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이런 칼럼을 실었더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0/2019092001378.html (브라만 좌파 對 상인 우파)


피케티의 저서에서 인용했다고 하던데... 근데 이 사람들 피케티 공산주의자라면서 적대시하는 입장 아니던가? -_-a


아무튼... 이 글이 내 관심을 끈 이유는 내가 예전에 토인비의 세계사 책을 읽었을 때 흥미를 끈 귀절이 생각나서였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언급하면서 한 말이었는데 "교리와 지식 밖에는 가진 것이 없던 브라만 계급이 어떻게 무력을 독점한 크샤트리야와 온갖 부를 소유한 바이샤 계급을 누르고 최고의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지금으로서는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으니 이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물론 지금은 당시 이 글을 읽을 때만큼 이 귀절에 동감하지는 않는다. 우선 군인에 대한 경멸은 많은 문화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좋은 쇠로는 못을 만들지 않고 좋은 인재는 군인이 되지 않는다"고 하던가? 옛날에는 "저기 사람하고 군인이 같이 지나간다"는 말도 많이 썼다고들 하더군. ^^ 상인에 대한 경멸에 대해서야 동아시아의 공통적인 신분제인 사농공상(士農工商) 이란 말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이 드러난다고 하겠다.


진중권도 말했듯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8/2019092801257.html) 지금 우리나라의 좌파건 우파건 도덕성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은 이미 분명해졌다. 그럼 그 둘의 차이점은? 확실한 건 지식인 사회에서 좌파의 세력이, 군인과 상인 사회에선 우파의 세력이 강하다는 것이고 또 두 편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 이 싸움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 지금의 상황을 보건데 현재의 집권세력도 그렇고 앞으로의 전망을 보더라도 좌파가 우위를 점했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을까? 과거 인도에서 브라만 계급이 크샤트리야와 바이샤를 누르고 최고 계급을 차지하게 된 사실도 우리나라의 상황을 볼 때 설명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좌파(브라만)의 승리를 가져오게 된 것일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이문열의 초기 작품(물론 그떄는 지금처럼 맛이 가기 전이었다) '들소'라는 소설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저들(집권세력)의 칼날이 아무리 무서워 보여도 분명히 알아둘 것이 있다. 당신들(피지배 계급)의 동의가 있지 않은 한 저들의 칼은 어디까지나 반쪽에 불과하다. 남은 반쪽은 항상 당신들 손에 쥐어져 있다" 왕좌의 게임의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소설을 보면 바리스가 티리온에게 한 말 중에 이런 것도 있다. "권력이란 인민들이 있다고 믿는 곳에 있을 뿐" 이 역시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조국을 옹호하는 쪽에서 하는 말이 무엇인가? 그의 배경과 재테크 실력을 볼 때 어떤 우파 귀족들 못지 않는 타고난 금수저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조국이 "흙수저 편을 드는 금수저"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가 그냥 자기만 잘 먹고 살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민중들을 위해 뭔가 하려고 하니까 주위로부터 온통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 주장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것 아닐까? 대한민국에서 좌파들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로부터 미루어볼 때 과거 인도에서 브라만이 계급투쟁에서 승리를 차지한 이유는 이들이 "그냥 주둥이만으로라도" 피지배 억압 계층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는 척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언행이 일치해서 나쁜 짓을 하는 깡패보다 행동이야 어찌됐건 말로라도 좋은 소리를 하는 위선자가 사회에 해를 덜 끼친다는 점에서 그나마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남겨놓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4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48
126095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11] 로이배티 2024.04.29 493
126094 글로벌(?)한 저녁 그리고 한화 이글스 daviddain 2024.04.28 193
126093 프레임드 #779 [4] Lunagazer 2024.04.28 58
126092 [애플티비] 무난하게 잘 만든 축구 드라마 ‘테드 래소’ [9] 쏘맥 2024.04.28 295
126091 마이클 잭슨 Scream (2017) [3] catgotmy 2024.04.28 190
126090 [영화바낭] 영국산 필리핀 인종차별 호러, '레이징 그레이스' 잡담입니다 로이배티 2024.04.28 258
126089 시티헌터 소감<유스포>+오늘자 눈물퀸 소감<유스포> [5] 라인하르트012 2024.04.27 396
126088 프레임드 #778 [4] Lunagazer 2024.04.27 67
126087 [넷플릭스바낭] '나이브'의 극한을 보여드립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잡담 [2] 로이배티 2024.04.27 318
126086 민희진의 MBTI catgotmy 2024.04.27 506
126085 민희진이라는 시대착오적 인물 [10] woxn3 2024.04.27 1218
126084 레트로튠 - Hey Deanie [4] theforce 2024.04.27 90
126083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극장에서 보고(Feat. 파친코 김민하배우) [3] 상수 2024.04.27 294
126082 Laurent Cantet 1961 - 2024 R.I.P. [1] 조성용 2024.04.27 129
126081 뉴진스팬들은 어떤 결론을 원할까요 [8] 감동 2024.04.27 816
126080 장기하가 부릅니다 '그건 니 생각이고'(자본주의하는데 방해돼) 상수 2024.04.27 319
126079 근래 아이돌 이슈를 바라보며 [10] 메피스토 2024.04.27 702
126078 마이클 잭슨 Invincible (2001) [1] catgotmy 2024.04.26 127
126077 [KBS1 독립영화관] 믿을 수 있는 사람 [2] underground 2024.04.26 159
126076 뉴욕타임즈와 조선일보 catgotmy 2024.04.26 1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