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우산과 우울)

2020.05.16 05:27

안유미 조회 수:484


 1.귀찮은 걸 정말로 싫어해요. 그야 다들 짐작은 하겠지만, 다들 짐작하는것보다 더 싫어하죠. 무조건 무언가를 가지고 다니는 걸 싫어하거든요. 무언가를 가지고 외출하는 순간, 그걸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꾸 체크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스마트폰케이스 말고는 무언가를 가지고 나가지 않아요.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귀찮아서 현관 근처에 열쇠를 숨겨둬요. 지갑도 가지고 다니지 않고 돈은 봉투에 넣어서 반으로 접어서 가지고 다니죠. 문제는, 현금을 쓸일이 필요할 때는 체크카드를 가지고 나와야 하잖아요?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싫어해서 개발한 방법이 피트니스 락커룸에 현금을 두고 다니는 거예요. 그러면 피트니스에 있다가 현금을 들고 가야 하는 가게에 가고싶어지면, 락커룸에 있는 현금을 갖다쓰면 되니까요. 문제는 락커룸에 현금을 넣어놨다가 사라진 적이 있다는거지만...


 우산도 그래요. 비가 내리는 날은 그냥 안나가거나, 나가야 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죠. 그냥 무언가를 손에 들고 나가야 한다는 거 자체가...알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마구 솟구치고 마구 화가 나고 그래요.



 2.어쨌든 오늘도 비가 오길래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외출했는데...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불금에는 나가긴 나가야 하니까요. 피트니스는 역에서 바로 이어지는 구조니까 운동을 늦게까지 하고 10시에 피트니스를 나오면 그쳐 있겠지...했는데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이런 젠장 하루종일 비가 내렸으면 이제 충분히 내린 거 아닌가...내가 대체 왜 금요일날 비를 맞고 있어야 하는건지 짜증이 나서 부글부글 끓었지만 화를 풀곳이 없었어요. 


 아니 뭐 그렇잖아요. 화가 난다고 해서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건 비열한 거고, 화를 낼 수 없는 사람을 상대로 화를 내는 건 불가능한 거니까요. 그러니까 아무리 화가 나도 풀곳이 없어요.



 3.어쨌든 비라는게 그래요. 아예 소나기처럼 퍼부으면 피해가던가, 작정하고 맞든가 하겠는데...'이만하면 맞고 지나갈 만 하다'싶어서 비를 맞으며 걷고 있으면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순간이 오는...그런 비가 있거든요. '씨발 이거 맞아도 괜찮은 비가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3분 뒤에 드는, 딱 그정도의 비 말이죠.



 4.휴.



 5.어쨌든 근처에 있는 아는 가게에 우산을 빌리러 갔어요. 우산을 빌리는 대신, 다음번에 우산을 돌려주는 겸 가서 매상을 올려주면 공정한 거래니까요. 한데 하필이면 그 가게에 손님이 하나도 없었어요. 금요일날인데 직원들이랑 사장이 아무도 없는 술집에 앉아있는걸 보니 그들의 모습이 우울해서 너무 슬펐어요. 그냥 원래 있던 계획을 없애고 여기서 놀까...말까 하다가, 그냥 월요일날 가주기로 하고 우산을 빌려 떠나기로 했어요. 원래 있던 계획을 취소하면 원래 보기로 했던 여자가 우울할 거니까요.


 사장은 우산 두개를 보여주며 '하나는 편의점에서 산 거고 하나는 누가 두고 간 거야.'라고 말했어요. 후자의 것이 더 좋은 우산이었지만, 전자의 우산을 고르면 월요일날 올때 몸만 와주면 될것같아서 전자의 우산을 골랐어요. 편의점 우산이니까 그냥 버려도 된다고 해서요.



 6.문제는 가게에서 녹차 한잔 얻어마시고 막상 우산을 빌려서 나와보니 비가 그쳐 있었어요. 완전 헛짓거리한 게 되었지만...어쨌든 월요일날 다시 그 가게를 가줘야 하게 된 거죠.


 아니 뭐, 좋게 생각해보면 그 가게에 '우산을 빌리러 갔다'가 아니라 그 가게에서 '녹차를 마시면서 비를 피했다.'라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뭐 된거죠.



 7.하지만 우울해졌어요. 왜냐면 불금이 끝났잖아요? 끝났으니까 우울할 수밖에 없어요. 주말에는 선택할 게 두가지밖에 없어요. 양아치들을 만나거나 그냥 외롭게 지내거나...둘중 하나뿐이죠.


 흔히 말하는 헬스 매니아-헬창이라는 표현은 너무 천박해서-들은 주말에도 신나겠죠. 무거운 걸 들면서 더 커지고 더 두꺼워지는 자신의 몸에 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운동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게, 나는 운동을 절대 스스로를 위해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예요. 운동이란 건 반드시 남을 위해 하는 거죠. 자기만족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들은, 만남이나 약속이 없어도 열심히 운동을 하겠죠.


 이게 청개구리 심보인 건지, 일이 그쪽에서 터지니 이태원이나 한번 가보고 싶네요. 너무 오랫동안 안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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