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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오늘 삼성 바이오로직스 관련 이슈를 묻어버릴 정도로 SNS를 뜨겁게 달궜고, 순식간에 청와대 국민청원 30만 명을 돌파한

 ‘이수역 주취 난투 사건’은 훗날 역사 논문감이 되기에 충분한 ‘사건사적 의미’를 지녔다고 봅니다.


술집에서 잡것들이 옆자리 이성 커플을 희롱하는 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그들이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과 욕설을 주고받다가 주먹다짐으로 번지는 것도 아주 흔한 일입니다. 

주먹다짐 끝에 머리가 깨지는 것도 아주 흔한 일입니다. 이런 사건은 너무 흔해서 신문에도 나지 않습니다. 

당사자들도 경찰 부르면 더 번거로운 일이 생긴다는 걸 알기에 대개는 그냥 넘어갑니다. 

이런 사건들은 조선시대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겁니다.


너무 흔한 사건이 ‘사건사적 의미’를 지니는 건, 당연히 남성형으로 취급됐던 ‘잡것’의 ‘것’에서 

성별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두 명의 용감한 여성이 남성의 전유 공간이던 ‘주취 희롱, 욕설, 난투’의 영역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들은 술집에서 옆자리 커플을 희롱하다가 말리는 주변 사람에게 싸움 거는 ‘남성 양아치’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깡’을 선보였습니다. 

머리가 깨진 뒤에 취한 행동에 ‘구시대의 잔재’가 일부 남기는 했으나, 그걸 제외하면

 그들은 ‘전적으로 대등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대등함’이 결코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몇 해 전 ‘잡년 페미니즘’ - 모 언론사에서 붙였고, 당시 메갈/워마드 옹호자들도 적극 찬동했던 이름입니다. 

결코 제가 임의로 붙인 이름이 아닙니다 – 담론이 횡행할 때, 혐오에 혐오로 ‘대등하게’ 대응하는 게 일반화하면,

분명 이런 일들이 생길 거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힘이 약한 자더러 힘센 자에게 ‘힘으로’ ‘대등하게’ 맞서라고 요구하는 자들은,

결코 평등을 바라지 않는 자들입니다. 차별을 없애는 게 ‘평등’입니다. ‘차이’를 없애려 드는 건, ‘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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