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두 그룹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며 오래가주길 바랬어요. 두 그룹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적도 없었고, 제대로 붙어본적도 없었고, 팬들사이에도 서로가 라이벌이다, 라고 생각한 것 같진 않지만, 저는 이 두 그룹이 동시에 존재했다는 게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사실 이 두그룹의 라이벌 전이 성립이 안되는 게 두 그룹이 강한 분야가 각각 달랐어요. 동방신기는 요즘같은 시대에도 나오면 하프 밀리언을 파는 음반 괴물이었고, 빅뱅은 음원 + 모바일의 초 강자였죠. 음반도 괜찮게 팔긴 했지만, 동방신기에 비하면.. 


 이 두 그룹은 우리나라 최고 기획사, SM과 YG의 다른 지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그룹이기도 하죠. 동방신기는 SM의 장기인 비쥬얼에선 여태까지 보이밴드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고, 다섯명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 화려한 군무에 가창력도 굉장히 우수한 팀이었죠. 이 팀은 아마 못생겼었다면 실력을 더 인정받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저는 이 그룹의 일본활동은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나중에 Love in the Ice 라는 곡과 제목이 긴 일본어라서 잘 모르겠는데 "왜 너냐?"라고 팬들이 줄여부르는 그 곡을 듣고는 우와.. 싶더군요. SM이 보아 하나로 버티던 시절에, 준비하던 여러 그룹의 메인 보컬급만 모아서 최후의 한방으로 내보냈다고 하는 팀이니 만큼.. 요즘 같은 아이돌 전성시대에는 다시 나오기 어려운 팀이 아닐까 합니다. 




 빅뱅은 동방신기와는 지향하는 바가 완전히 다르죠. 동방신기가 보이밴드의 거의 끝판왕 같은 느낌으로 등장한 그룹이라면, 빅뱅은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진 다섯명의 끼 많은 소년들을 모아서 그 재능을 한껏 살려주는 팀이랄까. 이 팀을 보면 각자의 캐릭터가 굉장히 뚜렷하고 또 무대에서 그게 잘 살아서 좋아요. 이 그룹의 무대를 보면 지 드래곤이나, 태양, 탑, 승리, 대성 등 각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캐릭터를 발산을 시간을 주어지고, 또 개개인의 솔로 활동도 굉장히 활발하죠. 그래서 다섯명이 다 모인 모습을 보면 뭔가 올스타 같은 느낌마저 드는게. 지드래곤이나 태양같이,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한 팀에 모여 한 목소리로 노래 한다는게 재밌죠. 그렇기 때문에 노래도 굉장히 복잡하고 다이나믹 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탑에게 그 멋진 솔로 시간도 주어야 하고, 지드래곤이 랩을 할 시간도 주어야 하며, 태양, 승리, 대성이 노래를 할 시간도 주어야 하니까요.



  저는 이 두팀이 조금 더 대립각을 세우고 정면으로 붙었다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해요. 예전 에쵸티랑 젝스키스는 사실 말만 라이벌이었지, 에쵸티의 일방적인 게임이었는데, 이 두 그룹은 사실 누가 더 인기가 많느냐, 라는 질문에서 딱히 한 그룹을 대기가 어렵죠. 팬덤의 크기에선 동방신기를 따라올 자 없을 꺼고, 가요계의 트렌드를 바꿔놓았던 힘에선 빅뱅이 압도적인 것이고. 실력?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두팀에 대고 누가 더 실력이 좋은가, 를 논하기도 어렵죠. 어쨌든 이 두그룹이라면 국가 대표급으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보이밴드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보이밴드 진화의 정점에 선 그룹이랄까. 앞으로도 이 둘보다 나은 팀은 오랫동안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동방신기의 2인조 개편(-_-) 으로 사실상 이 두그룹이 대결하는 모습은 앞으로도 못 볼 거라는 걸 생각해보면,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우연의 일치인지 지디&탑 유닛과 유노윤호, 최강창민으로 이루어진 2인조 동방신기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은... 뭐, 그건 그거고. -_-; 


  예전에 GQ 편집장이 GQ 커버에 아이돌을 쓰려면 최소한 유노윤호와 탑을 동시에, 그 둘이 서로 대립하는 구도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된다. 고 한적이 있었는데, 뭐 망상이지만, 그것도 재미있었겠어요. ..근데 써놓고 보니 이 글도 레알 바낭이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48
111337 사무실엔 역시 믹스 커피!! [7] kinema1995 2010.12.14 2767
111336 이동진씨 블로그에서 뽑은 올해의 한국영화 20. [2] 매카트니 2010.12.14 4520
111335 뎁님 한국 발음 + 날씨 관련 (자동재생) [4] 꽃띠여자 2010.12.14 1703
» 동방신기와 빅뱅, 아쉬운 라이벌전 [5] 아리마 2010.12.14 3137
111333 [bap] 2010 고양시립합창단 송년음악회 Christmas Story [2] bap 2010.12.14 1173
111332 예산안 통과 후폭풍 감상, '국가'가 그렇게 싫은가 [13] DH 2010.12.14 2332
111331 [팝 아이돌 열전] 힐러리 더프 [6] 아리마 2010.12.14 2104
111330 [듀나인] 예순이 넘어 노년에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21] 폴라로이드 2010.12.14 2731
111329 글로서, 먹고산다는것 - 톰클랜시 지난기사 [4] 무비스타 2010.12.14 1898
111328 Times Square는 뉴욕이 아니에요 'ㅇ' [39] loving_rabbit 2010.12.14 4112
111327 바비인형 너무 비싸네요 ㅠㅠ [12] Eun 2010.12.14 2539
111326 아기 안은 옥빈냥 + 라스트 갓파더 포스터 [9] fan 2010.12.14 3434
111325 돌아온 잭 스패로우!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 예고편 [9] 보쿠리코 2010.12.14 2162
111324 알라딘 리뷰어 물만두님이 돌아가셨네요 [1] 밀크 2010.12.14 2288
111323 최근에 한 삽질 최고봉 (프린터 잉크 관련) [3] 화기치상 2010.12.14 1286
111322 타임스퀘어는 뉴욕이 아닙니다. [7] 자본주의의돼지 2010.12.14 3336
111321 전 호떡이 먹고 싶어요 [14] settler 2010.12.14 2617
111320 오늘 낮에 연중 최대의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온답니다. [7] Wolverine 2010.12.14 1864
111319 (듀나인) 명화를 모티브로 한 소품 - 액자나 엽서를 사고 싶어요. [2] 첼로소리 2010.12.14 1506
111318 야상이 뭔가요? [20] 칭칭 2010.12.14 576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