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7 07:28
전 스타워즈 시리즈를 단 한 개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 한 개도.
이 소식을 접한 제 친구가 너무너무 화들짝 놀라해서... 거의 반강제로 에피소드 4 (가장 처음 나온 시리즈)를 봤습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유명한 영화 시리즈가 되었을까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봤는데,
다 보고 난 현재 제 심경은... "으응....응? 이게 뭥미?"
실망이 큽니다....
기나긴 서사를 지닌 대하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성의없는 영화 같다고 해야 하나.
할 말은 많지만 시간은 부족하니 대충대충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간단한 설명만 짚고 넘어가는 느낌. 그렇다고 메시지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루크와 오비완이 만나서 같이 여정을 시작하는 장면은 RPG 게임 같았어요. 이야기에 필요한 존재니까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적당히 끼워맞춘 느낌
가족이 몰살된 걸 확인한 루크... 전혀 슬픔은 느껴지지 않고, "그래, 가족이 죽어야 오비완이랑 같이 여행을 다니겠지. 편리한 설정인걸"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얄팍함..
후반부에 반란군 기지에서 쌩뚱맞게 친구를 만나는 장면이 아무런 의미 없이 스쳐지나가고, 그 친구 죽는 것으로 끝. ㅇ.ㅇ;;; 이 모든 게 다 너무 의미가 없어요. (친구는 왜 등장한 거야...)
다스베이더는... 전 이 영화 보기 전에 굉장히 깊이 있는 캐릭터일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는데, 웬걸, 그냥 전형적인 악당이잖아요. 텅 빈 깡통 같은 느낌.
"I find your lack of faith disturbing" 이 유명한 대사 치는 거 하나 기억나네요. (근데 왜... 유명하지??)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는지 전혀 짐작되지 않고, 그냥 검은 옷을 입었으니 악당이겠거니 하는 느낌.
전 영화 끝난 지금도 The Empire가 도대체 뭐가 그리 나쁜 건지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아 참. 생각해 보니 행성 하나 날려버렸죠. 근데 왜 행성 하나를 없앴더라... 잘 기억나지 않네요. 레아 공주가 무슨 똥고집을 부린 것 같기도 하고... 방금 본 영화인데도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아 참. 다스베이더는 악당이었죠. 아마 그것 때문일 겁니다. 악당은 나쁜 짓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총은 항상 목표를 비껴가야 합니다. 레이저 총알이 난사되고 있어도 어쩜 우리 주인공들은 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습니까. 이것도 포스인지...
레아 공주는... 오비완에게 원조 요청을 한 뒤, 본인의 고향 행성이 사라지고 눈물 한 방울 찔끔 흘린 뒤에,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루크의 포스있는 총싸움 (+비행기 조정 실력) 구경을 조금 한 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셔서 루크에게 상장을 수여합니다. (참 잘했어요)
한솔로는... 우와, 해리슨 포드가 이렇게 젊은 적도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한 솔로야말로 영화에서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캐릭터는 대본에 끌려다니느라 어린이 TV채널의 봉제인형처럼 행동하는데, 한솔로만큼은 인간 같잖아요. 캐릭터에 깊이도 (그나마) 있고.
뭐 어쨌든...
한 줄로 요약하자면, 모든 것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관에, 연기는 "신기한 TV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땠어?"라고 묻는 친구의 똘망똘망한 눈동자에 "별로였어"라고 말하니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근데 에피소드 5가 훨씬 낫다고 하네요. 당연히 낫겠죠-- 이것보다 안 좋으면 어쩌라고.
2018.07.27 07:36
2018.07.27 07:56
2018.07.27 08:39
30년전에 보셨어야..
2018.07.27 09:14
전 그래서 굳이 친구들에게 스타워즈를 전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ㅋㅋㅋ
처음 보는 입장에서 3-4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 온전히 재밌게 보시는 분이 있으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신기할 듯..
에피소드 5가 좋은 작품이긴 하나 에피소드 4의 모험극에 이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면 5편을 마주했을 때의 그 전복적인 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테니.. 전 별로 추천하진 않습니다ㅎㅎ
2018.07.27 09:14
2018.07.27 10:13
레이저는 맞아도 어차피 피 안나올걸요
2018.07.27 11:03
전 그래서 굳이 친구들에게 스타워즈를 전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22 이제는 너무 옛날 영화들이에요
특히 4편은 단순한 게 매력인 어린이용 영화여서.. ㅎㅎㅎ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지만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오히려 최근에 만들어진 시리즈 (로그원, 7편 8편 등)를 더 재미있어하더라구요. 물론 다들 내용은 금방 잊습니다 ㅠㅠㅋㅋㅋ
2018.07.27 11:23
실망감을 더 얹어주기 위해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을, 스타워즈 보다 10년 전의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동시대의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을, 체재경쟁 중이던 소비에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를 추천합니다.
2018.07.27 11:42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얼마전에 넷플에서 봤는데 실망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ㅋ
2018.07.27 12:32
아마 스타워즈에 대한 실망담을 더 얹어주신다는 말씀이지 싶어요
나열하신 영화들이 스타워즈 원작 혹은 비슷한 우주배경에서 스타워즈보다 주제나 묘사에 있어서는 더 훌륭한 작품들이라..
2018.07.27 11:41
스타워즈는.. 조지 루카스가 하도 말을 바꿔대서 정확한 진실은 루카스만이 알겠지만... (본인도 알긴 할지.. ) 제가 알기로는 이렇습니다.
스타워즈가 대박 나니까 '사실 이건 큰 서사시의 일부일 뿐이다.' 라고 말함.. 처음 개봉할떄는 에피소드4 같은 타이틀은 없었음.
에피소드 5를 제작하면서 비디오판 스타워즈에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이라는 부제를 넣기 시작함.
처음에 구상했던 스토리를 압축해서 스타워즈를 만들었는데 대박이 나서 후속편을 만들 수 있게 되니 압축하느라 날려버린 스토리를 에피5와 6에서 구현..
(그래서 데스스타가 4편에서 한번 6편에서 한번 폭발함)
이때 스타워즈는 총 9편으로 되어 있다고 말하고 다님
그후 팬들이 에피소드 1~3과 7~9를 요구했는데..
1~3은 아나킨 스카이워커 이야기 하면 될 것 같은데 7~9는 답이 없어서 1편 제작하면서 7~9는 없다는 인터뷰도 했었음
1~3 만들면서 또 쓸데없는 사족을 붙임..
결국 스타워즈 구 트릴로지는 4편만 보면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영화소개 압축판을 본 셈이고 4~6을 보셔야 온전한 한편의 영화를 본셈이 됩니다.. (....)
2018.07.27 13:48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니지만 듀게 주인장의 리뷰도 참고해 볼 만 합니다.
...
그래도 [스타 워즈]가 완벽하게 자기 완결성을 갖는 작품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광선검의 사용이 대표적인 예지요. 광선검은 영화 초반에 중요한 상징적인 무기로 등장하지만 이 무기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부분은 오비원 케노비와 다스 베이더의 결투 장면으로, 이 장면은 결코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클라이맥스가 아닐 뿐만 아니라 결투로서도 엄청나지는 않죠. 오비원은 얄밉게도 결투 중간에 살짝 달아나니까요. 그리고 그 이후 광선검은 등장하지 않으니 왜 이것이 등장했는가 궁금해 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뒤의 삼부작까지 보면 광선검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설명됩니다.
그밖에도 여러 장면들이 있습니다. 다스 베이더와 오비원의 대사들을 듣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지금까지 이야기된 것보다 더 많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음흉하고 거대한 외모와 인상적인 등장에도 불구하고 다스 베이더의 캐릭터가 상당히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챌 수도 있겠지요.
2018.07.27 18:05
2018.07.27 12:27
옛 영화를 오직 지금의 잣대로만 판단하면 그렇게 보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니 이제 로그원을 보시면 됩니다. 그럼 생각이 조금은 바뀌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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