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1 22:42
1.
<소셜 네트워크>를 본 후, 전 이 영화가 올해 독보적인 베스트 무비가 될 거라고 의심치 않았어요.
하지만,
<베리드> 좀 놀랍네요.
무엇을 생각하든 더 놀랄 겁니다.
2.
이 영화의 스포는 가능하면 보지 마세요. 전 내용 하나도 못 듣고 갔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스릴 넘치고 재밌네요.
3.
설정은 듣고 갔어요. 관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관속에서만 90분을 찍는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폰부스>가 떠올랐어요. 저 같이 생각하시는 분 좀 있지 않을까요.
전 <폰부스>도 되게 잼있게 봤거든요. 하지만 비슷한 수준이라면 실망할 것 같아, 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망은 없네요. 한층 진화했습니다.
아니, 사실 수준이 다르네요.
4.
씨네리 박평식 영화평론가의 20자평이 젤 와닿네요.
공포를 캐내 시대에 끼얹다.
별 세개반 주셨구요. <소셜네트워크>보다 반개 더 주셨네요.
5.
하지만 싫어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1초만에 사람들이 엄청 큰 목소리로 난리를 치시네요.
"이걸 영화라고 만들었어!!!!!!!!!!!!!!!!!!"
아놔, 저에게 생각하고 음미할 시간을 주세요.
기분 좀 잡쳤습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맘속에 올해의 영화는 역시 <소셜네트워크>가 될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전 제가 왜 이렇게 이 영화가 좋았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냥 흠잡을 곳이 없다, 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어요.
근데 이번주 씨네리에 실린 전영객잔에서 제 갑갑함을 모두 해소해준 평론을 만났어요.
'21세기의 도덕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장병원 영화평론가가 쓴 글인데요.
누군가 평론가의 존재 의의는 ' 관객이 영화를 볼 때 미쳐 잡아냈지 못했던 부분을 잡아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해주게 하는 데 있다'고 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너무 반가운 평론이었습니다.
링크하고 싶은데, 이번주 기사라서 링크가 안되네요. 아직.
한 문단만 좀 잘라서 적어보고 싶은데, 이거 문제되려나요?
"내가 주목한 것은 이 법정장면들에서 보여지는 마크의 행동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재판정에서 벌어지는 설전을 통해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을 행해왔는가에 대한 객관화된 정보를 얻게 된다. 여기서 제시 아이젠버그의 경이로운 연기로 보증되는, 마크의 심경변화를 전하는 장면이 중요해진다. 처음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던 마크는 어느 순간부터 재판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시큰둥한 태도로 일관한다. 의도적으로 집중력을 상실한 마크는 심문하는 판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눈을 판다. 자신을 변호하는 변호인에게 등을 돌리고, 질문하는 변호사의 말을 듣지 않고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거나 하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갑부 아버지를 둔 윙클보스 형제의 배경을 뒤로한 채 에두아르도에게 돈을 빌리게 된 경위를 묻는 질문에 "가장 친한 친구"라고 스스로 고백하게 되는 순간, 그가 무엇을 잃었는지는 또렷해진다."
7.
쓰고나니 온통 씨네리 칭찬이군요.
<베리드> 잼있습니다!
2010.12.12 10:54
2010.12.12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