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번개 후기

2019.09.29 01:06

칼리토 조회 수:1152

이제 막 집에 들어 왔네요. 게시판에서만 뵙던 반가운 분도 만났구요. 정치 성향이 비슷한 친구랑 맥주 한잔 하면서 사는 얘기도 했습니다. 


몇명이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많더군요. 길을 빼곡하게 메운 분들은 나이대도 각양각색 구성원도 친구들이 모여서 온 단체부터 직장, 가족들까지 많았습니다. 아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분들도 계시고 어머니나 아버지 모시고 온 가족들도 있는 것 같던데 보기 좋더군요. 


아무리 많은 인원이 모였다 해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 물론 있을 겁니다. 그깟 80만, 그깟 100만, 그깟 200만.. 


남한 인구 전체로 따지면 사실 얼마 안되는 비율 일수도 있죠. 그런데.. 이렇게 온갖 미디어가 일방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검찰들이 먼지 하나까지 꼼꼼하게 털어주는 이런 상황에서 100만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집회가 사실 가능합니까?


박근혜 탄핵의 촛불 집회 이야기를 많이들 하시지만 그때야.. 초기부터 언론이 이미 끝난 게임이다 싶었는지 기름 붓듯이 연일 뉴스를 쏟아냈죠. 국민들의 분노가 타오르는데 언론이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죠. 언론과 검찰은 손을 잡고 조국을 죽이고 나아가서 문재인 정권을 힘빠지게 하고 다음.. 아니면 다다음이라도 정권을 다시 빼앗아올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판단만으로 100만이 모였다면 이건 정말 자랑해도 될 일 아닙니까? 언론에.. 검찰 발표에 휘둘리지 않고 모인 사람이 자그만치 백만이라면 말이죠. 


구호도 소심하게 외치고.. 집회에 참여한 경험 자체가 적어 뻘쭘하게 있다가 왔지만 그 와중에도 질서 정연한 사람들, 가족을 챙겨가며 웃음 짓는 모습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들에 감동 받았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 없고 누군가 돌출 행동을 할라치면 시민들이 먼저 제지해주시더군요. 놀랍습니다. 촛불로 부터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시민 의식도 그만큼 따라서 자랐구나 싶었어요. 


누구를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진실이고 이것이 팩트고 이것이 정의이며 이것이 합리다. 과거에는 언론이 그 역할을 했고 국가나 국가가 권력을 위임한 사법부가 그 역할을 많이들 했었죠. 사람들이 모이고 집단이 형성되면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이 보는 세계, 자신이 생각한 정의, 자신이 판단한 기준만이 옳다고 생각하죠. 위험합니다. 위험한 생각이고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자라서 파시스트가 되고 그런 집단과 조직이 힘을 얻으면 남을 핍박하고 작은 소리를 무시합니다. 


저는 오늘 100만개의 다른 이유로 같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저마다 다른 이유와 판단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죠. 이들에게 누가 무엇을 가르치고 강제하고 강요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점차 바뀌어 가고 있고 한때 국민이 개새끼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해야 했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초동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모임이 무사히 마무리 되서 다행입니다. 내일은 또 어떤 기가 막힌 이야기가 들릴지라도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네요. 현명한 모든 시민들 덕분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16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12
110553 [공지] 글 두 개를 삭제했습니다. [6] DJUNA 2011.08.20 3830
110552 <아랑사또전> 마지막회를 보고 나서 [9] 화려한해리포터™ 2012.10.18 3830
110551 아까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뚫을려고 갔다가 패닉상태에 빠졌어요 [2] Bizet 2011.04.28 3830
110550 [바낭과 음식 사진]오늘의 저녁 식사, 명란 크림 파스타, 연어구이와 과일 샐러드 [16] 벚꽃동산 2011.03.31 3830
110549 언듯 화려해 보이는 영화판도 이정도인데.. [12] 레스비 2011.02.09 3830
110548 [자동재생]시크릿가든 中 김사랑 曰 여자는....swf [3] juni 2010.12.13 3830
110547 살빠지는 순서 [13] 살구 2010.11.07 3830
110546 [슈퍼스타K] 강승윤의 본능적으로 부를때 쎌쭉거리는게 맘에 들어요 [20] 아카싱 2010.10.26 3830
110545 김영하씨가 왜 뉴욕에 있나요 [2] loving_rabbit 2010.10.18 3830
110544 손수조, "그네공주마마 사진은 내가 한거 아님!" [17] chobo 2012.03.21 3830
110543 한국인 20~30대 사망 원인.. [8] 클로버 2010.09.09 3830
110542 잘생기고 예뻐야 하는 이유 [16] 흐흐흐 2014.10.19 3829
110541 조카랑 같이 울어버렸어요. [7] 가르강튀아 2013.07.16 3829
110540 안드로이드 어플 알림 차단기능없나요? [3] zerokul 2013.02.07 3829
110539 이것이 체스 대회인가 미녀 경연 대회인가... [3] 흐흐흐 2012.12.26 3829
110538 박주미씨 교통사고.. [2] eque 2012.10.24 3829
110537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 첫방 감상 [11] 감자쥬스 2012.09.21 3829
110536 ㅋㅋㅋ.. 애플 아놔.. 아이튠즈 ㅅㅂ.... [12] 가라 2011.10.13 3829
110535 꼬꼬면은 영 못먹을거 같다 [6] 가끔영화 2011.08.19 3829
110534 [바낭성 이야기] 최고의 사랑 마지막회에서 진짜 진짜 이해 안갔던 점 [21] 루이스 2011.06.27 382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