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음유시인의 편지

2018.09.05 12:41

회사원A 조회 수:716

가수들이 공식 계정에 쓰는 글들을 종종 찾아읽곤 하는데요,
최근의 심규선씨의 글이 참 좋아서 공유해 봅니다.
어느 음유시인이 나에게 써 준 연서 같은 글이에요 :)
인스타 @luciatune 에서 보실 수 있어요.

노래를 시작하고
관객석에 있는 당신을 찾았을 때
나는 두 사람만 느낄 정도의 작은 눈짓으로
아주 조그맣게 인사를 해요
무대 위에서 당신을 보면
와락 치미는 기쁨을 참을 수 없고
당신의 이름과 최근의 편지와 글씨체.
안위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
그러면 당신은 작게 화답하고
하늘만큼 크게 웃음을 보내고
당신도 나를 알아차렸다고 표시해줍니다
노래는 계속 이어지고
단지 다리가 되어 줄 뿐이에요
어떻게 글로 쓸까요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요
.
당신이 귀한 휴일을 쓰고
처음 가는 길을 찾고
차편을 준비하고
어쩌면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각오까지 하면서
나를 만나러 오는 이유를 몰랐어요
쓰고 부른 이보다 많이 들었을 노래를 또 듣고
몇 줄의 가사를 함께 되내기 위해서
그렇게 먼 길을 찾아와주는 당신이
나는 너무 놀라워요 고맙기도 하고요..
.
어제,
어스름한 저녁이 갑자기 새카만 밤이 되고
우리가 함께 쓴 추억이 또 한겹 쌓이고 있는 걸 알았을 때
.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괴로운 마음은 거두기로,
나도 꼭 당신만큼만 용기를 내보자고 되새겼어요
함께 있음이 주는 연대가 이토록 선명하고
서로 깍지 낀 손처럼 이렇게 단단한데,
내가 눈을 볼 때 당신의 안을 알아보는 만큼
당신도 내 안을 다 아는데 말이에요
참 신기하기도 하지요
.
당신이 나에게 주는 것 이상으로
반드시 내가 더 많이 줄거에요
가진 것은 항상 전부 다 주고
나중을 위해 아끼거나 남겨놓지 않을거에요
최근의 나는
이제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지
고민도 하고 가끔 버거워도 했었지만
지금까지 온 것처럼 기꺼이 기쁘게
헤매도 느려도 다시 또 가고 싶어요
향할 곳이 이리도 선명한데
어떻게 길을 잃겠어요
우리가 눈 마주치는 그 순간이 없으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
오늘은 이런 것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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