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없습니다.



 - 어느 호주 시골 마을, 어느 컴컴한 밤에, 마을 변두리에 있는 공동 묘지에서 시체 7구가 살아납니다. 좀비도 아니고 뭣도 아니고 그냥 멀쩡한 사람으로 환생하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죽은 시점이 차이가 많이 나요. 2년 전에 죽은 사람부터 백년도 넘게 전에 묻힌 사람까지 다양한데 모두 멀쩡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납니다. 뭔가 좀 괴상하죠. 사실 이 양반들이 어떻게 깊은 땅 속에서 혼자 힘으로 헤치고 나왔는지부터가 이상하지만 죽을 때 시신의 상처도 다 사라지고 너무 멀쩡하게 생전 건강할 때 상태로 부활한다는 게 어떻게 봐도 설명이 안 될 것 같은데...

 암튼 이 동네가 너무 시골 마을이라 동네 경찰관 한 명이 혼자 이 사람들을 수습해서 근처 보건소(역시 직원이고 뭐고 걍 의사 한 명으로 끝입니다 ㅋㅋ)로 데려가는데... 그 부활자들 중 한 명이 2년 전 병으로 자신을 떠난 자신의 아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상부에 보고하면 이 사람들이 실험 재료 같은 걸로 끌려가 버릴까봐 두려운 거죠. 그래서 이 부활 사건을 비밀로 하고 자기가 돌보겠다고 결심하는데...




 - 한 때 '샤말란 스타일'이라고 불렸던 그런 스타일의 도입부로 사람들을 낚는 드라마입니다. 어떻게 봐도 간단하게 설명이 안 되는 초자연적 현상에 부딪힌 평범한 사람들 사이의 진지하고 인간적인 드라마를 보여줍니다만. 샤말란 스타일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라면 배후에 분명히 악의적으로 이 일을 만들어낸 '빌런'의 존재가 있다는 거죠. 그게 뭔지는 시즌 1이 끝날 때까지 안 나오고 찾아보니 시즌 2가 끝나도 계속 애매합니다만. 분명히 뭔가가 있습니다.




 - '저예산의 끝을 보여주마!' 라는 느낌의 드라마이기도 해요. 부활자 7인 + 동네 꼬마 하나와 경찰 셋, 의사 하나라는 메인 캐릭터들이 런닝 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교통, 행인 통제할 여력도 없었는지 대부분의 장면에 그냥 사람이 없어요. 배경이 완전히 시골 깡촌처럼 설정되어 있어서 어색한 티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가끔 나오는 대낮 시내 장면들을 봐도 행인이 거의 없어서 일부러 이렇게 찍기도 힘들었겠다 싶을 정도. 다행히도 그 소수 정예를 갖고 열심히 지지고 볶아서 심심할 틈은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좀 우습게도, 그런 휑하고 텅 빈 느낌이 이야기의 음침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와 어울려서 오히려 효과적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어요.




 - 하지만 한계는 명확합니다. 도입부의 설정이 참으로 미스테리하고 매력적인만큼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초반부엔 괜찮지만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고 어쩔 수 없이 설명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개연성과 신선함이 떨어지죠. 시즌 2 막판쯤 가면 큰 그림은 대충 제시가 되는데 별로 납득이 되진 않습니다.

 또 돈이 없어서 배경도 한정 되고 등장 인물 수가 적다 보니 (동네 경찰은 휴직자 포함 총 4명. 사무 직원도 없습니다. 위에서도 말 했듯이 진료소는 의사 혼자서 운영하고 주민들은 꼭 필요할 때만 한정 수량으로 등장합니다) 몇 안 되는 인물들이 이 역할 저 역할 다 돌려막기 하면서 내용이 괴상해지기도 하구요.

 그리고 뭣보다 갈등과 사건들이 본격화되고 '흑막'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즌 2부터는 뭔가 되게 평범하고 전형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느낌이라 더 아쉬웠네요.




 - 그래도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골 마을의 풍광과 함께 느릿느릿 전개되는 시즌 1의 분위기가 은근히 매력이 있어요. 이게 도대체 어디로 흘러갈 이야기인지 알 수가 없는 가운데 불길한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깔면서 부활자들의 애잔한 개인사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부분들은 꽤 재밌게 봤어요.

 '호주'라는 나름 드라마판에서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은 동네의 분위기, 저예산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과 또 나름 튀는 소재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개성있는 느낌도 좋았구요.

 위에서 시즌 2가 좀 별로였다고 적었긴 하지만 시즌 1 대비 그런 것이고 되게 재미 없거나 막 지루했을 정도까진 아니었구요. 여러모로 큰 기대는 없이 한 번 시도해봄직한 정도는 되는 시리즈라고 생각합니다... 만.


 시즌 2가 1보다 별로였는데 2로 완결이 아니라는 게 문제네요. ㅋㅋㅋ 다행히도 시즌 3이 이달 하순에 나온다고 하니 기다리는 부담은 적지만 과연 그걸로 완결이 날지... 시즌 2까지의 진행 속도를 보면 아닐 것 같거든요. ㅋ




 - 극중 배경이 되는 '유라나'는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마을이더군요. 원래 이런 데 관심 없는 사람인데 등장 인물들이 지명을 하도 자주 말해서 검색해봤습니다. ㅋㅋ 그리고 처음엔 여기가 미국이나 캐나다쯤 되는 줄 알았어요. 역시 나중에 등장인물들이 대사로 오스트레일리아를 언급하고 나서야 '아 왠지 뭔가 다르더라니...' 했네요.




 - 시즌별로 50분짜리 에피소드 6개 구성입니다. 짧아서 좋죠. 근데 15년에 시즌1, 17년에 시즌2가 나왔고 올해 시즌3이 나오니 이번 시즌으로 결말이 안 나 버리면 저에게 꿈과 희망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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