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개인적으론 기대 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여성이 대상화된 채 살 수밖에 없었던 시대에, 대상이 되기를 거부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림, 특히 초상화라는 매개체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감탄스러웠습니다. 

물론 영화적 아이디어로서 뿐만 아니라 그림이 그려지는 걸 보는 자체도 이 영화의 즐거움 중 하나였지요. 처음에는 의미를 모를 선들이 하나 둘 생기다가, 어느 순간 모든 색과 선들이 제자리에 사뿐히 안착하며 눈과 마음에 평화를 선사하는.   

엘로이즈네 집은 귀족 치고는 모든 게 소박해서 아마 몰락한 집안이 아닌가 싶어요. 어머니의 어두운 표정도 그렇고, 딸의 혼사를 통해 형편이 좀 나아지길 바랐던 걸까요. 종이에 그림이 슥슥 그려지는 소리와, 곳곳이 낡아보이는 집안에 울려퍼지는 공허한 구둣소리, 간소한 디자인의 드레스(그게 위 아래가 따로인 줄은 처음 알았음) 같은 것들이 왠지 좋더라구요. 돌아보면 사라지고 마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활용한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 JTBC 이태리 오징어순대집. 우연히 잠깐 보다가 두 세 회차를 연달아 보고 말았어요. '윤식당' 짝퉁 같길래 또 비슷한 프로그램인가 했는데,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재미 있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해야 하는 음식 종류가 많고 손님도 많아서 수행 난이도가 높아 보였어요. 근데 사실 음식 미션보다는 알베르토네 가족이랑 친구들 보는 게 재밌더라구요. 20대 초반에 한국으로 떠나온 사람이 아직도 고향에 어찌 그리 친구들이 많은지ㅎㅎ 작은 동네라서 그런가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인 게 뭔가 마을잔치 느낌도 있고, 남유럽으로 갈수록 보수적이고 가족 중심적 문화를 띠는 건 한국과 좀 비슷해 보이기도 했어요.

제일 인상적인 사람은 안토니오라는 친구인데, 평소에 머릿속에 이미지화 되어 있었던 이태리인 캐릭터가 퐁 튀어나온 느낌? 오지랍 넓고 수다스러운 핵인싸 성격인데, 뛰어난 일머리까지 장착해서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요. 드디어 포스기 다 이해했어. 나 다 이해했다고, 최고야! 주방에 손 좀 필요하지 않아? 걱정 마. 칼질 하다가 내가 손가락 하나를 잃어도 근처에 병원이 있으니까. 레스또란떼 꼬레아노 본조르노! 한국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물론 농담이에요. 아, 저녁 예약은 이미 모두 찼어. 내일 점심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저녁은 어렵다고 말씀 드려야 해. 나 이제 모든 메뉴를 한국어로 말할 거야. 떡깔~비, 닥깔~비, 김!치찌개와 김치!찌개는 다른 거라구. 손님, 발음이 정말 좋으시군요. 저도 발음하는데 3일이 걸렸어요! 저기 카메라 보시겠어요? 이봐, 나 지금 발음을 잘하신 손님에게 상을 드리고 있어. 떡깔~비!




- 씨름의 희열 6,7회. 이제 바야흐로 12회차 중 절반 이상의 반환점을 돌았네요. 

조별리그가 시작된 후로는 정말 예능 요소는 들어갈 틈이 없이, 매 회 다큐같은 긴장감이 넘치고 있어요. 죽음의 B조 회차였던 6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박정우 선수였지요. 선수들 중에서도 유난히 몸이 좋은 선수들이 있는데, 가만 보면 몸 잘 만든 선수들은 소위 '타고났다'는 선수들이 아니더라고요. 대체로 노력형, 혹은 대기만성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선수들... 그야말로 몸을 통해 나타나는 성실함의 증거. 박정우는 가장 몸이 좋은 선수이고요. 운동선수 치고는 조금 심약한 성격이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그 성격 때문에 늘 준비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는 것 같았어요. 본인이 조의 탈락 후보라는 점을 인정하고, 철저한 준비와 연습을 해와서, 경기에서 정확하게 실행해내는 모습.. 뭔가 감동적인 느낌마저 들었어요.

C조의 귀요미 강성인 선수는 참 아쉽더라고요. 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본인의 장기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았어요. 독특하고 지역색이 강한 씨름 스타일이라 재미있었는데.. 스텝을 밟으면서 상대방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쏠리게 한 다음 목을 감아 땡겨 버리는 기술은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변칙 씨름은 일반적인 씨름보다 뭔가 좀 더 레슬링에 가까운 형태 같아요. 모르고 보면 그냥 막싸움 하는 것 같은데, 알고보면 다 전략과 기술이 있는 게 참 신기하다는..         

           





qWqXqoK.gif


(박정우의_변칙_기술.gif)





fZdfZme.gif


(경남_전통_스텝에_이은_끌어치기.gif)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9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14
111397 샌프란시스코 영화 평론가 협회도 역시... [7] 조성용 2010.12.14 2834
111396 日王 생일축하연은 당연히 와야 하는 자리? [2] amenic 2010.12.14 1642
111395 명사랑에 올라온 출산장려운동 이미지 외 [1] amenic 2010.12.14 1515
111394 19) 찾고 있는 외국 드라마가 있는데, 제목을 모르겠어요 ㅠ.ㅠ [7] 한여름밤의 동화 2010.12.14 2092
111393 치감이라는 단어 아세요? [13] 푸른새벽 2010.12.14 3169
111392 영화 연어알 [4] 꽃과 바람 2010.12.14 2235
111391 카키색이란 무슨 색인가? [15] Johndoe 2010.12.14 3759
111390 듀나인) usb 기기들이 원래 어디에 꽂느냐에 따라 인식 여부가 달라지나요? [5] DH 2010.12.14 1928
111389 [기사] 이런 유형의 범법자는 사형!! [9] 고인돌 2010.12.14 2168
111388 [바낭] 마당놀이 재미있겠죠? [5] 가라 2010.12.14 1212
111387 있어 보이면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존경받아야 합니다 [13] 샤유 2010.12.14 2678
111386 Showgirls - Black Swan Trailer MASH UP [3] 조성용 2010.12.14 1284
111385 [베리드] 보고 왔어요. 아아, 숨막혀. [4] 최강검사 2010.12.14 1924
111384 [책찾아요] 법정스님 책인것 같은데... [1] elief 2010.12.14 1195
111383 정우성 [7] 가끔영화 2010.12.14 4115
111382 디워'에 대한 악평은 내가 개그맨 출신이기 때문 [21] chobo 2010.12.14 3852
111381 상업영화인데 내용이 이해가 안가는 영화가 있나요? [22] 자두맛사탕 2010.12.14 2517
111380 2011년 운세 [24] 01410 2010.12.14 3592
111379 치감이라는 단어를 보고 생각난 뒷북. 요리법에 "투하"라는 단어 사용. [22] 진달래타이머 2010.12.14 2160
111378 요즘은 어디를 가더라도 싸울기세 [3] 무비스타 2010.12.14 182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