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2018.12.04 15:22

구름진 하늘 조회 수:777


이런 일들을 왕왕 겪으신 분들에게는 저 정도는...싶으실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껏 프리랜서 일을 근근히 이어오던 중 회사의 도산으로 임금 체불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공공 기관은 SNS에 올라가는 원고를 쓰는 일을 틈틈이 하고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이 중간 회사에 외주를 맡기고, 중간 회사가 저와 같은 작가들을 모집하여

글을 관리하고 급여를 주고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래도 꽤 오랜동안 멀쩡히 급여를 받아와서 별 탈 없는 줄 알았는데,

올해 원고를 마감하고도 급여 알림 소식이 없어서(월말쯤 나옵니다)

혹시나 해서 연락해 봤는데


그새 회사가 어렵게 되었다더군요(그렇게 된 지는 꽤 되었답니다. 다만 저희 같은 외주 작가에게는 일일이 알리지 않았을 뿐)

그래서 지금 공공기관과, 저희 작가들과 연계된 그 사업도 난항에 빠지고 있구요.

이리저리 해서 회사가 계속 일을 맡을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나아지면(자세한 설명은 회사의 일이라 생략하겠습니다)

두세 달 사이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임금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도의적'이라 함은, 자신들은 법적으로는 크게 책임이 없다는 뜻인 듯합니다.

물론 계약서까지 다 쓰고 맡은 일이긴 합니다만,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받아야 할 급여는 30만원이 채 안 되지만

(회사 직원의 말로는 자신들은 더 많은 액수의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네요)

법적으로 가도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나, 돈을 다 받을 수 있나 회의가 오면서

우울감도 함께 오네요.

어차피 지금은 더 채근해 봐야 나올 결과가 없어서, 일단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급여가 적은 것은 차라리 괜찮아도 제때 못 받는 것에는 극도로 예민한 저 같은 타입은

이런 일이 참 견디기 힘드네요.

다루는 금전의 규모도, 대하는 마음과 목적도 저와는 다르신 어머니는 그 정도는 좀 기다려 보라시며

이 김에 그런 일(글쓰기와 같은 창작)은 접고 고정적인 일을 알아봐야 되지 않겠냐며

주부 부업에 해당되는 일을 권하십니다.

네,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면 해야지요. 한창 책임져야 할 어린 아이까지 데리고 있는데요. 약간의 재주가 있다고

그걸 내세워 생계 잇는 수단을 가볍게 여길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다만...막연히 우울하군요.

물가가 오르는 것이 저 같은 물렁한 사람에게도 피부로 다가오고, 아이는 한참 돈과 엄마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취학을 앞두고 있고...


이십대 때 좀 더 열심히 살았을 것을, 세상살이의 차가운 면에 스스로를 좀더 노출시켰어야 하는 것을...이란 생각을 새삼 다시금 합니다.

요즘 들어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이십대 때부터 좀더 치열하게 산 이들 몇몇이 

소소하나마 자기 사업체를 가지고 재능을 발휘하고 수입을 얻는 모습을 보면 

지나간 세월을 좀더 모질게 보내지 않았던, 다 지나버릴 인간관계에 매달려 보냈던 제 이십대가 너무 아쉽고 씁쓸합니다.

뒤통수를 더욱 섬뜩하게 하는 건, 지금 역시 훗날의 제게 그와 비슷한 생각을 제공할지 모를 시기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어려운 시기마저도 훗날의 제게는 가능성이 아니었을까, 로 남을 수 있다는 점. 그런데 지금의 저로서는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5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9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87
126474 나와 평생 함께가는 것 new 상수 2024.06.14 41
126473 [KBS1 독립영화관] 버텨내고 존재하기 [1] new underground 2024.06.14 42
126472 [영화바낭] 좀 이상한 학교와 교사 이야기. '클럽 제로' 잡담입니다 new 로이배티 2024.06.14 90
126471 영어하는 음바페/벨링엄이 레알 마드리드에 적응 잘 한다는 베일 new daviddain 2024.06.14 37
126470 프레임드 #826 [2] new Lunagazer 2024.06.14 30
126469 유튜브 자동번역 재미있네요 daviddain 2024.06.14 94
126468 Mark Forster - Au Revoir [1] catgotmy 2024.06.14 61
126467 올해 오스카 명예상 수상자들은... [1] 조성용 2024.06.14 176
126466 [넷플릭스바낭] 오늘 본 영화의 장르를 나는 아직 알지 못... '신체찾기' 잡담 로이배티 2024.06.14 195
126465 [퍼옴] 2008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사랑을 믿다] 도입부. [4] update jeremy 2024.06.13 198
126464 [왓챠바낭] B급 취향이 아니라 그냥 B급 호러, '독솔져' 잡담입니다 [1] update 로이배티 2024.06.13 162
126463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7] update 조성용 2024.06.13 313
126462 80년대 브랫팩 다큐멘터리가 나오네요 [2] update LadyBird 2024.06.13 132
126461 스타워즈 애콜라이트 1,2 (스포) [2] update heiki 2024.06.13 188
126460 러시아어 안젤리나 다닐로바 [1] catgotmy 2024.06.13 159
126459 프레임드 #825 [4] update Lunagazer 2024.06.13 44
126458 매드맥스의 세계 [5] update 돌도끼 2024.06.13 286
126457 쓸데없는 질문 ㅡ 조코비치가 잘생겼나요? [6] daviddain 2024.06.13 188
126456 에스파의 슈퍼노바 뮤직비디오를 보고 Sonny 2024.06.13 150
126455 넷플릭스의 진정한 가치 catgotmy 2024.06.12 24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