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최근에 본 새로운 사람이 나를 보자마자 말했어요. '오빠, 나는 쿨한 관계는 싫어해.'라고요. 왜 이런 소리를 하는 걸까...그냥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미리미리 연막을 치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만나자마자 대뜸 저런 소리를 하니까 추측을 할 건덕지가 없어서요.


 하지만 어쨌든 대답은 해야 할 것 같아서 '하긴. 소위 말하는 쿨한 관계는 남자에게만 유리하니까. 그게 좋겠지.'라고 대답해 뒀어요.



 2.그자는 술을 마시다 말고 투덜거렸어요. '요새 사람들한테 한 소리 들었어. '너는 언제까지 니가 남자에게 주는 거라는 생각으로 살 거냐. 애처럼 굴지 마라.'라고 말이지.'라고요.


 하지만 글쎄요. 여자와 남자가 만나면 서로가 좋아서 잠자리를 가지는 거다...그것은 상호적이고 자연스러운 거다라는 말은 정론이긴 해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사실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이 무시무시하게 많잖아요? 왜냐면 전에 썼듯이 군중들의 믿음의 힘은 굉장히 강해요. 그들이 아무리 비합리적이거나 비논리적인 것을 믿는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그걸 그렇다고 믿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실재하는 현상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나는 전에 말했듯 군중심리를 늘 신경쓰게 됐어요. 남들의 시선이나 평판도 말이죠. 내가 언터처블이 된 것도 아닌데 남들의 생각이 중요하지 않다는 듯 여기고 다니는 것도 허세니까요.



 3.작년에는 어떤 여자가 투덜거리는 걸 들어 줬어요. 치킨이랑 오뎅탕을 얻어먹는 대신요. 여자는 모임에서 약간 자유로운 잠자리를 여러 번 가진 모양인데, 문제는 그걸로 뒷담화를 엄청 당한다는 거예요. 


 하긴 나도 남자들이 가끔 이상하긴 해요. 남자들이 모이게 되면 그들에겐 이상한 습성 두가지가 있거든요. 첫번째로는 자신과 자지 않은 여자를 모여서 욕하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자신과 잔 여자를 모여서 욕하는 거죠. 그러니까 여자는 모임에서 어떻게 행동하든 욕먹는 거죠. 일종의 가불기예요.


 

 4.휴.



 5.어쨌든 '이 새끼들이 자주니까 뒤에서 걸레라고 부르고 다녀.'라고 투덜거리는 여자에게 해줄 말이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다가 위로의 말을 건넸어요.


 '이봐, 걔네들은 질투가 나서 그러는 거야. 너한테 말이야. 왜냐면 모든 남자는 걸레로 살고 싶어하거든. 하지만 문제는, 걸레로 살 능력이 걔네들에겐 없단 말이지. 돈도 없고 와꾸도 안 되니까. 그래서 너한테 그런 멸칭을 붙여서 뒤에서 욕하는 거야. 찌질이들이 질투가 나니까.'


 그러자 여자는 깔깔 웃으며 '맞아. 내가 부러워서 그러는 거지.'라고 말했어요. 여자의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서 '혹시 허니버터 감자튀김 하나 시켜도 돼?'라고 물어봤어요. 여자는 그러라고 했어요.



 6.하지만 위에 한 말은 여자의 기분이 좋아지라고 한 말이예요. 절반만 진실인 거죠. 아무리 진보적인 사람들이라도 그들의 속내를 바닥까지 긁어보면 걔네들도 그러거든요. 여자는 일종의 자산이라고 여긴단 말이죠. 그리고 남자가 이리저리 자고 다니면 훈장이 되지만 여자가 이리저리 자고 다니면 주홍글씨가 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예요.


 물론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하지만 무서운 건, 이 말도 안 되는 걸 수많은 사람이 믿어버리면 그게 실제가 된다는 거죠. 


 굳이 예를 들자면 박근혜나 이명박 대통령같은 거예요. 왜냐면 선거에서는 똑똑한 사람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모두가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잖아요? 차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10표를 갖고 최악의 결정을 내릴 사람이 1표를 가지는 게 아니예요. 인간이라면 모두가 1인당 1표씩의 열량을 가지고 있다는 거...이건 무서운 거예요. 박근혜, 이명박 같은 사람이 실제로 대통령이 되니까요.


 말로 안 되는 헛소리나 선동적인 문구도, 그게 누구든 그냥 많은 사람이 믿어버리면 그 머릿수만큼의 열량을 발휘한다는 거...진짜로 무서운 일이예요. 



 7.그래요. 머릿수라는 건 진짜 무서운 거죠. 은영전에서 키르히아이스도 그러잖아요? '라인하르트님, 귀족을 두려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귀족들'은 두려워하셔야 합니다.'라고요.


 나는 사실 운동도 혼자...술도 혼자 마시러 다녀서 잘 모르던 시기도 있었어요. 멍청한 사람을 볼 일이 없었으니까 그냥 무시했죠. 하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알게 됐어요.


 첫번째는 멍청한 사람 한 명을 상대하는 건 짜증난다는 것. 두번째로는 똑똑한 사람 한 명을 상대하는 건 어렵다는 것. 세번째로는 똑똑한 사람 여러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것. 그리고 네번째로는...멍청한 사람 여러 명을 동시에 상대하면 절대 걔네를 이길 수 없다는 거요.


 아니, 진짜 그렇거든요. 똑똑한 사람은 여러 명이 모여봐야 똑똑한 사람 여러 명일 뿐이예요. 그런데 멍청한 사람들이 무서운 건, 그들이 여러명 모이면 멍청한 사람 여러 명이 아니거든요. 그들이 하나로 뭉쳐서 말도 안 되는 억지, 말도 안 되는 소음과 열량을 뿌려대기 시작하면 당신은 그들을 절대 이길 수 없어요.


 그리고 그들이 메뚜기떼처럼 몰려다니면서 여자를 흠집내려고 하면? 그건 매우 쉬운 일이 되는 거죠. 



 8.전에 내가 '비싼 여자가 되는 게 여자 자신에게 최선이다.'라는 투의 말을 했죠. 그야 여러분은 그걸 안 좋게 들었겠지만...나쁜 뜻으로 하려고 했던 말은 아니예요. 


 왜냐하면 멍청한 사람들, 메뚜기떼가 함부로 상처입힐 수 없는 유일한 여자는 비싼 여자니까요. 아니면 비싸다고 남들에게 생각되어지는 여자이거나요.



 9.아, 여자가 모임에서 조롱당하지 않는 한가지 케이스가 있긴 있네요. 모임에 같이 나오지 않는 별개의 남자친구가 있고, 그 남자친구가 대기업이거나 의사거나 변호사 쯤은 되어야 해요. 그러면 모임의 다른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조롱할 수 없죠.


 키드먼이 요전에 크루즈와의 결혼생활을 회고하며 말했죠. '그와 결혼한 이유는 사랑, 그리고 보호를 제공받기 위해서였다.'라는 말이요. 뭐 맞는 말이예요. 그야 키드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말도 안 되는 공격들을 직접 상대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솔직이...싸운다는 것 자체가 매우 스트레스인 거니까요. 처음부터 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도리하는 게 똑똑한 거예요.


 나도 그렇거든요. 모임에 가면 최대한 빨리 단도리를 쳐요. 아예 덤비는 메뚜기가 없도록요. 사람들과 싸워서 이겨봐야, 싸웠다는 사실 자체가 스트레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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