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함없이 너는 그자리에 있어라."
시월 들어  가족 외의 사람들에게서 세 번이나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변함없이 여기 있겠다.'고 오직 스스로 결정한 경우보다 나은 것일까요?  아,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사람처럼 그들에게 보이는 거구나, 라는 생각만 합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들 모두가 이미 광장으로 걸어 나가 뒤얽혀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이윽고 그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우리의 거리가 멀어진 후에도 내가 과연 '변함없이 여기에' 남아 있을까 ? 자문해봅니다. 있을 것 같아요. 신념이기 보다는 유치한 자기애 같은 거겠지만.
근데 자기애 쪽으로 1 밀리미터 더 이동하기. 그 1 밀리미터를 위해서 철없는 포즈나마 취하는 게 쉽지는 않아요. 의미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무의미하더라도 엄청난 노고가 필요한 법이거든요.

2. 자문받을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은사님을 뵀는데, 선생님이 비밀스럽게 던져주신 말씀.
“ 20대는 놀아야 하는 나이인데 넌 마치 30대처럼 강렬하게 온갖 걸 고민하는 눈치였지.  30대는 그냥 열정적으로 일할 나이대인데  니가 40대처럼 겁없는 큰모험을 벌일까봐 걱정이다."
- 점치시는 김에 더 얘기해주세요. 제 50대는 어떻게 예상되세요?
" 50부터는 비밀스러운 나이대라 누구의 것도 예측 못하지. 이번에 히트 앤 런한 조국을 보렴.
- (먼산~)
"앗상블라주만 알아도 세상을 호락호락하게 보다가 중도작파하지 않지. 그런 거야. 나도 부질없이 가정만 하고 있다만."
(주: 앗상블라주 - '모으기, 집합, 조립'한다는 뜻으로 폐품을 이용한 미술작품 기법. 꼴라주와 비슷하나 앗상블라주는 3차원의 입체적인 성격이 강함.)

3. 신새벽의 까똑까똑~ 
머저리> 어 누나, '독서란 무엇인가?'에  열자 이내로 정의를 내린다면?
머저리누나> 신새벽에 별걸 다~ 뭐하자는 건데?
머저리> 이유 묻지 말고 떠오르는대로 한마디 던져주셈~ 

머저리누나> 독서란 용서다.
머저리>  forgive?
머저리누나> 아니, use book. 어떻게 책을 사용할 것인가? 라는 것.
머저리>  모 교수님이 낸 과젠데, 요거 써먹을 테야. 빠빠이~ 
(눈뜨고 코 베이는 세상. - -)

취할 건만 넙죽 받고 전화 톡 꺼버린 머저리님. 비밀 하나 말해줄게요.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음미하고, 기억잔치 벌여도 별 소용없어요. 그런 행위는 시간 속에서 빛바래는 행위예요.  
물론 그 정서적 놀이가 없어서도 안되지만, 올인할 건 못된다는 충고를 보냅니다. 
너님이 순간에 존재의 천사로 비상하면 그땐 인정해드리죠. 과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38
110247 신의 아그네스 [3] 가끔영화 2019.10.30 450
110246 요즘 힘이 되어주는 노래 2곡과 삶의 행방 [3] 예정수 2019.10.30 598
110245 제가 진짜 정치에 무지한데, 조국관련 드는 느낌이 이거거든요 [45] lem 2019.10.30 2067
110244 [한국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고 있는데 [21] 존재론 2019.10.30 1367
110243 오늘의 미야자와 리에 [4]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30 1440
110242 연봉 10% 내리고 5년간 동결하면 국회의원수 330명으로 늘리는 것 찬성합니다. [2] 왜냐하면 2019.10.29 668
110241 [넷플릭스] 인류애 돋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퀴어 아이 [4] 노리 2019.10.29 760
110240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4] 조성용 2019.10.29 1250
110239 [넷플릭스바낭] 홍콩 호러 앤솔로지 어둠의 이야기 1, 2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19.10.29 661
110238 오늘의 영화 자료 [3]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29 307
110237 Robert Evans 1930-2019 R.I.P. 조성용 2019.10.29 315
110236 [바낭] 코스프레_뉴욕 코믹콘 2019 [노출 주의] [2] 칼리토 2019.10.29 896
110235 82년생 김지영을 보고와서 [3] 예정수 2019.10.28 1597
110234 [곡성]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 [7] Joseph 2019.10.28 1151
110233 [벌새]의 김영지와 [쿨핫]의 서영전 [4] eltee 2019.10.28 913
110232 [넷플릭스바낭] 필리핀 액션 영화 '마리아'를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19.10.28 1003
110231 고양이의 은밀한 사생활 - bbc 다큐멘터리 [10] 존재론 2019.10.28 1235
110230 겨자를 저격한다, 신자유주의적 주체들, 사회보장제도와 하나님께 영광, 척척석사 대핀치? 외. [3] 타락씨 2019.10.28 874
110229 오늘의 둘리와 각종 만화 자료 [6]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28 526
110228 끝나지 않는 '대화' [5] 어디로갈까 2019.10.28 7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