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22:42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허진호의 두 번째 사극입니다. 이번 주인공은 세종과 장영실이에요. 영화는 그 운없는 어가 사고 사건으로
시작해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두 천재의 관계를 그립니다. 그리고 이 모든 비극적인 사건에는, 우리만의 달력을 갖는 것으로 시작해
우리의 문자를 발명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세종의 문화적 독립의 야망이 깔려 있습니다.
잘 만든 영화인데, 전 그렇게까지 재미있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완성도보다는 영화가 역사와 캐릭터를 다루는
방법이 저와 잘 맞기 않았기 때문이죠.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종과 장영실의 알페스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알페스가 밍밍한 건 소비자가 먹고 싶은 것만 골라서 주기 때문이죠. 이 영화를 이끄는 논리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세종대왕님이 장영실에게 그랬을 리가 없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거야!" 그 설명을 위해 '역사적 상상력'이 동원됩니다.
그 결과는 21세기를 사는 요새 관객들의 '캐해석'에 그럭저럭 잘 맞습니다. 영화의 민족주의적인 주제와도 맞고요.
단지 모든 게 지나치게 편리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세상의 이해를 받지 못하는 고독한 두 천재 이야기에
맞추어지다보니 두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납작해지고 주인공들 역시 조금씩 평평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캐해석'에 그럴싸하게 잘 맞는 '역사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해결책에 대해 말하라면, 세종이
당시 시각장애가 있는 뚱뚱한 남자였고, 그런 일을 할 손기술 따위는 있을 리가 없다는 걸 다들 조용히
무시하는 것 같습니다.
사극이 과거를 그대로 재현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이 익숙한 이미지와 해석에 안주하는 이야기들은 점점 심심해지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구미에
복종하는 이미지 밖에서 이야기와 인물들을 볼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19/12/31)
★★★
기타등등
한국 사극의 대사들은 여전히 불만스럽습니다. 역시 당시 언어를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고증은 필요합니다. [천문]의 대사는 어설프게 현대적이라 자꾸 씹혀요.
감독: 허진호,
배우: 최민식, 한석규,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오광록, 박성훈, 전여빈
다른 제목: Forbidden Dream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49803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1381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4 |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2012) [2] [7] | DJUNA | 2013.05.27 | 11844 |
63 | 밀크 Milk (2008) [1] [36] | DJUNA | 2010.02.23 | 11849 |
62 | 삼국지: 명장 관우 Guan yun chang (2011) [7] [1] | DJUNA | 2011.05.15 | 11868 |
61 | 1987 (2017) [3] | DJUNA | 2017.12.14 | 11920 |
60 | 아이들... (2011) [5] [2] | DJUNA | 2011.02.01 | 11923 |
59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 [1] | DJUNA | 2010.04.22 | 11953 |
58 |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2015) [4] | DJUNA | 2015.11.11 | 12056 |
57 | 제보자 (2014) [4] | DJUNA | 2014.09.20 | 12151 |
56 | 레토 Leto (2018) | DJUNA | 2018.12.26 | 12213 |
55 | 폭스캐처 Foxcatcher (2014) [5] | DJUNA | 2015.02.18 | 12262 |
54 | 박열 (2017) [2] | DJUNA | 2017.06.16 | 12268 |
53 |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Di Renjie (2010) [8] [1] | DJUNA | 2010.10.03 | 12310 |
52 | 로얄 어페어 En kongelig affære (2012) [5] [2] | DJUNA | 2012.12.24 | 12565 |
51 |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My Week with Marilyn (2011) [4] [36] | DJUNA | 2012.02.21 | 12659 |
50 | 머신건 프리처 Machinegun Preacher (2011) [5] [3] | DJUNA | 2012.05.14 | 12668 |
49 | 가비 (2012) [16] [1] | DJUNA | 2012.03.07 | 12763 |
48 | 히스테리아 Hysteria (2011) [5] [2] | DJUNA | 2012.08.19 | 12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