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0 09:35
어제 유현준이라는 건축가가 쓴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를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2주 전에 어머니께서 어느 신문에 난 2018년 올해의 책 리스트를 주시며 도서관에서 빌려오라고 명하신 책들 중 하나인데
가져온 책들 중에서 제일 재밌게 읽으셨다고 저한테도 읽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저께가 반납일이었는데 계속 일이 있어서 못 읽고 어제 하루 연체를 무릅쓰고 부랴부랴 다 읽었어요.
예전에 EBS에서 방송한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행복에 관한 강의를 들으며 건축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알게 되었는데
이 건축가가 쓴 책에도 그런 얘기가 많아서 재미있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심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공간을 갈망하는지...
주변 환경이 가하는 제약을 어떻게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해결했는지 보여주는 멋진 건물들 얘기도 재미있었고...
현대 사회에서는 변화하는 미디어가 변화하는 자연을 대체하고 있다는 얘기, 사람들이 물리적 공간에 대한 필요를 미디어가 제공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충족시키려고 한다는 얘기도 상당히 흥미진진했어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서 유현준 건축가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모더니즘: 동서양 문화의 하이브리드>도 어제 빌려왔네요.
<현대건축의 흐름>, <52 9 12: 유현준 교수의 도시를 완성하는 73가지 건축 이야기>, 공저인 <실패하지 않는 내 집 짓기>는 예약해 놨고요.
책을 읽고 나서 저는 어디서 살고 싶은가 생각해 봤는데... 오래 전부터 제가 가장 원했던 건 천장이 열리는 집이에요.
대낮에 마루에 누워서 파란 하늘도 보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느끼면서 낮잠을 잘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밤에는 방에 드러누워서 따뜻한 이불 덮고 아름다운 달님과 빛나는 별님을 맨눈으로 보면서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가능하다면 원할 때 천장과 사방의 벽면이 모두 투명한 유리가 되게 만들어서 날씨 좋은 날에는 사방이 환하게 다 트인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제가 집안 청소를 잘 안 해서 사방에 이것저것 널려 있으면 지붕이 열리고 벽이 투명이 될 때 좀 부끄럽겠지만
아마 이런 탁 트인 공간에 살면 몹시 깔끔한 성격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비가 오는 날에 천장과 사방의 벽면이 다 투명한 유리가 되면 흘러내리는 빗줄기를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타닥타닥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을 것 같아요.
마당에 땅을 깊게 파서 드럼통 같은 거 하나 심어 놓고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게 해서 눈이 펑펑 오는 겨울날에는 눈을 맞으며
온천욕을 하는 것도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날마다 해가 지는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집의 위치 선정과 관련되고 땅값과 관련될 테니 일단 희망사항으로...
집 앞에 호수가 있거나 강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이것도 역시 땅값과 관련될 테니 그냥 희망사항으로...
듀게분들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멋진 아이디어가 있으면 나중에 저희 집 짓는 데 참고하겠습니다. ^^
2019.01.20 09:40
2019.01.20 10:06
어릴 때는 이 동요를 부르며 제 손으로 집을 지을 야망에 불탔었는데 말이죠.
어디서 벽지 바르는 기술과 타일 까는 기술이라도 배웠으면 좋겠네요.
우리집
2019.01.20 10:15
2019.01.20 11:05
집에 관한 노래를 찾아봤는데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네요.
(남진 가수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이 노래 좋아하는데
들어보니 딱히 마음에 들진 않아서...)
지금 생각났는데 나중에 지을 집에는 모닥불을 피울 공간도 만들어야겠어요.
추운 겨울에 집 안에서 너울거리는 불꽃을 보며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듯...
마당에 나무를 좀 심어 놓고 가지를 잘라서 장작을 만들어야겠군요.
2019.01.20 12:56
2019.01.20 13:46
듀나회원 님 댓글 보고 생각났는데 RV(Recreational Vehicle) 차량을 집으로 삼아 쉬엄쉬엄 여행 다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큰 차량 몰고 여행 다닐 만한 곳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겠고 나이 들면 멀리
여행 다니는 게 점점 귀찮아져서 아무래도 집에서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천장 여는 게 그렇게 힘들까요? 우주선 발사할 때 지붕이 양옆으로 펼쳐지듯이 열리게 하면 될 것 같은데... ( '')??
벽면을 유리로 하는 건 지금도 가능할 것 같은데 때에 따라 밖에서 안 보이게 차단하는 기능만 덧붙이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이건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해도 되고... ^^ 여름과 겨울 단열 문제와 내구성 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될 듯)
2019.01.20 13:08
2019.01.20 14:07
부기우기 님 집은 산 속에 지어야 할 것 같은데... 허가를 쉽게 얻을 수 있으려나요...
버려진 야산 하나를 통째로 사면 관리 용도로 작은 집 하나는 지을 수 있을까요... (제 한 때 꿈이 산장지기였는데... ^^)
생각해 보니 제 경우에도 동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이 들어 혼자 살 가능성이 높다 보니 주위에 동물들이라도 많아야지 안 그러면 외로울 것 같아요.
송아지 한 마리 키울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어릴 때 <알프스 소녀 하이디> 읽을 때 소였는지 양이었는지
하여간 젖을 짜서 마시는 게 엄청 맛있어 보였어요.)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마당이 있으면 집을 비워도 괜찮은 것 같으니 일단 강아지 두어 마리랑 같이 살아야겠어요.
2019.01.20 13:47
책을 어디에서 살 것인가로 생각하고 클릭했....사람이 어디에서 사는가 중요하죠.
2019.01.20 14:20
제목이 그렇게도 읽힐 수 있겠군요. ^^
Bigcat 님의 댓글을 보니 이제서야 가끔영화 님의 첫 댓글 뒷부분이 이해가 됩니다.
기대와 다른 내용으로 실망하신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buy와 관련된 노래 한 곡~
David Bowie - Try Some Buy Some (Cover)
2019.01.21 07:05
2019.01.21 10:49
mockingbird 님 댓글을 보고 급하게 검색을 좀 해봤는데요. 요즘 smart glass라고 투명에서 불투명 유리로
원할 때 바꿔주는 건 가능한 것 같아요. 햇빛의 강도에 따라 유리의 색깔이 자동적으로 바뀌는 것도 가능한 것 같고요.
그래서 냉난방이나 프라이버시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할 것 같은데 태풍이 오거나 할 때 좀 문제죠.
태풍이 오거나 바람이 심할 때 가게에서 쓰는 셔터문 같은 걸로 사방의 유리벽을 덮으면 보호가능할까 생각 중이에요. ^^
좀 더 찾아보니 지붕 열리는 것도 가능하네요. 역시 제가 원하는 건 다른 사람들도 원하나 봐요.
밀어서 여는 지붕이라면 천장 전체를 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낮에는 거실 천장만 열고
밤에는 방 천장만 여는 식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천장 전체를 열 수 있는 방식이면 좋겠네요.
2019.01.23 15:41
유현준 건축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와 공저인 <실패하지 않는 내 집 짓기>를 읽었는데
둘 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한 10년 동안 어떤 집을 지을지 구체적으로 생각을 좀 해 보고 10년 후에 착수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