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렇듯 스포일러는 없어요.


998A43505EB11A8715

(포스터 짤이 별로 없어서 걍 대충 갖다 올렸는데. 올리면서 다시 보니 남자, 여자 키를 대충 비슷하게 맞춰서 포토샵질 하느라 여자 체격이 과도하게 커졌네요. ㅋㅋ 이렇게 대충 만든 이미지를 포스터짤로 쓰다니. ㅠㅜ)



 - 또 미국 시골 마을입니다.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구요. 주인공은 마을 역장(!)의 딸인 엘리. 똑똑해서 도시에 있는 명문대에 지원해도 충분히 붙을 수재지만 혼자 있는 아버지랑 같이 살겠다고 좁아 터진 시골 마을에 살아야할 운명을 받아들이려고 애 쓰는 범생 캐릭터... 인데 중국인인데다가 동성애자에요. 그렇다는 걸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모릅니다. 애초에 친구도 없어서 주변 사람들이 알 일도 없죠. 이 양반이 생계를 위해 하는 알바가 친구들 숙제 대신 해주는 건데... 어느 날 별 볼일 없는 그 학교 미식축구팀에서도 2군이라 별 존재감도 없이 키만 과도하게 큰 폴이란 녀석이 접근해서 연애 편지 대필을 부탁합니다. 그런데 그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애는 하필 엘리가 남몰래 호감을 갖고 있던...



 - 미국 시골의 고등학생들 사랑 이야깁니다. 뭐 뻔하죠. 난 여기가 싫어. 답답해. 큰 도시로 나갈 거야. 라는 놈 나오고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놈 나오고 그 시골에서나 먹힐 인기에 취한 '핵인싸' 캐릭터도 나오고 뭐뭐... 거기에 시라노 드 벨쥬락 설정을 얹었어요. 역시 크게 신선할 건 없습니다.

 이야기 전개도 그래요. 하이틴 로맨스 영화의 공식화된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다 있습니다. 현실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하이틴 로맨스에나 나올 웃기는 장면, 낭만적인 장면 다 나옵니다. 사실 이것저것 뒤져보면 주인공이 동성애자인 삼각관계 이야기도 아주 많겠죠.

 

 그런데 그게 다 아주 잘 먹힙니다. 설레고, 훈훈하고, 민망하고, 답답하고 마음 아프고 뭐 그런 게 다 생생하게 살아서 전달이 돼요. 이걸 제가 뭐라 설명하고 분석할 능력은 안 되고 그냥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밖엔 할 말이 없네요.



 - 혹시라도 오해가 생길까봐 강조하지만, '하이틴 로맨스'라는 장르에 아주 충실하고 재밌는 영화입니다. 장르의 탈을 쓰고 고독한 예술을 하거나 되게 무겁고 서늘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아니에요. 주인공 캐릭터들만 봐도 그렇죠. 보다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데, 보고 나서 가만히 따져보면 셋 다 상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입니다. 현실의 인물들이라기엔 너무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비해) 구김 없고 선량하고 강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양반들에게 이입이 되고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뭐... 모르겠네요. 그냥 각본과 감독의 역량이라고 요약하고 넘어가렵니다. ㅋㅋㅋ


 물론 배우들도 좋아요. 원래부터 알던 배우는 하나도 없지만 다들 역할에 절묘하게 잘 어울리게 캐스팅되었고 연기도 좋고 마스크들도 역할에 맞게 좋네요.



 - 뭐 길게 주절주절 설명할 필요를 별로 못 느낍니다. 아주 잘 만든 하이틴 로맨스물이자 성장물입니다. 설레고 낭만적이고 슬프다가 감동적이고 흐뭇하고 대견하고 그래요. 이 장르를 싫어하는 분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라도 맘 편히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영화였네요. 끝.




 +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감독에 대해 검색해보니... 주인공이 감독 본인이 투영된 캐릭터가 아닌가 싶더군요. 인상이 많이 닮았어요. ㅋㅋ


 ++ 주인공의 성을 굳이 '추'로 정해 놓고 기차 소리 드립으로 놀림 받는 장면을 반복해서 집어 넣길래 드립 하나 때문에 좀 무리하셨다... 했는데 아버지가 동네 기차역장이라는 설정까지. ㅠㅜ 근데 그 기차역이 꽤 괜찮은 로맨스 & 성장물 배경으로 활용되고 하니 불만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영리한 설정이구나 싶었네요.


 +++ 주인공들이 사는 마을이 가상의 지명으로 되어 있다는 것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실제 촬영 장소가 뉴욕이었다는 건 좀 쇼킹(?)했네요. 주인공들의 대화를 보면 절대 그 동네가 아니어야 하는데. ㅋㅋ 사실은 뉴욕의 이곳저곳 되게 많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찍었다고 하네요.


 ++++ 동양인 여고생이 주인공인 하이틴 로맨스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데요. 제 입장에선 이 영화를 마구 칭찬하며 '내가 사랑했던...' 을 깎아내리고 싶은 못된 충동이 들기도 하지만, 그 영화의 히트가 이 영화의 제작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냥 고마운 마음을 갖기로 했습니다. 하하;


 +++++ 또 '야쿠르트'가 나와요. '내가 사랑했던...' 에서도 나왔었는데 그땐 애초에 주인공이 한국계라는 설정이었잖아요? 이번엔 그냥 중국인인데도 야쿠르트를 좋아하는 게 좀 신기해서 Yakult로 검색을 해봤더니 이게 일본 브랜드가 원조였던 거네요. 병 생김새도 똑같고. 다들 아실 이야기인데 저는 이번에 알게 돼서 적어봤습니다. 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6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6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28
112466 시장 한담..대체적으로 팔고 나왔습니다. [4] 무도 2020.05.30 926
112465 영화게시판에 맞게 잡담을3 [5] mindystclaire 2020.05.29 700
112464 평화의 소녀상 저작권 문제 [3] eltee 2020.05.29 907
112463 Richard Herd 1932-2020 R.I.P. 조성용 2020.05.29 267
112462 Anthony James 1942-2020 R.I.P. [1] 조성용 2020.05.29 286
112461 이런저런 일기...(망고빙수, 농사) [1] 안유미 2020.05.29 566
112460 '극장에서 다시, 봄' 영화 지원 사업- 6천원 티켓 (6/1부터) [1] 보들이 2020.05.29 549
112459 밀리터리 미드 추천받습니다 + 더 라스트 쉽 [4] 노리 2020.05.29 2044
112458 이장 선거 결과 [9] 칼리토 2020.05.28 986
112457 진영 논리에 자유로운 인간 [6] 사팍 2020.05.28 1158
112456 Bigger than life + 질문 [7] mindystclaire 2020.05.28 534
112455 안녕하세요, 가입 인사 드립니다. [9] 76.19kg 2020.05.28 611
112454 [넷플릭스바낭] 본격 지쟈스(...) 재림 스릴러 '메시아'를 봤습니다 [20] 로이배티 2020.05.28 1090
112453 정의연 사태를 보고 느끼는 분노 [14] 메피스토 2020.05.28 1713
112452 듀나님의 새 책이 나왔네요. [7] 둥가둥가 2020.05.28 960
112451 이런저런 일기...(던파, 고기, 망고빙수, 아이랜드, 장기판) [1] 안유미 2020.05.28 499
112450 요즘 게시판 하단에 뜨는 옛날 글들을 보며 듀게가 생각보다 PC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15] woxn3 2020.05.27 1488
112449 애들을 보며 [1] 가끔영화 2020.05.27 349
112448 언더워터(크리스틴 스튜어트)-강스포일러 [2] 메피스토 2020.05.27 805
112447 안성 쉼터 매수 가격 관련 [12] 왜냐하면 2020.05.27 10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