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닝, 엔딩을 빼면 한 회당 20분 남짓 되면서 한 시즌 12화, 두 시즌이라 총 24화짜리 애니메이션입니다. 완결되지 않았구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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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 배경을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그냥 원작자 편할대로 대충 설정해 놓은 티가 풀풀 나긴 합니다만 전 원작인 만화책은 안 보고 애니메이션만 본 사람이라 확신이 없군요. 암튼... 마치 지구상에 일본만 남아 있는 것 마냥 다른 나라 사정이 전혀 안 나오는 가운데, 일본이 처한 상황은 '에반게리온'의 인류가 처한 상황 내지는 '퍼시픽림'의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수시로 쌩뚱맞은 '괴인'들이 튀어나와서 사람들을 사냥하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 '히어로 연합'이 초법적, 초국가적으로 군림하는 사회에요. 신비롭게도 군대나 경찰은 아예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데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없구요. 툭하면 도시 하나가 소멸되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실제 일본 지명은 하나도 안 나오고 모든 도시의 이름은 A부터 Z까지 알파벳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괴인'이란 놈들은... 그냥 다 달라요. 어떤 놈은 바다의 왕이고 어떤 놈은 미친 과학자의 결과물이고 어떤 놈은 그냥 꽃게를 너무 많이 먹다가 꽃게 모양 괴물로 변해버렸고 어떤 놈은 주먹질 한 방에 도시를 날려 버릴 정도인데 어떤 놈은 그냥 힘 세고 맷집 좋은 사람 수준이고... 뭐 핵심은 작가 편할 대로죠. ㅋㅋㅋ


 암튼 이런 풍진 세상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사이타마'라는 이름의 히어로입니다. 시작 시점에선 '정식 히어로'도 아니죠. 연합에 등록을 안 했거든요. 원래는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었는데 계속되는 낙방에 좌절했다가 어떤 사건을 통해 '그래, 나는 원래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는 깨달음을 얻고 3년간의 평범 무난한 생활 근력 운동을 통해 타노스 따위는 손가락 하나로 날려 버릴 법한 파워를 손에 넣은 평범한(...) 남자입니다. 단 하나, 혹독한(??) 훈련의 결과로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되었다는 거...



 - 평범한 듯 하면서도 은근히 비범한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작품입니다. 그거슨 바로 주인공이 무적의 먼치킨이라는 것. 그게 뭐 신선하냐... 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그게 문자 그대로 '무적의 먼치킨'이라는 게 포인트입니다. 비교를 해보자면 말도 안 되는 똥파워 주인공 하면 딱 떠오르는 손오공 같은 놈이 있지 않겠습니까. 화나서 발로 땅 한 번 굴러주면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넘칠 먼치킨이지만 대신에 이놈이 상대하는 적들도 그만큼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보다') 힘이 세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사이타마씨는 다릅니다. 세상 그 아무리 강력한 괴물이라고 해도 펀치 한 방에 싸움을 끝내 버리죠. 그래서 제목도 '원펀'치 '맨'인 거구요.

 그러니까 '치열한 전투' 같은 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세게 생긴 괴물이 나타나서 압도적인 파워로 도시 하나를 씹어 먹고 있으면 스윽 나타나서 펀치 한 번 날려주고는 "아, 또 한 방에 끝나버렸네. 시시해..." 라며 집에 가는 게 전부. 이 정도면 상당히 신선한(?) 주인공이죠. ㅋㅋㅋ 그래서 이 작품의 메인 장르는 당연히 코미디입니다.



 - 하지만 어쨌든 이건 쌈박질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피터지게 싸우는 장면들을 넣어줘야 하는데... 여기서 작가가 머리를 굴린 게 주인공에게 사이드킥을 붙여주는 겁니다. 아주 강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물론이고 주인공이 해결해야할 강력한 적들 중 대부분보다 조금씩 약해요. 그래서 '치열한 전투'는 이 녀석이 맡습니다. 이 놈이 진지하고 화려하게 싸우고 싸우다가 결국 분패를 당하면 주인공이 나타나서 한 방에 날리는 식의 전개가 전체 액션의 절반쯤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또 머리를 잘 굴린 부분이라면 이 사이드킥 놈이 사이보그에요. 그래서 한 전투에서팔 다리가 잘리고 몸통이 박살나는 식으로 적의 강함을 한껏 보여주고도 바로 다음 회에 멀쩡한 모습으로 계속 등장할 수 있습니다. ㅋㅋ 네 뭐...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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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젊은이. 언제나 궁서체로 진지하지만 그게 또 주인공의 헐렁함과 콤비로 묶이는 개그 포인트입니다.)



 - 시즌 1은 확실히 여러모로 퀄리티가 높습니다. 말도 안 되게 강한 먼치킨이지만 지나치게 강해서 매사에 열의가 없다... 라는 주인공의 설정을 잘 살린 개그들도 빵빵 터져주고 의무방어전으로 들어가는 전투씬도 꽤 훌륭한 작화와 연출 덕에 볼만하구요. 또 주인공 외에 등장하는 '히어로'들도 대체로 일본 애니메이션 클리셰 캐릭터들의 한계는 갖고 있을 지언정 나름 개성은 잘 살려줘서 전투 구경을 재밌게 해주고요. 이야기의 완결 같은 건 없어도 '사이타마 비긴즈'로 요약 가능한 주인공 서사로서는 나름 깔끔하게 먹히는 편입니다. 



 - 다만 시즌 2는 좀 문제인 게...

 제작진이 바뀌어서 작화나 연출의 퀄리티가 떨어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거니와, 이야기 측면에서 시즌 1만큼의 재미가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즌 2에서 주인공 사이타마의 출연 시간이 확 줄어버렸다는 겁니다. 시즌 1에 비해 아주 스케일이 큰, 뭔가 큰 그림을 그리는 듯한 이야기가 궁서체로 진지하게 전개되는데, 그러다보니 킹갓제너럴 먼치킨 사이타마로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어려워서 조연들 몇 명을 주인공급의 비중으로 다루게 됩니다. 그리고 이 놈들은 하나 같이 진지한데... 아시잖아요. '진지한 격투물'이라고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클리셰와 단점들이 총출동을 합니다. 

 좀 더 심플하게 설명하자면, 시즌 2는 그냥 흔한 '능력자 배틀물' 애니메이션에 가까워요. 뭐 능력자 배틀물로서의 퀄리티가 딱히 떨어지는 건 아닌데, 애초에 이 작품을 특별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포인트(=사이타마의 전능함&개그)가 희박해져 버리니 흥미가 떨어지죠. 그 와중에 전투씬의 작화&연출 퀄리티가 하락을 하니...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식으로 마무리 되어 버리는 것도 아쉬움이구요. 이거야 뭐 원작이 아직 진행중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니까요.



 - 종합하자면 대충... 

 일단 볼만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신선한 설정과 그걸 꽤 알차게 활용한 유머들이 먹히구요, 흔한 일본 소년 만화식 배틀 장면들도 나쁘지 않구요.

 뭣보다 주인공이 저 모양(?)이다 보니 일본식 진지한 교훈과 감동(...) 설파의 비중이 적어서 오골거리거나 보기 난감한 장면이 적다는 게 제겐 큰 장점이었네요.

 다만 시즌 2에선 개성이 옅어지면서 좀 흔한 일본 배틀물이 된다는 거... 그리고 결말이 언제 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 되겠습니다.

 일본 소년 만화들, 배틀물들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보실만해요. 그냥 가볍게 즐기기 괜찮은 작품이었어요.




 + 시즌 1은 한국어 더빙이 되어 있습니다. 국내 채널에서 방영된 소스를 쓴 거겠죠. 뭐 더빙도 나쁘지 않긴 한데 원판 성우들 쪽이 좀 낫더군요 전. 특히 주인공이요.



 ++ 아무리 작가의 편의대로... 라지만 도대체 이 세계의 사람들은 어떻게 맨정신으로 사회 생활을 하고 경제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지 모르겠더군요. 마블 영화의 뉴욕ㅇ 이나 디씨의 고담 시티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고 더 자주 파괴되는데 말입니다.



 +++ 워낙 허술한 설정의 이야기라 하나마나한 지적이지만 주인공의 제자 사이보그를 그렇게 매번 뚝딱뚝딱 고치고 업그레이드할만한 기술력이면 그냥 그걸 양산해버리면 되지 않나요... 왜 때문에 불쌍한 B급 C급 히어로들 목숨을 그렇게...



 ++++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히어로가 되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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