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한식을 세계화해야 하죠?

2010.12.14 02:00

marian 조회 수:5724

'무한도전' 팬이라 잠자코 있었습니다만은, :-)

 

이번 예산 통과 때문에 '한식 세계화' 문제가 비판의 초점이 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건이 문제시되는 건 '한식 세계화' 자체라기보다는

"애들 급식 예산은 줄이면서, 영부인이 진두지휘해 뉴욕에 식당 내는 데에 예산을 들여?"

"형님 예산뿐만이 아니라 마누라 예산이군!"와 같은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치중한 느낌이라,

'한식 세계화' 자체에 대해서는 보통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어요.

 

'무한도전'을 봤더니

'한식 세계화'는 공익 중의 공익 사업처럼 간주되고 있더군요.

 

정말 그런가요? 왜 그렇죠?

"국격을 높이고", "국가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요즘의 유행이고 트랜드이고 대세이기 때문에

별 일도 아닌 것을 추켜세우거나 그럴 듯한 일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뉴요커들이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거나 된장찌개를 시켜먹으면,

그것이 '한국(인) 공동체'에 어떠한 실익이 있나요?

 

물론 그 음식을 파는 이들이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지요.

그런데 그건 사익에 속하지 공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싶어요.

 

뉴요커들이 중국 음식을 많이들 시켜먹습니다만,

그래서 중국의 국가적 품격과 이미지, 국익이 상승된건가요?

 

오 - 타임스퀘어에서 우리 음식을 광고하는군 -   눈물이 날 것 같아 -   참으로 보람찬 일을 했어.

오 - 뉴욕의 한식 식당에 국비를 지원하는군 -   이거야말로 국가가 세금을 들여 해볼만한 일이 아닌가! 참으로 올바른 쓰임새야!

 

이런 생각을 품게 된다는 것이 상상조차 안 됩니다.

 

오히려 소와 줄다리기를 한다거나 전철과 달리기 경주를 하는 '병맛스러운'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무의미하고 쓸데없는 일을 마치 세계를 구하는 초인처럼 정말 열심히 하는 건 꽤 웃기기도 하고

때론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주인공이 하는 작업들처럼 숭고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일이 아닙니까?

 

나아가서,

이번에 '무한도전'이 함께 작업한 분이 뉴욕타임즈에 독도 광고를 싣는다거나 하는 일을 한 사람인 모양인데,

큰 선행을 했거나 나라를 구한 사람처럼 소개를 하더라구요.

저는 그 분이 했다는 일들을 보고선 '왜 밥 먹고 저런 쓸데없는 일을 할까?'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독도 문제를 미국인들의 잡지에 광고한다는 것이

(잘 이해는 안되지만)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높이는 국내용 행사는 되겠으나,

외교적 문제를 제3국의 일반 잡지에 광고로 알리는 것이 도대체 무슨 실익이 있는지 아리송할 따름입니다.

 

사실 '세계화'라는 게 결국은 '(한국의) 미국화' 혹은 '미국에 한국의 존재를 (애처롭게) 알리기'일텐데,

그렇게 놓고 봐도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거든요.

 

 

 

뉴저지에 사는 마이클 케인(46세) 씨는 어느 날 아침 우연히 뉴욕 타임즈를 읽다가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광고를 보게 됩니다. 그는 그만 그 광고에 사로잡힙니다.

"이렇게 억울할 데가!" 

그는 사실 한국, 일본, 태국, 대만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만,

어떤 우주적 계시가 그의 뇌리를 강타하면서  일본이라는 거대 악의 존재를 알게 되고

영원한 혈맹이자 '비빔밥'의 나라인 한국과 운명적 사랑에 빠집니다.

그는 오후에 사업가 마쓰모토 켄(52세) 씨와 만나 큰 계약을 체결하게 되어 있었습니다만,

독도 광고로 인해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완전 포기할 때까지 마쓰모토 켄 씨를 사무실에 가두고 풀어주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점심으로는 회사 근처의 한인 식당에서 향기로운 청국장을 사먹어야겠다고 중얼거리면서

그는 옷장에 숨겨둔 레밍턴M700소총과 탄약통을 꺼내 차로 걸어갑니다.

'아차, 할부로 도요타 차를 구입했던 걸 잊었군. 5개월쯤 됐나? 그냥 중고로 팔아버려야겠어!'

케인 씨는 레인 코트를 입고 그 안에 소총을 숨긴 채 버스를 이용해 출근하기로 결정합니다.

 

 

 

... 뭐 대충 이런 걸 기대하는 건가요?

 

농담이 아닙니다! 전 정말

 

"한식의 세계화"

 

"뉴욕타임즈에 독도 광고 싣기"

 

이런 걸 뿌듯해 하는 사람들이 어떤 광경을 상상하고 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구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8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084
111296 미국은 이미 아카데미 시즌이 개막했군요. [6] 지루박 2010.12.13 1623
111295 혼자 여행 잘 다니시나요? 혼자 여행도 씩씩하게 잘 다니고 싶네요. [11] whitesun 2010.12.13 2843
111294 얼굴 안 보이는 유명인사 하니 생각나는 방송 하나. [2] 자본주의의돼지 2010.12.13 8644
111293 김연아를 기다리며... [9] dong 2010.12.13 3234
111292 크고 아름다운 수제버거 [21] 푸른새벽 2010.12.13 5776
111291 케이윌&효린(시스타) 듀엣 - Whenever You Call (머라이어 캐리) [2] 둘세데레체 2010.12.14 1936
111290 주말동안 와우를 했지요 [3] 메피스토 2010.12.14 1622
111289 지금, 잠이 옵니...다. [5] 둘세데레체 2010.12.14 1458
111288 여의도, 예성(구 수가성) - 한우 코스 [13] 01410 2010.12.14 3484
111287 Everything but the girl - The future of the future , Night and day [2] 쥐는너야(pedestrian) 2010.12.14 1273
111286 싸움을 보다.(영화말구요.) [3] 말린해삼 2010.12.14 1503
111285 최근 가요 제목 중에 가장 도발적이네요.jpg [2] 자본주의의돼지 2010.12.14 3664
111284 텍스트큐브가 망했군요 [3] 아침엔 인간 2010.12.14 3020
111283 요즘 즐겨듣는 노래 [1] 늦달 2010.12.14 1288
» 도대체 왜 한식을 세계화해야 하죠? [71] marian 2010.12.14 5724
111281 뉴욕 비평가협회 수상 결과, 마더는 다른곳에서 또 상을 받았네요. 케이티페리 2010.12.14 1740
111280 (바낭)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1] hwih 2010.12.14 1108
111279 MAN-U , CLASS OF 92 맨유의 황금세대를 보니 우리네 학창시절과 비슷한 것 같네요. thugmong1 2010.12.14 1503
111278 타임스 광장 광고보다는 [1] 푸네스 2010.12.14 1610
111277 [듀나인] Blu-Spec CD의 음질 ? [5] mezq 2010.12.14 169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