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링거> 쌍둥이

2020.07.23 03:06

Sonny 조회 수:430

<데드 링거>의 클레어는 자궁경부가 세갈래로 나눠진 여성이다. 맨틀 형제는 이걸 발견하고 흥미로워하며 그에게 끌린다. 클레어는 아기를 갖고 싶어하지만 두 형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베벌리는 클레어를 아예 "돌연변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클레어가 가진 이 신체적 특징은 영화에서 "비정상"으로 제시된다. 하나의 길이어야 완전하지만 세개의 길이어서 불완전하다는 클레어의 신체는 1이라는 완전체와 3이라는 분리의 불완전성을 암시하는 듯 하다.


영화에서 쌍둥이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그려진다. 서로가 있을 때 완전해질 수 있다. 이 둘의 완벽에 가까운 상호보완은 역으로 한 쪽이 무너질 때 다른 한 쪽도 아주 쉽게 허물어지는 나약함을 함축한다. 아무리 합이 잘 맞고 함께 있을 때 좋아서 이별이 너무너무 힘들더라도 어느 한 쪽이 죽는다고 다른 한 쪽이 죽어버리는 그런 관계는 흔치 않다. 이것은 감정적 몰입과 소통의 정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분리되어있는 인간의 독립성에 더 가까울 것이다. 둘이 함께 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불완전함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질문은 더 나아간다. 만약 쌍둥이가 둘이 아니고 셋이었다면? 세 쌍둥이는 쌍둥이보다 더 희귀하지만 어쨌든 분명히 실재하는 현상이고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다. 그러나 세 쌍둥이가 상호의존적인 성격을 보인다 해도 그것은 <데드 링거>의 치명적인 존재론적 위기를 상기시키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베브와 엘리라는 여성적 애칭이 영혼의 일부일처제를 주장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인간이 자기 자신이 타인에게 유일하고 절대적인 존재이기를 바라는 개별성의 욕망일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전부일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타인에게 유일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아픔, 고통, 성취, 기쁨 모든 것이 한 명에게만 공유되고 독점되어야 한다는 것이 타인에게 가진 인간의 근원적 욕망일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자기자신의 고유성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쌍둥이란 설정은 영혼의 불안을 상징한다. 플라톤이 향연에서 언급한 인간의 근원적 외로움이 육체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쌍둥이란 존재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모두 영혼의 샴쌍둥이가 분리된 상태이다. 그러나 쌍둥이란 설정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외로움이 절대 해소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군가를 찾아 융합한다한들, 그것은 극도의 의존상태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클레어는 자기 힘으로 충분히 살아나갈 수 있었다. 그는 외롭고 불완전한 인간이었지만 그럼에도 홀로 견디고 약에 가끔씩 의존하면서 버텨왔다. 베벌리와 엘리엇은 그러지 못했다. 다른 한 쪽이 무너지면 겉잡을 수 없이 함께 무너졌다. "그럼 난 세 쌍둥이를 낳을 수 있는 건가요?" "그런 식으로는 되지 않아요." 극 중 클레어와 엘리엇의 대화이다. 어쩌면 단 하나의 자궁경부로 단 하나의 생명체가 나오는 것이 가장 완전하고 외로움을 가장 성숙하게 체념하며 살아갈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신들에 의해 쪼개진 인간은 평생 짝을 찾아 헤매며 잠깐동안 일부분을 맞닿을 수 있을 뿐이다. 너무 심하게 결합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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