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 ‘라이언 일병 구하기’

2020.04.24 15:54

ssoboo 조회 수:892

넷플릭스만 노 난 세상....이지만 볼 만한게 그리 많지 않아선지 점점 잘 만든 옛 영화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아래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라이언 일병을 십수년만에 다시 봤어요.

다시 봐도 참 명작이고 다시 봐도 새롭더군요.


전형적인 (미)국뽕 영화가 될 영화인데 지금 봐도 한끗 차이로 비켜나 보편적인 태도를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더군요.

스필버그는 참....


요즘 넷플릭스에 올라온 제2차세계대전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어요. 

갑자기 왜?  

왠지 요즘이 세계대전의 상황과 비슷한게 아닌가 싶었나 봅니다.

전세계인들이 공통의 문제를 겪고 있다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크게 다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반면

환자들 그리고 의료진 등 방역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매일 매일 끔찍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과거의 전쟁과 현재의 팬데믹이 닮은 꼴이지 싶습니다.


독일의 히틀러와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에 의해 전쟁이 시작되는 과정과 그에 따른 각국 지도자들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 그리고 엄청난 비극들은

지금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여하간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정주행하던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편을 보고 나자 바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 올랐고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나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니 이 영화가 얼마나 고증이 잘되어 있는지 감탄을 했고

이 전쟁속에서 이 작은?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이해가 되더군요.

혹시 다시 보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2.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 한 줄로 쓰자면 

‘단 한명의 병사를 집으로 귀환 시키기 위해 구성된 특공대는 한 명만 남기고 모두 전멸한다’

이 말도 안되는 작전을 미군 최고지휘부가 밀어붙인 것에 대해 감독은 공감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링컨의 편지를 인용하는 대목이 조금 거슬리긴 하는데 아마도 미국인에게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가갔을 수도 있겠어요)

회의를 하고 반항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주고 있고  명령을 이어가는 개연성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어떤 행동에 충분히 납득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동의 없이도 결국 스스로의 의지를 투사하는 과정은 참 복잡한 듯 하면서도 단순해 보입니다.

특공대원들이 가장 심각하게 흔들리는 순간, 다시 결속하고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계기는 대장(밀러 대위-톰 행크스)의 그 동안 숨겨온 신상고백이었습니다.

시종일관 부대원들에게 정서적인 선을 긋고 거리를 두던 밀러 대위가 처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보여준 것이 흔들리던 대원들을 다시 결속하게 만든 것에는 어떤 논리적인 개연성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원래 그냥 그런거죠.  


3.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수많은 병사들이 상륙에 실패하고 죽습니다.

이 영화의 초반 전투 시퀀스는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의 사정과 희생이 있었는지 잘 전달하는 전무후무한 명장면입니다. 

영화는 이전의 어떤 전쟁영화들보다 훨씬 강렬하게 전쟁의 참혹하게 재현합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전쟁을 관람이 아니라 체험을 하게 만들려고 작정한 영화 같아요. 

전쟁을 피상적인 ‘무기’와 ‘병력’ 등으로만 사고하는 사람들은 전쟁 속에 감춰진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 붕괴되는 실상을 충격적으로 목도하게 될 수 있는게 이 영화의 미덕이기도 합니다.


4.

전체적으로 (스필버그답게) 너무 잘 만든 영화이지만 내셔널리티를 자극하는 부분에서는 오글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늙은 라이언이 전몰용사묘지를 찾는 장면 전체가 특히 그래요.  아마 제작사와의 일종의 타협속에서 추가된 장면이 아니었나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5.

이 영화는 1998년 작입니다.  그 덕분에 몇 몇 유명배우의 리즈시절 혹은 햇병아리 시절을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아직 말끔한 중년의 ‘톰 행크스’를 볼 수 있고

라이언 역의 레몬향처럼 싱그럽고 풋풋한 ‘맷 데이먼’ 을 볼 수 있어요.


‘호바스’ 상사역의 ‘톰 시즈모어’는  전쟁영화 전문배우 커리어를 갖게 되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형적인 상사인듯 하지만

막상 그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대부분 안 본 영화들이라서 어리둥절; 했다가 아하! ‘히트’다 ‘히트’


무려 ‘빈 디젤’이 초중반에 대장 말 안듣고 까불다가 어이 없게 죽는 단역으로 나오는 매우 희귀한 장면도 있습니다. 


BOB 같은 류의 영화는 아니라서 부대원들 하나 하나의 캐릭터가 돋보이기 어려운 영화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원들 모두 살아 꿈틀대고 저마다 고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저격수 ‘잭슨’을 맡은 ‘배리 페퍼’는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의무병 ‘웨이드’를 연기한 ‘조반니 리비시’는 혼자서 장르물 시리즈도 캐리할 수 있는 매력을 뿜뿜 합니다.


대부분의 병사들의 경우 관객들이 긍정적으로 감정이입하게 그려지는데 비해 ‘제레미 데이비스’가 연기한 ‘업햄’이라는 캐릭터만은 유일하게 ‘암유발’ 캐릭터로 만들어 놨습니다.

그런데 이 캐릭터야말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문제적 캐릭터이며 이 영화를 흔한 전쟁영화에서 한 계단 올려치기 할 수 있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가 됩니다.

단 한번도 실전 사격을 해본 적이 없는 야전 행정병이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특공대에 차출되어 발생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상황을 맞게 되는데 그 자체로 전쟁의 끔찍함을 잘 보여주는거 같아요.  

아마 이 영화를 보는 먹물들 중 99%의 사람들은 실제 전쟁터에 내 몰리게 된다면 대부분 업햄같은 존재가 되겠죠. 

“이게 정말 진짜 전쟁이라는 것이다”. 스필버그는 반복해서 역설합니다. 그래 알았다고 영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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