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정쯤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왔지요.


근처 놀이터에서 어린애들 노는 소리가 들리길래 평소의 자유로운 영혼들(?)이겠구나... 하고 무심코 쳐다봤는데,

아무리 높게 봐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1 정도 되는 아이들 남녀 여덟명 정도가 놀이터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흔한 쌍욕 한 마디도 안 하고 아주 즐겁고 건전하게 피구에 전념하는 자정의 어린이들.


왜죠...



2.

아래 어제부터 익명님의 '매너' 관련 글을 읽고 그동안 경험했던 가벼운 학교 폭력 사건들이 떠올랐어요.

가볍다... 라는 표현이 영 찝찝하지만 어쨌든 뉴스에 나오고 그럴 일과는 아주 거리가 먼 평범한 애들 다툼 수준에서 끝나고 수습된 일들이었죠.

대략 10년쯤 전부터 이런 다툼에는 꼭 단체 카톡방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방이 끼어들게 마련이고, 이런 데 개입하다 보면 당연히 그 채팅방의 대화들을 훑어보게 돼요.


근데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 중 최악의 막말과 비교해도 한참 아득하게 우월한 막말의 바다가 거기에 있거든요. 일부라도 게시판에 옮길 엄두도 안 날 정도.

그런데 그 막말 잔치에 참여한 애들 중 거의 대부분이 학교에서 그냥 평범하게, 딱 그 또래 답게 잘 지내는 녀석들이라는 거.


한 번은 정말 심각한 폭력 사건을 저지르고 재판도 받고 보호관찰까지 받는 상태로 강제 전학 온 녀석을 만난 적도 있었는데,

역시 그냥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평범한 녀석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 센 척 하다가 (본인도 쫄았던 거죠) 금방 헤헤헤거리며 잘 지냈어요.

같은 반 아이들도 갸가 전학 온 이유를 빤히 알면서도 금방 적응해서 평범하게 어울려 지냈죠. 그 정도로 특별할 게 없는 녀석이었으니까요.


사람이란 참 알 수가 없죠.



3.

지지난 토요일쯤 이베이 옥션인지 옥션 이베이인지에서 어떤 물건을 하나 질렀습니다.

직장에서 쓰려고 구입한 물건인데 가능하면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었는데 이놈이 기다려도 기다려도 계속 미국내 이동 중이에요.

일주일쯤 지나도 계속 미국 내에서만 이동중이라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어 판매자 정보를 봤더니 아틀란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더군요.

제가 구입한 사이트에서 국제 발송 전 물품 검수를 위해 운영하는 물류 창고는 오레곤에 있구요.

그런데 저는 고등학생 이후로 남의 나라 지리를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뭐가 어딘지 알지를 못 해서 구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99646F445E022C2A0E


납득.


이렇게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은 셀프 신년 선물로(...)



4. 

한때 매주 아이돌 음악 방송을 다 챙겨 보면서 아이돌 잡담 글을 올려대던 시절도 있지만 요즘엔 정말 그 쪽에 관심이 없어서 아는 것도 없습니다.

집 -> 직장 -> 집 -> 직장만 반복하다 보니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노래들 듣고 다닐 일도 없고 티비까지 안 보니 최신곡들 전혀 모르구요.

근데 대략 1년 전에 교내 공연 준비하는 어린이들 때문에 강제로 100번쯤 반복 청취를 당하면서 억지로 꽂혔던 노래가 하나 있어요.

그렇게 지겹도록 들으면서도 제목을 몰랐는데 유튜브에다가 가장 많이 들리던 단어를 쳐보니 바로 나오더군요



강제로 꽂혔다... 고 적긴 했지만 노래가 꽤 좋습니다. 정확히는 제 취향이에요. 제가 원래 이렇게 즐거운 척하면서 실상은 청승맞은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ㅋㅋ

고작 1년 전 일이지만 이 시즌이 돌아오니 생각이 나서 간만에 한 번 들어봤는데, 역시 좋군요.


사실 이 노래 때문에 오마이걸에 아주 약간 관심이 생겨서 다음 신곡 나왔을 때 바로 들어봤었는데,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ㅋㅋㅋ 그냥 쭉 이 노래로 기억하는 걸로.



5.

그러니까 이제 1주일 뒤면 원더키디의 해란 말이죠.

그리고 석달 있으면 제가 '학부모'가 되고 아직도 핏뎅이 같은 저희집 첫째는 12년 레이스를 시작한단 말이죠.


뭔가 생각이 복잡해지려는 기분이지만 실은 다 필요 없고 미쿡에 있는 제 물건이나 얼른 통관해서 올해 안에 도착했음 좋겠습니다. ㅋㅋㅋ


머리 속이 복잡해질수록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폼나게 설명은 못 하겠지만 그냥 그게 좋은 것 같아서요. 다른 분들에게 권장할 생각은 없고 그냥 전 그렇습니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요.


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41
110967 [넷플릭스바낭] 듀게 분들 많이 좋아하실 것 같은(?) 드라마, 블렛츨리 서클을 봤습니다 [14] 로이배티 2020.01.05 1290
110966 2020 National Society of Film Critics Awards Winners [2] 조성용 2020.01.05 464
110965 #Pray for Australia [3] skelington 2020.01.05 644
110964 아카데미상에 저예산 영화상을 따로 만든다면 메이저 영화사들이 못하게 할 듯 [14] 가끔영화 2020.01.04 719
110963 [넷플릭스]빨간머리 앤 시즌3 [8] 노리 2020.01.04 2277
110962 공수처법 통과 비하인드 스토리(알릴레오, 이해찬, 유시민) 왜냐하면 2020.01.04 734
110961 결혼 이야기의 이 영상이 올라왔네요 [1] 예정수 2020.01.04 672
110960 [KBS1 신년특집 다큐인사이트] 보일링 포인트 underground 2020.01.04 566
110959 잠이 깼습니다. [4] 가라 2020.01.04 671
110958 이런저런 일기...(행복과 건강, 딸기빙수) 안유미 2020.01.04 429
110957 순간 정신줄을 놓으면-간헐적 단식 그닥!!! [15] 산호초2010 2020.01.03 1133
110956 지금 네이버 무료 영화 목록이 나름 역대급이네요 [7] 로이배티 2020.01.03 1389
110955 조국(이라고 쓰고 문재인이라고 읽...)이 싫은거지 검찰개혁이 필요없단 말은 아냐. [11] 졸려 2020.01.03 1404
110954 [회사바낭] 승진 [17] 가라 2020.01.03 975
110953 검찰들아 잘 놀았냐? 이제 긴장해라... 도야지 2020.01.03 561
110952 조인스 프라임 구독후기 [1] 예정수 2020.01.03 1442
110951 조국씨 임명 때 불었던 광풍은 무었이었을까요 [51] Usetheself 2020.01.03 1918
110950 [바낭] 영상편집 어떻게 해야할까요? [9] skelington 2020.01.03 516
110949 [바낭] 게시판 태그 버튼 눌러보셨어요? [5] oldies 2020.01.03 383
110948 [넷플릭스바낭] 인도제 호러 앤솔로지 '고스트 스토리'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0.01.03 84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