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 - 유엔 빌리지

2019.07.14 19:58

Sonny 조회 수:1153

https://www.youtube.com/watch?v=-EfjXQgE1e8


제가 전에 에스엠 노래들을 좋아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죠. 백현의 솔로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우연히 백현의 노래 하나가 들리더군요. 예상했던 거랑 전혀 다른 종류의 음악이었습니다. 저는 애시드 재즈 장르를 한 때 좋아했는데 그 느낌이 좀 많이 묻어나와서 반가웠어요. 집에 와서 당장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곡 반복으로 유엔 빌리지를 귀에 왕창 꽂아넣었습니다.


전에 태민의 앨범들을 들으면서도 느꼈는데, 에스엠은 잔망스러운 이미지의 남돌들을 솔로로 데뷔시킬 때에는 본격적으로 벗겨버리는(?) 음악적 시도를 하는 것 같아요. 그 동안 그룹에서는 다 보여주지 못했던 이 아이돌의 농밀한 목소리를 베개 옆에서 들어봐...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 백현은 엑소에서 제일 인기도 많고 까불까불한 이미지였는데 이런 느낌의 솔로를 내서 굉장히 신선합니다. 슈퍼쥬니어의 예성은 좀 쎄고 드라마 오에스티에서 보여준 애절한 한국식 뽕끼 넘치는 노래들에 비해 핑크 매직이라는 감미로운 노래를 내놓았던데... (그 노래도 좋긴 좋습니다) 평소의 이미지와 반대로 가는 이런 노선들이 굉장히 잘 먹히네요. 일단 저에게는. 태민의 타이틀곡들은 아직도 한번 들으면 계속 한곡 반복을 하는 스테디 트랙들이고...


어쩔 수 없이 고정된 취향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어쿠스틱한 느낌보다는 어반 스타일의 노래를 더 좋아합니다. 멜랑꼴리의 개념도 모르는 채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들으면서 슬프지도 기쁘지도,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않는 그 애매한 기분을 늘 즐겼어요. 인공적인 조명 아래 나른한 표정의 사람들이 사회와 자본을 섞은 외로움을 입안에서 굴리는 그런 노래들이 좋습니다. 백현의 이번 앨범도 그런 도회적 무드가 강해서 좋네요.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스엠은 항상 사운드를 기차게 뽑는 소속사로서... 한국의 1대(??) 알앤비 가수인 유영진의 주도 아래 커나간 그룹으로서... 짐살라빔은 잊읍시다!! 짐살라빔은 금지단어입니다!!


한남동 주민들은 대거 패닉에 빠진 상태인 모양입니다. 아니 저런 구체적 지명과 건물 이름을 가사에...?? 0.0 캡쳐 짤을 보니까 노래 제목이 유엔 빌리지라는 데서 유희열씨는 빵터지더군요. 용산구 트럼프월드~ 반포자이~ 저야 지명이나 건물 이름을 잘 몰라서 그냥 노래를 듣고 아 진짜 있는 지명이구나 싶었지만 이미 지명으로 인식을 먼저 하셨던 분들은 그게 노래제목이여...?? 제가 살았던 동네로 치면 옥암동 샤르망~ 이쯤 되려나요 ㅋ 그래도 다들 극복하고 노래에 중독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요새는 회사 짐에서 운동을 하고 집에 갑니다. 집에 갔다가 한강까지 걸어가는데 한 이십분쯤 걸리기도 하고 집에 가면 일단 밍기적대다가 시간을 날려서 밤늦게 운동을 하는 일이 잦았거든요. 그런데 백현의 유엔 빌리지를 듣다보니까 갑자기 밤의 한강을 다시 뛰고 싶어졌습니다. 해가 늦게 져서 노을이 질 때 운동을 하면 대낮에 운동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름날의 정열을 불태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시커매진 한강 위를 불빛과 같이 달리면 괜히 근사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달리기는 고독을 가장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노래 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도 그윽해지는 사람도 아무도 없지만서도.


회식 때는 필름이 끊기고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그 덕에 주말에는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쳤구요. 바보같고 멍청한 한 주여서 오늘 내내 자책하며 가슴이 무거웠는데 또 다음 주말의 불확실한 휴식을 기다려요. 노동에서 해방되는, 자유의 밀도가 높아지는 타인의 시간을 조금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구요.


@ 이런 분위기의 노래 추천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4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0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471
120607 밑에 ally님 댓글 달다가- 파스타 국 유명인 사생활 가십 [4] daviddain 2022.08.01 575
120606 세븐 뷰티스(1975, 스포일러) [8] ally 2022.08.01 386
120605 웨딩 소나타 (1997) catgotmy 2022.08.01 218
120604 이말년 씨리즈 자동음성재생 되네요 catgotmy 2022.08.01 330
120603 집에서 부모님 간병을 해본 분 계신가요? [8] 산호초2010 2022.08.01 1090
120602 Nichelle Nichols 1932-2022 R.I.P. [3] 조성용 2022.08.01 232
120601 초등학교 만5세부터 입학 [13] 캐러맬향 2022.07.31 1074
120600 채찬님은 다 알거고 두가지 다 아는 사람은 뭘 무척 넉넉히 알고 사는 사람임이 분명 [5] 가끔영화 2022.07.31 463
120599 [시즌바낭] 가난한 호러 두 편 - '잭슨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익시젼' [4] 로이배티 2022.07.31 468
120598 프레임드 #142 [10] Lunagazer 2022.07.31 233
120597 에이스는 커피와 먹나요 아니면 우유와 먹나요? [11] 왜냐하면 2022.07.31 564
120596 로마 ㅡ 토트넘 하이라이트 [7] daviddain 2022.07.31 259
120595 영화 보다 생기는 섹스에 대한 질문 [20] 잠깐만익닉이요 2022.07.31 1342
120594 2010년대와 90년대 미국영화 [2] catgotmy 2022.07.31 399
120593 [시즌바낭] 안톤 옐친, 이모겐 푸츠의 피칠갑 스릴러 '그린 룸'을 봤어요 [16] 로이배티 2022.07.30 623
120592 프레임드 #141 [6] Lunagazer 2022.07.30 204
120591 탑건 매버릭 한국 박스 오피스 [5] theforce 2022.07.30 587
120590 아 동거인이 옆에서 '미씽' 보는데 [3] 채찬 2022.07.30 561
120589 문재인이 깨끗하긴 한가봅니다 [4] catgotmy 2022.07.30 1251
120588 마이너스의 손(전기소비) [5] 채찬 2022.07.30 34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