로부터 "You are beautiful" 소리를 연거푸 들을 정도로 생기발랄해보이진 않아서요. 물론 91년 판 션 빈도 딱이 설득력 있진 않았지만요. 션 빈은 사냥터지기로 가장한 공작님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사랑하거나 정사하기에는 한 순간의 매혹이면 충분하지만 결혼은 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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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막판 전개 보면서 '왜 굳이...' 라는 생각을 계속 했네요. ㅋㅋ
뭐 시대의 한계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