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바낭] 날벼락

2020.04.22 16:07

가라 조회 수:668


0.

작년에 회사가 팔려서 새 회장을 맞았어요.

회장이 저희 회사 지분 매입하느라 수천억을 썼다고 합니다. 뭐 그돈이 개인돈은 아니겠지만.


1. 

그룹에서 각 사업부나 팀들을 감사하고 있는데...

설비팀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저희 예비품 창고에 대충 150억 정도의 재고가 있다고 했었는데.. 그중 수십억이 쓰레기래요.


두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1) 제조업에서 설비 고장을 빨리 수리하기 위해 중요한 예비품을 사놔요. 겉보기에는 평범한 PC 기판 같이 보이는데 수천만원짜리고, 그냥 평범한 철골 구조물인데 억대이고 그렇습니다. 진짜 평범한 HP 노트북인데 그 안에 설비 조종용 S/W 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1500만원짜리이고...  

이런 예비품은 사용할때까지 감가상각에 안들어갑니다. '전용 예비품'이면 해당 설비의 수명과 연동하여 감가상각을 잡을 수도 있는데 그렇게 처리 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산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그런데 예비품으로 계속 보과난 하고 있으면, 10년전에 산 윈도 98 깔린 노트북이 아직도 1000만원짜리 자산으로 잡혀 있는거죠.


2) 해외에서 사오는 예비품은 환율 때문에, 또는 국산화/기술혁신으로 예비품 가격이 확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2008년 금융위기때 달러당 1500원 주고 산 수입품이 횐율 1000원으로 사오면 부품값이 30% 떨어지는거죠. 이때 선입선출 원칙을 무시하고 1500원에 사온건 그대로 모셔두고 1000원짜리를 먼저 쓰면 500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 


회장 입장에서는 회사 매입하기전에 이거저거 다 따져봤는데, 회사 자산가치중 수십억이 먼지만 켜켜이 뒤집어 쓴 쓰레기더미라는걸 알게 되니 노발대발 한거죠. 자기 돈 수십억을 쓰레기 사는데 쓴 겜이니.

설비팀장이 그 분노를 혼자 뒤집어 썼고요.

사실 이런 결정을 설비팀장이 혼자 한것도 아니고 공장장이나 본사 회계팀 다 엮어 있거든요. 하지만 당연히 본사에서는 난 모름, 그 당시 난 없었음 하고 있고 현 공장장도 당시에는 공장에 근무하지 않던 시절이고, 설비팀장도 당시에는 그냥 대리, 과장이었는데 하여튼 너는 그때 설비팀에 있었으니 네가 책임져라... 가 된거죠. 대리나 과장이 뭔 힘이 있어요. 위에서 시키니까 시키는대로 한거지.


그래서 사정 다 아는 인사팀에서 중징계로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회장이 불투명한 경영에 협조한 사람 못 믿는다고 내쫒으라고 해서 현재 보직해임, 대기발령 상태입니다. 인사팀에서 그냥 의원면직 처리 하자고 했는데 설비팀장이 '내가 왜 혼자 뒤집어쓰냐' 라면서 사직서 못낸다고 버티신답니다.


2.

하여튼, 이 상황이라 감사팀이 보강되어 다시 공장 예비품이랑 예비품 구매계약, 용역 계약 등을 다 파헤치고 있다는데..

지난번에 썼듯, '그분'도 예비품 관리 제대로 안하고 좀 해먹으셨단 말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현재 저희 회사 사람이 아니고요.

어느날 감사팀에서 전화와서 10년전 구매계약을 들이밀며 '이거 다 어디갔음?' 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33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87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023
112407 최고의 영화 속 고양이 [5] 가끔영화 2020.05.21 614
112406 [듀9] 에어팟 프로 케이스 추천해주세요 [2] 쏘맥 2020.05.21 333
112405 [바낭] 50만원대 전자 제품에 자존심을 건 사람들 이야기 [17] 로이배티 2020.05.21 1563
112404 [회사바낭] 인사팀의 이상한 버릇(?) [4] 가라 2020.05.21 972
112403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이 정말 나오네요. [13] LadyBird 2020.05.21 913
112402 부모라는건 뭘까요 [8] 파도 2020.05.20 1234
112401 제목은 정의연 술판으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본 과자를 곁들인..... [3] 메피스토 2020.05.20 1235
112400 이장 선거 [9] 칼리토 2020.05.20 1317
112399 GTA 5 를 시작했습니다. [8] 가라 2020.05.20 755
112398 PD수첩 나눔의 집 고발 +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의 글 [39] LutraLutra 2020.05.20 2632
112397 이런저런 일기... [1] 안유미 2020.05.20 484
112396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닫아라 - 33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름으로 고한다 [3] 모스리 2020.05.20 1252
112395 [바낭] 환상의 노래 [4] 로이배티 2020.05.20 468
112394 브로드웨이 연극을 온라인 중계로. Homebound Project (코로나 어린이 돕기) tomof 2020.05.19 332
112393 공안검찰과 정치검찰 [8] 양자고양이 2020.05.19 815
112392 오늘 구글 두들은 유태인 애들 구한 니콜라스 윈턴 [2] 가끔영화 2020.05.19 463
112391 [바낭] 등교 개학 준비가 재밌게(?) 돌아가네요 [7] 로이배티 2020.05.19 1225
112390 가계부, 횡령 [3] 가라 2020.05.19 1037
112389 듀게 오픈카톡방 [2] 물휴지 2020.05.19 349
112388 이제와서 잘못이었다 한들 [16] 칼리토 2020.05.19 167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