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

2019.11.20 16:01

타락씨 조회 수:1297

'대화'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사람이 주고받는 의사소통'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죠.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사소통 능력을 '심각한 수준'이라 평가한 바 있고, 그 뒤로도 개선을 기대할 근거가 없었기에, 이번 이벤트 소식은 좀 의외였습니다. '임기 2년 반동안 지옥 특훈이라도 받았나, 뭘 믿고 저러지?' 싶더군요.

잠깐 들여다보니 청와대와 민주당의 얄팍한 미디어 전략은 3년 전과 달라진게 없어보이더군요. 혐오스러운 기획이라 총평할 수 있을텐데, '무작위로 추첨한 300명 시민과의 100분간 대화'에서부터 이 기획이 노리는 바가 투명하게 드러나죠.

300명 모두와 대화한다면 인당 문답에는 20초씩만을 할애할 수 있고, 이중 일부와 대화할 뿐이라면 발언 기회를 갖지 못한 시민들은 무대 장치로 동원된거죠. 300명의 시민들은 '발언 시간'과 '발언 기회'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고, 이로 인해 그의 발언은 다른 시민들에 의해, 그리고 내적 윤리에 의해 제한받게 됩니다. 이 구도 아래서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대화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답변에 대한 피드백도 있을 수 없죠.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시민들의 발언을 듣는데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이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대충 내놓는 무의미한 답에 대한 좋은 변명이 됩니다.

전임 대통령보다 별로 나을게 없어보이는 현 대통령의 지능과 의사소통 능력, 정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이 포맷으로 인해 감춰지고, 제 말을 들어달라 아우성치는 가여운 백성들과 인자하신 대통령의 이미지만 남는거죠. 팬미팅이란게 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많이 보던 그림이죠? 앙다문 입을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때는 아직 대머리가 아니었던 문재인의 v진.정.성.v

청와대 대변인인 고민정은 '연출되지 않았음'을 강조하지만, 참여자들의 행동 양식을 결정짓는 포맷이 곧 연출이죠. 고민정이 사기치려던게 아니면, 정확한 서술은 '대본이 없었다'일테고, 그건 사실일지도 모르죠. 진정성 드립을 치려면 뭐라도 재료는 있어야 할테니. 고민정이 말한 '작은 대한민국'이란 개념이 좀 재미있더군요. 그 스튜디오를 떼어서 어디 작은 섬에 옮겨놓으면 2주 안에 실각할 것 같던데..

소통하는 대통령을 어필하고 싶고, 바리사이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전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는 빡대가리가 아니라면 tv 정책 토론 가시는게 좋지 않겠나 건의하고 싶네요. 대의제 민주주의 부정하는게 아니면 깔끔하게 1 on 1으로 순회 토론 가시죠? '박근혜와는 다르다, 박근혜와는!!'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겁니다. 옆구리에 팔뚝 꽂히기 전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66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20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386
6038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541
6037 아프리카 BJ여대생의 19금 방송 [12] catgotmy 2010.11.05 38982
6036 타블로 신곡이 나왔네요. [8] CrazyTrain 2011.10.14 35996
6035 공문서 쓰기에 가장 간지나는 폰트는 무엇일까요. [22] Paul. 2010.10.18 34229
6034 자신의 장점을 자랑해 봅시다! [77] soda 2013.02.15 27256
6033 [듀나인] 대댓글 다는 것은 모바일만 되는 건가요? [15] 수프 2012.06.28 23774
6032 연예인 A양 진실 사이트까지 생겨나다니( 혐오스런 문구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펑!) [13] chobo 2011.12.05 23390
6031 마크 트웨인의 자위에 관한 연설. [14] philtrum 2010.09.08 21895
6030 당분간 게시판이 좀 덜컹거릴 겁니다. [5] 룽게 2014.01.23 20555
6029 자기 전에 하는 일 + 영시추천 [3] 미루나무 2011.03.10 20475
6028 외국연예인 글자 문신 [5] 가끔영화 2011.12.11 19899
6027 사각 턱 여배우 [36] magnolia 2010.08.26 19429
6026 a la mode의 유래 [5] 해삼너구리 2011.11.21 17994
6025 아래쪽 매복사랑니 뽑아보신분? 후기들이 하도 무서워서 덜덜덜 떨고있어요. [47] Paul. 2011.03.15 16443
6024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 성추행 논란 [4] chobo 2010.09.21 16182
6023 소소한 말장난 개그 모음. [14] 남자간호사 2011.05.17 16151
6022 (스압) 앤 헤서웨이,아만다 사이프리드,에바그린,클로이 모레츠의 공통점은? [19] 자본주의의돼지 2013.01.12 16126
6021 엄앵란 신성일 리즈 시절 가끔영화 2011.04.24 15715
6020 [고양이] 잠오는 고양이들 [3] 여름문 2011.03.20 14493
6019 이동진 평론가 나이가 어떻게 되죠 [10] 가끔영화 2011.04.20 138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