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피카드 3화까지의 감상

2020.03.11 23:45

노리 조회 수:726

지금까지 본 바로는


??????


라이트한 스타트렉 팬입니다(엔터프라이즈호 피규어 같은 것도 없고 클링온어 몰라요). 이 말은 스타트렉 게임과 소설까지 꿸 정도는 아니지만 기본이 되는 TV시리즈의 설정에 익숙한 시청자라는 뜻입니다. 1화에는 피카드에 데이터도 나와서 엄청 반가운 마음에 봤더랬죠. 심지어 보그 큐브도 나온다니까요! 근데 2,3화로 갈수록 이거 뭐지, 싶습니다. 일단 기존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엄청 불친절한 시리즈네요. 


-피카드가 레전더리 캡틴인 거 다 알죠? 

-연방이랑 로뮬러스라는 데랑 서로 물고 뜯는 그렇고 그런 관계인 거에요.

-보그라는 위험한 종족이 있고, 얘들이 다른 종족을 강제로 동화시켜요. 보그 큐브요? 에이, 기본 상식이잖아요.


등등


새삼스럽다는 듯 우리 다 아는 거니까 걍 넘어가자 하는데, 저야 당연히 알죠. TNG 전 시리즈를 몇 번씩 돌려본데다 영화판도 다 챙겨봤는걸요. 근데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 스토리가 잘 따라가질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뭔가 때깔 좋은 연출을 시도하려고는 하는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이 매끄럽지 못해요. 고작 3화까지 보고서 너무 성급한 판단일까요? 글세요. 주요 등장인물이 러브러브한 관계로 돌입합니다. 이게, 베드씬 한 번 보여주고 "당신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뭐 요런 대사 하나 날려주고 '이제부터 두 사람은 연인인 거에요'라는 식의 연출이에요. 정말 이런 식입니다. 음, 연출보다는 크리에이터 문제라고 봐야하나요. 그러고보니 트렉 시리즈에서 레귤러 캐릭터의 로맨스를 제대로 그려낸 경우는 거의 못본 듯 합니다. 최근작인 디스커버리도 마찬가지였다고 보고요. 그나마 좀 나았던 게 DS9의 카라와 오도 정도랄까요. 


새롭게 구성된 크루들의 캐릭터도 그닥입니다. 모범생 과학자에 마초 스타플릿 출신 조종사, PTSD에 시달려 은퇴한 듯한 상병 비스무리 캐릭터가 주요 크루입니다. 상병 캐릭터의 경우 깔짝깔짝 보여준 과거 회상씬으로는 이 사람의 문제가 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관료화된 거대 조직에 대한 염증으로 스트레스가 만빵 쌓인 것인지... 또 하나, 주요 캐릭터 중 두 명이 디스커버리의 스팍과 너무 닮았어요. 같은 배우가 출연한건가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머리 스타일도 비슷하고, 구렛나룻까지 똑같아서요. 스타일링을 왜 이렇게??


몰입하게 되는 장면도 없진 않아요. 라이커, 워프, 조르디에 대한 언급에 올드 피카드의 목소리로 듣는 "engage"를 들으면 간식 받아먹는 강아지마냥 조건 반사하게 되더군요;; TNG 시리즈 팬이지만 로든베리 식의 낙관주의에 동의하는 편은 아닙니다. DS9을 TNG 못지 않게 좋아하고요. 때문에 연방에 대한 환상은 없지만 그래도 피카드에 대한 푸대접만은 보기 힘들었어요 ㅠㅠ  


올드팬들을 겨냥했지만 그게 디즈니의 만달로리안만큼 효과적이진 않네요. 뉴비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만달로리안은 영리한 전략을 짰죠. XX와 카우보이는 언제나 잘 먹히는 소재고, 실제 스토리 라인도 심플하고요. 여튼 스타트렉: 피카드에 대한 지금까지의 감상은 실망입니다. 아, 분노까지는 안갔으면 좋겠는데요. 로튼 평가는 90을 찍고 있던데 믿을 수가 없다.... 


더 진도를 나갈 수 있을까 싶을만큼 실망스런 기분인데 세븐이 나온다니 멈출 수도 없네요. 욕을 하더라도 끝까지 다 보고나서 욕을 하는 게 팬의 덕성아니겠습니까. 그러고보니 제 감상 후기도 트렉을 모르는 분들에게는 불친절할 수 있겠단 생각이 문득. 죄송합니다. 어디 말할 데도 없고 해서 ㅠㅠ 


봄은 왔는데 여전히 밤이 길군요. 스타트렉 보세요. 피카드는 말고요. 나머지는 넷플릭스에 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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