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가족의 역할)

2020.06.17 23:10

안유미 조회 수:439


 1.전에썼듯이 나는 가족을 좋아해요. 그리고 유사 가족도 언젠가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2.여기서 말하는 유사 가족은 외로움을 덜기 위해 하우스셰어하며 함께 살거나, 친구보다도 더 가까운 친한 사이를 뜻하는 건 아니예요. 개인적인 친분이나 만남은 별로 없어도 돼요. 중요한 건 역할이죠. 가장 역할을 맡은 사람은 보호와 자금을 제공하고, 보호와 자금을 제공받는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이상적인 관계를 말하는 거예요. 


 현실이라는 장애물은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한 사람의 젊음과 잠재력을 말살시킬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정말로 어떻게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기도 해요. 여쨌든 월 n백만원의 돈이 있으면 확실하게 치워버릴 수 있는 장애물이긴 하니까요. 


 

 3.여기서 힘든 점은 어떤 사람을 고르느냐겠죠. 이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많아요. 그리고 잠재력이 있는 사람도 많고요. 도움받는 거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도 많죠. 충분히 좆같음을 겪었다면, 작은 도움에 감사할 줄 아는 법은 쉽게 배우니까요.


 문제는 내 입장에서...상대가 기대한 대로 되지 않아도 원망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상대를 찾는 거겠죠. 사실 돈을 투자한 상대가 성공한다면 거기서 갈등이 생길 여지는 없어요. 왜냐면 함께 도모했던 일...프로젝트 자체는 성공한 거니까요. 성공한 후에 내게 좀 배은망덕하게 굴어도 상관없어요. 그게 인간이고 그건 어쨌든 감정의 문제니까요.


 하지만 함께 도모했던 일이 잘 안되었을 때...프로젝트를 망쳐 버리고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버리는 상대는 글쎄요. 좋아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는 거란 말이죠. 실망은 그냥 실망...힘이 쭉 빠져버리고 마는 상태니까요.



 4.휴.



 5.직접 낳은 자식들의 문제는 그거겠죠. 서로가 힘을 합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하는 시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면? 그런 자식은 부모에게 있어 짐덩어리가 되는 거예요. 성공하지 못한 인간조차도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자존심도 욕구도 다른 사람만큼은 있는 법이거든요. 집도 사줘야 하고 용돈도 줘야 해요. 


 물론 내가 자식을 직접 낳는다면, 자식이 성공하지 못하고 짐덩어리가 되어도 나는 자식을 사랑하겠죠. 그러면 고작 짐덩어리나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고요. 그건 매우 슬픈 일이겠죠. 남은 인생을 짐덩어리로 살아야 하는 놈도 슬프고, 그런 짐덩어리를 사랑해 줘야만 하는 사람도 슬픈 거예요.


 자식은 글쎄요. 서로의 노력과 운에 따라 부모의 트로피가 될 수도 있고 십자가가 될 수도 있겠죠. 그야 사람들은 '자식을 그런 시선으로 보면 안 돼!'라고 하겠지만 어차피 인간은 세상에 태어난 이상 무언가는 되어야 해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타인에 의해 무언가로는 규정되니까요. 



 6.어쨌든 그래요. 딱히 큰 목표도 없고 무언가가 되기 싫다면, 적어도 자신을 규정할 수 있는 권한 정도는 타인에게서 가져와야 하는 거죠. 아무런 가오도 없으면 타인에 의해 꼬리표가 붙게 되니까요. 자신에게 무언가 타이틀을 붙이고 싶거나, 아니면 아무런 타이틀도 붙이지 않고 사는 것조차 권력이 필요한 거죠. 타인들이 내게 꼬리표를 붙일 수 없게 만드는 '무언가'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요.



 7.위에 썼듯이 사랑하는 것과 사랑해 주는 것은 달라요. 상대가 자신의 기대를 벗어난 뒤에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사랑하는 거니까요. 그냥 그래야 하기 때문에...그냥 그게 내 십자가이기 때문에 사랑해야 하는 거죠. 그런 건 무서운 일이예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54
126237 구게시판은 언제 글을 읽을 수 있나요? [1] bunnylee 2010.06.04 5163
126236 [바낭] 신데렐라 언니 결말 잡담 [7] 로이배티 2010.06.04 7535
126235 시를 보고 시를 끄적거리다 [3] 질문맨 2010.06.04 4708
126234 아이튠즈 질문 - 노트북이 맛탱이가... [3] 쭈™ 2010.06.04 4528
126233 아이폰 뽐뿌 생각에 정상적인 생활이 안되고 있는데요 [10] 뤼얼버내너밀크 2010.06.04 5812
126232 (바낭) 주고싶은 마음 [4] 사람 2010.06.04 4538
126231 ESPN의 2010 FIFA 월드컵 벽화 (32개국) [20] 프레데릭 2010.06.04 4879
126230 야권(혹은 중도+진보)선거연대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14] soboo 2010.06.04 3330
126229 <긴급> 라인 색상 바로 피드백 주세요. (수정) [20] DJUNA 2010.06.04 5189
126228 '가난한 주제에 한나라당을 찍는' <== 관련 글에 대한 사과. [2] being 2010.06.04 4656
126227 야권 연대에 대한 조국 교수의 말 [27] 늦달 2010.06.04 7146
126226 홈페이지가 바뀌었네요? [4] 아룡 2010.06.04 3845
126225 [듀나인] 금주의 헤드라인이나 이슈를 볼 수 있는 곳 없나요? [2] 아.도.나이 2010.06.04 4035
126224 랄라랄라가 [1] 가끔영화 2010.06.04 4066
126223 어휴 이번 선거로 이렇게라도 됐으니 [1] 가끔영화 2010.06.04 3857
126222 데이터 이전 작업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회원분들 접속이 안 될지도 몰라요. (냉무) [33] DJUNA 2010.06.04 3903
126221 [기사링크] 봉은사 명진스님, 괴한에 피격 입원 [5] bunnylee 2010.06.04 4602
126220 음 고양이 어떡하죠 T_T [4] Jade 2010.06.04 4754
126219 중도-진보 연대에 대한 개인적인 정리 [5] soboo 2010.06.04 3226
126218 이시영, 수면제 과다복용 4일 응급실行 [4] 역시천재 2010.06.04 71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