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엔딩에 관한 언급이 있어요.)

오드리 헵번의 모든 것. 오드리 헵번의 알파이자 오메가. 역시 오드리 헵번의 최고작은 <로마의 휴일>이다. 헵번의 출연작은 늘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지만 이 영화에서의 앤 공주 역에 오드리 헵번 이외에 그 어떤 누구도 상상할 수 없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영화'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어빙(에디 알버트)은 앤 공주를 기사화하기 위해 시종일관 카메라로 찍는데 동시에 이 영화의 카메라는 오드리 헵번을 계속 기록하고 있다. 즉, 서사적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 영화가 카메라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인지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는 점점 앤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앤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조와 앤과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는 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뒤로 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오드리 헵번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우리는 이 영화의 마지막 쇼트에서의 조의 모습처럼 딱 조만큼의 행복감과 아쉬움을 갖고 현실로 돌아와 극장 문을 나서야 한다. 조와 앤 공주가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만나는 이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무성영화 시대부터 경력을 시작한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영화적인 순간들로 가득 차 있으며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 시퀀스에서 우리는 앤 공주의 얼굴 클로즈업과 조의 얼굴 클로즈업의 교차를 통해 그들이 주고 받는 시선을 보면서 오만가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순간은 오직 영화만이 만들 수 있다. 다른 어떤 예술도 이런 순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의 엔딩 시퀀스는 영화 예술의 위대함을 입증한다. 심도가 깊게 촬영되어 있는 기자회견장에서 양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천천히 걸어서 기자회견장을 벗어나다가 문득 멈춰 서서 뒤돌아 앤 공주가 있던 자리를 보고 다시 걸어나가는 조를 트래킹으로 쫓아가는 카메라의 이동을 통해 보여주는 마지막 쇼트는 여운을 남기며 깊은 울림을 주는 완벽한 마침표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10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4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95
» 오드리 헵번의 최고작인 윌리엄 와일러의 <로마의 휴일>에 관한 단상 [2] crumley 2020.05.06 568
314 언어로 크로키가 가능할까. 아비게일 2012.02.22 747
313 '희망버스', 국회로 향하다 [7] 사이비갈매기 2012.03.09 827
312 이번주 일요일 하루종일 집에 계실 분들은 오후 1시부터 채널 CGV를! 다이하드 1~4편 연속 상영! [7] chobo 2013.02.01 850
311 PBS [Independt Lens]가 어떤 프로인가요. 메리 루이즈 파커가 이번 시즌 진행자라네요. 예고편 동영상 프레데릭 2011.09.21 862
310 별일없이 산다. [9] 룽게 2019.11.08 910
309 언제부터인가 잠자리가 아니라 거미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군요. [4] 외팔이 2011.07.14 913
308 뒤늦게 빌리 빈을 만났습니다 [1] 칼리토 2015.01.14 913
307 브래드베리가 해리하우젠에게 walktall 2013.05.08 942
306 비례대표 꼴지 맞춰봅시다. [3] chobo 2012.04.11 962
305 잡담 [8]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2.02.01 971
304 아노말리사 날다람쥐 2012.08.23 992
303 [듀샤클] 일주일 늦은 샤이니 콘서트 뒷풀이 모임합니다! fysas 2012.07.27 993
302 저기 밑에 전툴루형 사진보고... [1] 멀고먼길 2012.04.17 1004
301 한국도 TPP에 참여하는 군요. JKewell 2013.09.09 1011
300 [바낭] 좀 늦어서 오늘은 '어제' 감자별 잡담입니다 [5] 로이배티 2014.05.09 1075
299 왜 큰사진은 반 밖에 안보일까요 [4] 가끔영화 2012.01.19 1083
298 [닉네임 바꿨어요 >_<] Kovacs -> 샌드맨 [7] Kovacs 2013.11.20 1125
297 [무한썰렁바낭] 슈퍼 선생 K [11] 로이배티 2013.02.01 1138
296 [듀나인] 구글 뮤직 태그 문제 [3] 키마 2012.06.13 115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