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고양이 생태보고서 4

2019.12.20 01:30

ssoboo 조회 수:508


난 이 공원을 오랫동안 지켜오신 캣맘들에게 왠지 방해가 되는거 같아 그 분들 나타나는 시간대를 확인해뒀다가 비는 시간을 찾아

공원냥이들과 놀고 있는 날라리 캣엉클입니다.


DA8-F170-D-EC2-B-4242-A073-984-B965-FA959


위 사진은 알고 지낸지 삼개월만에 옆자리를 내어주는 사이가 된 절친 구월이 입니다.

다른 공원냥이들은 추운 날씨에 공원의 차가운 돌바닥이 싫을텐데도 벤치에 잘 안올라 가는데

구월이는 이 공원의 캡틴냥 답게 서슴 없이 올라와 앉아요.  

(보통 저녁 늦은 시간에 별도의 조명 없이 나이트모드로 찍는 사진이라 화질이 구려서 그렇지 참 이쁘고 멋진 냥이십니다)


구월이 구역에 평소 다른 냥이들을 먹고 있는 사료 더미에 대가리를 들이밀고 뺏어 먹고 

까부는 천방지축 양아치 같은 냥이가 하나 있어요. 

얼마전에 구월이가 그 냥아치를 단숨에 암바 비슷한 기술로 꼼짝 달싹 못하게 제압하고 목을 꾹 무는 시늉을 하며 

조용하면서도 우아하게 그러나 매우 위협적으로 ‘참교육’ 시키는 진귀한 장면을 보여주더군요.

그냥 서로 솜뭉치 잽을 허공에 날리며 토닥거리는 쌈은 흔히 봤지만  이렇게 상대의 명줄을 끊을 수도 있는 영역다툼 & 서열싸움은 처음 봤어요.


상해의 겨울날씨는 비가 잦은 편입니다.

한 겨울에 일주일간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운이 좋아 공원 가는 시간에 비가 잠시라도 그치면 냥이들을 만날 수 있지만 

보통은 비가 많이 오면 냥이들 보기가 쉽지 않아요.  

냥이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비 맞는걸 끔찍해하기 때문에 나타나질 않거든요.


상해는 엊그제부터 비가 내리고 있고 다음주 월요일에 잠시 햇볕을 볼 수 있을거라는군요.

이젠 제법 익숙해진 끔찍한 상해의 축축한 겨울날씨지만 올 겨울은 냥이들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정이 생겨서

조금 힘이 들겠어요.


모든 관계는 시간이라는 힘을 통해 진정한 발전을 할 수 있는거라 알고 있어요. 

찰나의 인상이나 어설프고 반짝이는 쇼 따위가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되는 만남과 그 속에서 축적되는 신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록 단단해지는데 동네냥이들과 친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더군요.

그리고 제 기준으로 친해진다는건 서로 아무말 안하고도 나란히 옆에 앉아 멀뚱거려도 하나 어색하지 않은건데 냥이들이 딱 그래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5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1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08
123517 외국남자를 만나는 여자. [27] 기역니은디귿 2011.09.17 6204
123516 어제 라스(라디오스타)는 레전드가 될듯 [19] soboo 2010.08.26 6204
123515 혹시 듀게에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 받으신 분 있으신지. [30] 가드너 2012.02.10 6203
123514 공개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txt [18] 자본주의의돼지 2010.08.17 6203
123513 실패했습니다. [24] 엠엠엠 2015.07.13 6201
123512 아기 욕조 사건 [10] 자본주의의돼지 2013.09.05 6201
123511 달빛요정 이진원씨.. [73] 형도. 2010.11.06 6200
123510 <방자전> 보고 왔어요(스포일러 가능성 있습니다). [10] 나미 2010.06.05 6200
123509 음악중심 사고쳤네요.ㅎㅎㅎ [9] 자본주의의돼지 2013.04.20 6198
123508 근데 개고기 맛있나요? (이럴 때 저도 폭발 댓글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45] 루이스 2011.06.27 6198
123507 웃기게 생긴 에밀리 블런트 [9] magnolia 2012.08.03 6197
123506 35th Golden Raspberry Awards Winners [8] 조성용 2015.02.22 6196
123505 로이킴 표절논란도 타블로 사태와 비슷하게 가네요. [20] 말줄임표 2013.07.20 6196
123504 [넷플릭스] 제대로 된 작품하나 올라왔네요. [6] LadyBird 2019.12.01 6194
123503 성폭행씬, 여배우 동의없이 찍은 베르톨루치 감독을 보니.... [51] 경대낭인 2016.12.04 6194
123502 과외교사-제자 살인사건 진실은 정말 미미여사 소설보다 끔찍하네요. [10] poem II 2013.08.08 6194
123501 “상담원 새끼가,대한민국 의대 교수가 우습냐?” [28] ML 2014.05.28 6193
123500 그럼 재미있는 프랑스 영화는? [45] DJUNA 2010.08.08 6193
123499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 입니다. (여성편) [16] 다펑다펑 2013.01.16 6192
123498 이상은씨 좀... [42] 달빛처럼 2010.07.22 61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