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화된 게시판

2019.12.20 17:24

cksnews 조회 수:1161

정말 지금까지 전 나름대로 잘 버텨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별 얘기 안하려고 어떻게든 최대한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이런일 생기면 리플로 한 마디만 띡 던지고 도망갔었거든요. 이번에는 결국 얘기를 하게 되네요. 

패턴도 이런 패턴이 없습니다. 사실 패턴이라기도 뭐하고, 고정 루틴으로 보는게 맞겠군요. 

도식화 하자면 이런 식이죠. 

누군가가 소위 '빻은'(소리라고 다수 듀게 유저들이 인식할) 말을 합니다. 그 분은 이를 참을 수가 없기에 글 쓴 누구를 잔뜩 빻인 구데기 취급을 합니다. 구데기 취급 받은 누구는 분기탱천하여 그 분을 공격하고, 곧 난장판 싸움이 일어납니다. 이에 오지랖 많은 다른 누군가가 '점잖게' 한 마디 합니다. 그 분은 한 마디한 다른 누군가에게 빻은 소리한건 저 누구인데 왜 나만 욕하고 있냐면서 결국 네놈도 빻았다고 니도 누구랑 한패냐 혹은 니도 버러지라고 밀어 붙입니다. 이제 다른 누구와도 설왕설래가 오가다가 다른 누구도 역시나 멘탈이 터져서 그 분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이미 난장판이 된 게시글에 또다른 누군가들이 난입해서 내가 옳네 니가 그르네하며 한 마디씩 던집니다. 물론 누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는가는 때마다 다릅니다. 어쨌든 이 지점 즈음해서 보이는 양상은 대체로 소위 '욕설'을 니가 먼저 했네 안했네가 중요 쟁점입니다.

이쯤까지 오면 이후 진행은 두 가지로 갈리는데, 대체로는 그냥 여기서 유야무야 가라앉습니다. 하지만 멘탈이 터진 자 중에 좀 더 분기탱천하는 쪽은 그 분의 저격글을 쓰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젠 조금 더 일이 커지고 쟁점도 확장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멘탈이 터져서 저격글을 올린 분은 대체로 처음 싸움이 일어난 누구가 아니라 싸움 중에 끼어든 다른 누구인 것입니다. 아무튼 이쯤되면 쟁점이 변하는데, 물론 허구언날 나오던 쟁점입니다만, 도편추방제를 하네마네 관리자가 버린 게시판이네 뭐네 유저 하나 다굴빵 치는건 옳네 안옳네 내가 맞고 니가 그르네 하면서 온통 쌈박질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콜로세움이 세워집니다. 

여기서 그 분의 영웅적인 투쟁은 백가쟁명의 혼탁한 상황에서도 군계일학인지라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데, 흡사 장판파의 장비 혹은 떼르모필레 육상 전투의 스파르타 300인이 눈 앞에 장엄하게 재현되는 듯한 실로 거룩한 광경입니다. 먼 예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인상적으로 남은 광경 중 하나가(아마 제게 직접 하신 말씀이라서 더욱 그렇겠지요) 나를 꼰대라고 지적하는 행위를 하는 네가 꼰대고 난 꼰대가 아니다 라는 취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었지만, 귀중한 가르침 제 삶의 지표 중 하나로 삼고 있지요. 이렇게 사방천지에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지만 이미 늙을대로 늙었고 삶에 지친 대다수의 듀게 유저들(중에서도 있는 힘 없는 힘 짜내서 게시글이나 리플을 쓰는 분들)은 차츰 체력이 다 떨어져서 하나 둘 나가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간 정전이 발생하고 다시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누군가의 바낭에 의해 다시 게시판이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올해 있었던 연등씨의 폭주는 여러모로 상당히 이례적이긴 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마무리 됐죠.

이게 하도 패턴화되서 전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는 단계지만, 이번엔 뭔가 변화가 일어날까 하는 기대에 지금껏 필사적으로 막았던 봉인을 깨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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