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차 마시려다가

2019.11.12 00:30

Sonny 조회 수:698

서울우유 레트로 컵 세트가 있습니다. 아주 옛날에 유행하던 서울우유 로고를 새긴 컵 세트를 사면 옛스런 서울우유 로고가 새겨진 유리병을 사은품으로 줘요. 이게 이뻐서 이번에 처음으로 써먹었습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서 겔겔거릴 때마다 뜨끈한 물을 정수기에서 받아먹었죠. 커피포트가 없는 원시시대의 집에서 이렇게나마 몸을 회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맹물이 너무 맛이 없고 그냥 먹기 질리더라구요. 그래서 대추차를 타먹기로 하고 무려 두 봉지를 탈탈 털어놓은 뒤에 뜨거운 물을 콸콸콸 부었습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붓고 있는데 열전도가 심각하게 잘 일어나서 하마터면 병을 놓칠 뻔 했습니다. 이거 정말 실용성은 빵점이구나. 찬우유 먹을 때 말고는 쓸 데가 없다...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대추차가 새기 시작하는 거에요. 기분 탓인가? 아까 뜨거운 물이 담긴 병을 찬물로 씻었더니 그게 아직도 흐르는건가 이러고 있었는데 왠걸. 병에 금이 쩌저적 가있는 겁니다. 아예 세로로 해서 병 전체에 걸쳐서요. 괜히 식겁했습니다. 혹시라도 유리조각 들어갔을까봐 차도 버리고 병도 폐기해버렸어요.


뜬금없이 백종원씨가 생각나더군요. 골목식당 몇회차였는지는 생각안나는데, 와인잔에 미소된장국을 주는 돈까스집이 있었죠. 백종원씨가 그거 보면서 되게 화냈잖아요? 와인잔처럼 얇은 유리용기는 이렇게 뜨거운 액체를 담으면 쉽게 깨진다고. 제 깨진 병을 보면서 괜히 역정을 냈습니다. 그 돈까스집 사장 정말 미쳤네!! 어리석은 저에게 난 화를 애꿎은 경양식집 사장에게 쏟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뜨거운 음료는 좋게 좋게 텀블러에 마시기로 했어요. 지금은 <춘천, 춘천>을 보러가서 받았던 노랑 텀블러에 대추차를 받아 마시는 중입니다. 그렇게 맛있진 않군요. 하지만 따뜻한 걸 마시니까 기침이 멈춰서 한잔 더 마셔야겠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6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9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301
123657 천안함순직자 26년만에 보상금뜯어낸 나쁜엄마 사연보셨나요? [6] 외로운익명 2012.08.21 6205
123656 샤넬 신상 백 [15] 화려한해리포터™ 2012.10.23 6204
123655 외국남자를 만나는 여자. [27] 기역니은디귿 2011.09.17 6204
123654 어제 라스(라디오스타)는 레전드가 될듯 [19] soboo 2010.08.26 6204
123653 혹시 듀게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 받으신 분 있으신지. [30] 가드너 2012.02.10 6203
123652 공개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txt [18] 자본주의의돼지 2010.08.17 6203
123651 실패했습니다. [24] 엠엠엠 2015.07.13 6201
123650 아기 욕조 사건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09.05 6201
123649 근데 개고기 맛있나요? (이럴 때 저도 폭발 댓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45] 루이스 2011.06.27 6200
123648 달빛요정 이진원씨.. [73] 형도. 2010.11.06 6200
123647 <방자전> 보고 왔어요(스포일러 가능성 있습니다). [10] 나미 2010.06.05 6200
123646 35th Golden Raspberry Awards Winners [8] 조성용 2015.02.22 6198
123645 음악중심 사고쳤네요.ㅎㅎㅎ [9] 자본주의의돼지 2013.04.20 6198
123644 웃기게 생긴 에밀리 블런트 [9] magnolia 2012.08.03 6197
123643 로이킴 표절논란도 타블로 사태와 비슷하게 가네요. [20] 말줄임표 2013.07.20 6196
123642 성폭행씬, 여배우 동의없이 찍은 베르톨루치 감독을 보니.... [51] 경대낭인 2016.12.04 6195
123641 [넷플릭스] 제대로 된 작품하나 올라왔네요. [6] LadyBird 2019.12.01 6194
123640 과외교사-제자 살인사건 진실은 정말 미미여사 소설보다 끔찍하네요. [10] poem II 2013.08.08 6194
123639 “상담원 새끼가,대한민국 의대 교수가 우습냐?” [28] ML 2014.05.28 6193
123638 스마트 폰 안드로이드 아마존 킨들 어플 사용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8] herbart 2012.04.29 619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