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2019.12.23 04:33

보들이 조회 수:982

이번 주에 씨름의 희열도 결방해서 허전하던 차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웬 수도원 이름이 올랐길래 보니 다큐멘터리 방송을 하더라구요.

kbs에서 만든 3부작인데 1회 시청률이 4.5%이고 실검 1위를 할 정도면 다큐로서는 상당한 결과 아닌가 싶어요. 

성탄에 맞춘 방송이어서인지.. 그 곳의 무엇이 그리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걸까요.

수도원의 이름에 걸맞게 철저한 고립과 침묵, 청빈의 생활을 하는 수도사들의 삶이 거기 있었어요.

한국 유일이자 아시아 유일이라는 봉쇄수도원의 건물은 종교성을 드러내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은, 그냥 최대한 싸게 지은 가건물이었어요.

종교 의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자재 이외의 모든 것은 그냥 실용적인 것, 저렴한 것들, 스뎅 식기와 낡은 슬리퍼들, 은촛대 하나 없는 예배당..    

한 젊은 수도사는 자기 방의 십자가 마저 그냥 흰 종이에 싸인펜으로 그린 것을 붙여 놓고 있었어요. 

그걸 내내 쳐다보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모습..

혼자 식사를 하는 어느 서양인 수도사의 식탁에는 오직 흰 밥 한 그릇만 있었구요. 

서양식으로 하면 밀가루로만 만든 빵 한덩이의 모습과 비슷할지.. 

찬 한 가지 없이 식은 밥을 젓가락으로 떠서 조용히 씹는 모습.

수도사들의 의복은 무척 정갈했어요.

실내에서는 주름 하나 얼룩 하나 없이 깨끗이 손질된 흰 수사복, 노동할 때는 실용적인 진jean 소재의 수사복, 산책 갈 때 입는 건 역시 잘 손질된 베이지색 수사복.

영상을 아직 보기도 전에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마 제일 좋은 건 이 고해 속에 안 태어나고 안 사는 것이었겠지만, 그 다음으로 복이 있다면 그건 구도자가 되는 삶이 아닐지..

21세기에 천 년 전에 정한 수도회의 규율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

그 분들의 평안을 기도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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