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연말, 신년)

2018.12.31 20:16

안유미 조회 수:820


 1.금토일 3일 연속 무언가를 하니 피곤하네요. 어쩔 수 없죠. 이것이 인싸의 삶이니까요. 다시는 살고 싶지 않은 인싸의 삶 말이죠.



 2.그끄저께는 듀게연말모임이었고...그저께는 술을 마시고 들어와 인터넷을 하다가 sns에서 눈에 띄는 녀석들에게 메시지를 좀 보냈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약간 정신나간 것 같은 애드립들도 있어서 휴대폰을 집어 sns를 다시 켰어요. 이미 본 녀석들도 있었고 아직 안 본 녀석들도 있어서 재빨리 네이버에 검색했어요. sns에서 보낸 메시지를 삭제하는 법이요. 그러자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페이스북, 곧 보낸 메시지 삭제 기능 도입'


 뒤집어 말하자면, 이건 보낸 메시지를 삭제하는 기능이 아직은 없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3.메시지함에 없던 대학 동기나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중에 의외로 모 만화가와의 대화가 메시지함에 있는 게 눈에 띄었어요. 몇달 전에 인사를 나눴었거든요. 그는 그린 만화가 드라마화도 되고 본인 자신이 꽤 유명한 예능에 고정출연한 작자라 물어봤어요. '너같은 인싸는 연말에 뭘 하지?'라고요. 


 사실 나는 그를 잘 몰라요. 하지만 방송에 고정출연까지 한 사람이라면 본인의 성향이 어떻든 인싸인생을 피해갈 수 없을 거니까요. 본인이 원래 아싸든 인싸든 인싸인생을 살고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물어봤죠. 돌아온 답은 '만화그리고 요양중'이라는 답톡이었어요.


 '그럴 리가. 거짓말이겠지.'라고 생각하며 그의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정말로 만화그리고 요양중이었어요.



 4.휴.



 5.그리고 어제까지 3일 연속으로 모임을 하고 술을 마시고...하고 여자와 자게 됐는데 그녀를 잘 만족시켜 주지 못한 것 같아서 매우 신경이 쓰였어요. 그래서 그 기분을 만회하기 위해 아침부터 근처에 있는 여자들에게 연락을 해봤어요. 


 한데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무슨 투자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었는데, 임시주총을 열고 싶으니 내가 가진 주식을 위임해 달라는 전화였어요. 몇십분 동안 통화를 하고 간신히 끊었어요. 그 몇십분 동안 이제 전화를 끊자는 말을 몇번이나 하려고 했는데 속사포처럼 설명을 해대서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어요.


 40분 넘게 '100억 총알이 준비되어 있어요!' '그 회사 대표랑 한 20년 알고 지낸 사이예요.' 'X대표란 사람이 한 2천억쯤 되는 사람인데...'같은 말을 듣고 나니 매우 피곤해져 있었어요. 사시는 곳이 어디냐, 설명드리러 오늘 당장 만나러 가겠다는 말을 일단 거절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어쨌든 이런저런 건수에 연결되어 있는 인간이긴 했어요.



 6.전화를 끊고 보니 아까 뿌려놓은 연락들 중 답장이 와있어서 만나러 갔어요. 그리고...시간 점프. 그리고 피트니스에 갔어요. 피트니스에 가다가 우울해져서 톡을 켜봤어요. 제일 위에 투블럭이 있어서 말걸어 봤어요.


 '젠장...어제 여자와 잤는데 잘 되지 않았어. 그래서 아침부터 섹파를 불러내서 잘 하고서야 간신히 멘탈회복한 참이야. 우린 이런 말을 할 사이는 아니지만...현타가 와서 떠들게 되는군. 네가 남자 중에선 톡방의 제일 위에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요즘 나누는 대화가 다 그렇듯이...투블럭과도 또다시 주식과 부동산 얘기를 했어요. 이젠 마치 주식과 부동산 얘기가 블랙홀 같아요. 무슨 얘기를 하든간에 결국 주식과 부동산 얘기가 되어버리거든요. 심지어는 금요일날 듀게 연말모임에서도 주식과 부동산 얘기가 나왔어요. 내가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다들 주식과 부동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듀게 모임이라면 1970년대에 나온 아무도 모르는 영화 얘기 같은 걸 해야 하지 않나요?



 7.그리고 피트니스에 가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로 사는 건 사회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의 연속이거든요. 증명하고, 증명하는 거 말이죠. 구매력을 증명해야하고...또 다른 것을 증명해야하고...하는 일의 연속이라고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건가...생각해 봤어요.


 위에 '운동을 하러'가 아니라 '피트니스에' 갔다고 쓴 건 오늘까지가 내년 연회비를 내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예요. 사실 저렇게 써 있어도 제때 결제하지 않는 회원도 많긴 해요. 당연하다는 듯 늦게 결제하거나 하죠.  


 한데 나는 외상을 치는 게 싫거든요. 외상치는 게 싫다기보다 아예 외상이란 걸 해본 적도 없어요. 늑장부리다가 연회비 내는 걸 잊고 있어서 오늘은 피트니스에 갈 기분이 아니더라도 가야 했죠. 진작 냈으면 오늘은 그냥 쉬었을 텐데 말이죠.


 그리고 안 쓰던 결제용 카드에 돈을 채워넣고 결제를 했는데...결제가 되지 않았어요! 체크카드라면 그냥 계좌에 돈이 있으면 결제가 되고 돈이 없으면 결제가 안되는 건줄 알았는데 거기에도 결제한도가 있다니 몰랐어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아요. 1월2일에 결제하게 되어서요.


 내년엔 열심히...가 아니라 똑똑하게 열심히 살아야 해요. 인풋만큼 아웃풋이 나오도록 말이죠. 100의 노력을 부었는데 100의 결과물도 못 얻는 건 완전 낭비잖아요. 진짜...똑똑하게 살아야 하는 거예요. 사실, 노력이란 건 때로 우리를 기만하기도 하거든요. 아니, 아니지...그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기만하는 거예요.


 정말 그런 경우가 있거든요.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안심하고 싶어서, 불안에 사로잡히기 싫어서, 그저 면죄부를 얻어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그런 사람들은 일을 말아먹은 다음에 '난 최선을 다했는데 말야.'라고 지껄이곤 해요.


 하지만 노력이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되거든요. 내년에는 똑똑하게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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