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The Aftermath

2019.07.20 11:48

겨자 조회 수:592

단정한 얼굴에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키아라 나이틀리와 'Big Little Lies'로 발군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의 영화, The Aftermath (후유증)입니다. 고결한 품성을 가진 대령 루이스 모건(제이슨 클락 분)은, 함부르크 폭격 이후 점령군으로 들어갑니다. 아들이 폭격으로 사망한 후 지난 1년간 소원했던 아내 레이첼(키아라 나이틀리)을 불러오구요. 모건 부처가 사용하게 되는 저택은 스티븐(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분)이란 건축가 부녀의 소유인데, 스티븐은 함부르크 폭격으로 인해 아내를 잃었죠. 아름다운 레이첼을 창너머로 바라보는 스티븐의 푸른 눈에는 단호한 욕망이 떠돕니다. 


스티븐은 저택에서 쫓겨나 딸과 함께 캠프로 이동해야할 처지이지만, 따뜻한 성품의 루이스 대령이 배려하여 지붕 아래 방에 살게 되죠. 나찌의 추종자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같이 사느냐고 진저리를 쳤던 레이첼은, 날개 없는 대천사처럼 멋진 독일인에게 점점 끌려들어갑니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는 잘생겼고, 강아지처럼 천진해보이는데, 다른 각도로 보면 평온한 살인자처럼 보이는 독특한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그 매력을 기반으로 그는 'True Blood'에서 바이킹 출신 뱀파이어 역할을 잘 해냈죠. 'True Blood'시리즈에서는 요정 하나를 순식간에 빨아 먹어치우고서도 즉시 미안하다고 하면서 난처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유명합니다. 바로 이 매력을 기반으로 'Big Little Lies'에서는 가정폭력을 서슴지 않는 남편을 연기합니다. 얼굴 하나에 남자, 강아지, 살인마가 다 들어있어요. 고두심씨는 한 인터뷰에서 본인의 얼굴이 배우하기 좋은 얼굴이라고 했죠. 이런 다면적인 얼굴이 배우하기 좋은 얼굴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서 불륜에 빠져드는 남자 역할을 해도, 저 미남자가 정말 나찌의 부역자였다면?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스티븐은 독일을 떠나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증명서를 받습니다만, 그는 정말로 무죄했을까요? 스티븐의 아내는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고, 그 집안은 나찌에 부역했다고 되어 있죠. 물론 스티븐의 아내는 또한 스티븐을 겁쟁이라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그건 스티븐이 나찌에 부역하지 않았을 거라는 간접적인 증거가 되지요. 하지만 그렇게 아내를 사랑하던 그가 어떻게 폭격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레이첼을 유혹할 수 있을까요? 독일에서 사라지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레이첼을 유혹한 거라면 어떨까요? 이 이야기는 악몽같은 이야기가 되지요. 레이첼은 친구에게 부탁해서 스티븐의 증명서 건을 어서 처리해달라고 하거든요. 스티븐은 레이첼에게 자기와, 자기 딸과 같이 스위스로 가자고 합니다. 증명서는 곧 나올 거라고 하면서요. 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스티븐의 신분증은 꼭 필요한 것이죠. 증명서가 나오는 순간 스티븐은 레이첼을 바라보며 눈을 굴립니다. 그렇다면 스티븐과 함께 스위스행 기차를 타려다, 레이첼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꿉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건 남편의 사랑을 재발견해서일까요? 아니면 스티븐에 대한 믿음이 흔들려서일까요? 


p.s. 스티븐이 레이첼을 유혹하는 데 쓴 음악은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Mon cœur s'ouvre à ta voix> 입니다. 영화 트레일러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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