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그대로 이번엔 영화입니다. 1시간 40분 남짓 되는 분량이고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영화가 시작되면 과거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시골의 대저택에서 생활하는 한 가족의 모습이 보입니다. 엄마, 아빠,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언니와 여동생. 근데 여동생이 공포의 귀신 체험을 해요. 하지만 식구들은 도둑이 들었다고 생각하고 넘깁니다.

 여기에서 거두절미하고 바로 현재로 점프. 언니가 주인공이에요. 성인이 되어서 느끼하지만 자상한 남자 친구와 잘 지내고 있다가 교통사고로 인한 부모님의 부고를 듣습니다. 이제 부모님의 생계 지원도 끊긴 상황이라 어렸을 때 동생이 귀신을 봤던 그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네요. 동생은 돌아가기 싫어하지만 '우린 이 집을 팔 여력도 없다!'며 억지로 동생을 끌고 가는 길에 남친도 함께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동생은 귀신을 보겠고, 언니는 못 보겠고. 그래서 언니가 동생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하려 하자 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언니, 내 눈엔 죽은 사람들이 보여"


 ...네. 많이 익숙한 전개입니다만. 여기에서 흘러가는 방향이 좀 다릅니다. 알고보니 얘들 엄마는 생전에 이 동생을 영매에게 데리고 다니며 상담을 받게 하고 있었고. 그래서 언니는 영매를 만나 "그게 사실이라면 나에게도 귀신이 보이게 해달라. 난 동생을 믿어주고 싶다" 라고 요구합니다. 그래서 대충 이상한 의식 같은 걸 치른 언니는 당연히 귀신을 보게 되겠고. 이제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에서 자신들을 공격하는 악령들에 동생과 함께 맞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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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대표 포스터 이미지들이 다 좀 보기 흉해서 안 흉한 걸로 골라봤습니다)



 - 왜 vod 서비스들 영화 목록을 훑다 보면 '이건 뭔데 속편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이 많이 있죠. 평소엔 늘 낄낄거리며 넘겼는데 어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뭔가 전편이 미덕이 있는 물건이었으니까 속편도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제 3의 눈 2'라는 제목을 보고 고른 영화가 이겁니다. 음... 근데 사실 미덕이 없어도 속편이 나오는 경우는 있겠죠. 애초에 어엄청 값싸게 만들어 vod로 그냥 싼 값에 납품해서 푼돈이라도 벌어보세... 라는 식으로 찍어내는 영화들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다행히도 이 영화는 그럭저럭 볼만 했습니다.



 - 제목인 '제 3의 눈'는 영매 아줌마의 대사로 언급되는데요. 사람에 따라 사후 세계를 볼 수 있는 제 3의 눈을 가진 사람이 있다. 이 능력은 다른 말로 '육감'이라고도 한다. 라고 말합니다. 육감. 식스센스. 그러니까 스스로 레퍼런스를 당당하게 밝히는 영화인 거죠. 나름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비슷합니다. 식스센스도 결국 소통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잖아요. 이 영화도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음... 다루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ㅋㅋ


 하지만 절대로 식스센스급의 영화는 아닙니다. 비슷하지도 않죠. 그러기엔 감독의 사상(?)이 너무 솔직해요. ㅋㅋㅋ 이 영화는 '호러 영화'를 선택해서 돈을 지불한 관객들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절대 지루한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영화이고 그래서 쉬지 않고 부지런히 일을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깜짝쇼가 펼쳐지고 이야기는 천천히 뜸 들이는 것 없이 계속해서 달리느라 수시로 분위기가 급변하구요. 막판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몰아치구요. 심지어 그러느라 이야기가 좀 우스꽝스러워지는 것도 전혀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종종 본의가 아니게 웃겨요. 줄줄이 이어지는 '깜놀!' 호러씬들 중 상당수의 조악함에 웃고. 쌩뚱맞게 튀어나오는 선배 호러 영화들 레퍼런스에 웃고. 쉬지 않고 달리느라 종종 과감하게 뭉개버리는 개연성에 웃고. 네, 좀 많이 유치합니다.


 하지만 워낙 쉬지 않고 많은 시도를 하다 보니 또 그 중 몇몇 장면들은 그럴싸한 것들이 있어요. 몇몇 장면에선 깜짝 놀라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꽤 신경 써서 만든 느낌이라 기억에 남기도 했고. 또 무엇보다... 이걸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보다보면 그냥 왠지 관대하게 보게 되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종합적으론 나름 즐겁게 봤네요. 굳이 속편까지 확인하고 싶진 않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 정리하자면 뭐 이렇습니다.

 웰메이드 공포 영화 같은 걸 바라신다면 절대 보지 마세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ㅋㅋㅋ

 그냥 아주아주 느슨한 상태로 틀어 놓고 킥킥대고 (비)웃으며 보기 좋은 류의 허술한 B급 호러입니다.

 다만 뭔가 이걸 만든 사람이 호러에 애정이 많은 것 같단 생각이 들고, 또 나름 되게 열심히 만들었다... 는 느낌이 드는 게 있네요.

 그래서 평소보다도 훨씬 더(!!) 관대한 마음으로 봤고. 그럭저럭 만족했습니다. ㅋㅋ



 + 너무 대놓고 '식스센스'를 가져다쓰는 장면이 세 번 정도 나오는데요. 이 시국에 아직도 식스센스냐... 라고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이 시국이니까 식스센스를 갖다 쓰기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게 벌써 20년 넘게 묵은 영화라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아예 모르거나 대충만 아는 사람이 많아요. 어찌보면 개봉 직후 몇 년 간보단 지금이 더 레퍼런스로 써먹기 좋은 시절일 수 있겠죠.



 ++ 대놓고 간판이 확실하게 여러번 잡히면서 커피빈이 등장합니다. 전 자꾸만 이 프랜차이즈가 국산이라고 생각하다가 깜짝 놀라고 그래요. 알았다가도 금방 까먹고 또 놀라고 또 놀라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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