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로봇, 불면증)

2020.08.30 06:51

안유미 조회 수:316


 1.젠장...사는 것도 지겹네요. 빌어먹을 비를 맞았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번 조치로 코로나 전염이 완화될지 말이죠. 오늘 돌아가는 걸 보니 2.5단계로 격상을 하려면 하루이틀 텀을 주고 할 게 아니라 그냥 당일날 때렸어야 했어요. 일요일날부터 2.5단계를 때린다고 하니 마치 오늘이 휴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나오더라고요. 



 2.나도 오늘은 웬만하면 조용히 지내고 싶었는데...요즘 공들여놓은 곳에서 모이길래 어쩔 수 없이 나갔어요. 왜냐면 이 모임에서 어서 탈퇴하고 싶거든요. 이 모임을 빨리 파먹어버리고 빨리 그만두고 싶어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진행하면 세월아 네월아 걸릴 것 같아서요.

 


 3.휴...지겹네요. 사실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요. 맨날 여자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여자를 좋아하는 건 이런 저런 물질들로 조성된 내 몸과 호르몬이지 나 자신은 아니거든요. 내가 우연히 여자로 태어났거나 다른 몸에 담겨져 있었다면 그 몸에 맞는 다른 욕망을 지니고 있겠죠. 


 욕망이란 건 어릴 때는 해소하면 곧바로 리필...또다시 곧바로 리필되기 때문에 별달리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면 24시간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게 나라고 생각하고 살게 되거든요. 여자를 좋아하고...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게 상시적인 거니까요.



 4.휴.



 5.어쨌든 그래요. 여자는 정말 좋지만 인간은 정말 별로란 말이죠. 나중에 로봇 여자가 나오게 되면 인간 여자는 안 찾을 것 같아요. 왜냐면 인간 여자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면모를 지니고 있거든요. 회계사 같은 직업도 가지고 있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가지고 있고...자기자신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늘 있단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로봇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인간 여자를 만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인간 여자가 뭐 자신의 고민거리나 비밀을 늘어놓으면 요즘은 매우 짜증나요. 예전에는 그러면 그 여자랑 가까워지는 건 줄 알고 기분이 좋았지만, 알고 보니 아니예요. 


 그건 그 여자랑은 멀어지고 그 인간이랑 가까워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여자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하면 슬슬 차단하고 싶어져요. 



 6.사실 남자는 괜찮아요. 남자의 경우는 거의가 고민거리를 말하면 그냥 말하는 거니까요. 뭐 도와달라고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애초에, 도와달라고 징징거릴 만한 놈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거든요. 그런 놈들이랑은 1대1로 만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거든, 그냥 고민거리를 말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든...둘다 무의미한 일이니까요. 나는 절대로 남을 공짜로는 돕지 않을 거거든요. 적어도 오늘은요. 


 내일은 내가 홱 바뀌어서 갑자기 남을 대가 없이 막 도와줄 수도 있겠죠. 내일이든 다음 주든 다음 달이든요. 하지만 오늘의 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예요. 



 7.사는 것도 지겹네요. 삼겹살이나 얻어먹고 싶네요. 아니면 오겹살이나. 아니뭐...너무 투덜거리는 것 같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생각해 보세요. 짜증나는 놈들 20명을 밤새 만나고 돌아오다가 비를 맞았고, 피곤하다면 누구나 사는 게 지겹겠죠.


 누군가는 '짜증나는 사람들을 굳이 왜 보는 거지?'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죠. 한데 사람이란 게 20명이씩이나 모이면 그건 반드시 짜증날 수밖에 없어요. 제기랄...보통 이쯤에서 '심심하네요'라고 쓰는 게 원래 일기의 패턴인데 너무 피곤해서 심심하지도 않네요.





 ---------------------------





 잠이 좀 오길 바랬는데 아직도 잠이 안 오네요. 불면증이 있으면 자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서, 굳이 눕지는 않아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계속 무언가를 하면서 정말 미친듯이 졸려오는 순간이 오길 기다릴 수밖에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8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15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211
113635 애인과 이별하고 좋은 추억 나쁜 추억 [16] 2013.06.02 4111
113634 힐링캠프 고소영 편 어땠나요? [4] 감자쥬스 2012.07.10 4111
113633 들을 때 마다 감탄하게 되는 가사, "사람이었네" [12] 찔레꽃 2012.05.21 4111
113632 유령 1-2회 스토리 정리. [7] 자본주의의돼지 2012.05.31 4111
113631 나는 꼼수다의 까발림 이후에도 곽교육감 사퇴를 고수하는 분들을 보면 [38] management 2011.08.31 4111
113630 (윤그랩)사건의 재구성과 이후 전망 [6] soboo 2013.05.12 4111
113629 소시 새 앨범 쟈켓 사진 [22] nobody 2010.10.27 4111
113628 씨네21 표지 장식한 김주원..아니 현빈 [4] miho 2011.02.02 4111
113627 상담) 실수에 대하여 [34] disorder 2010.09.06 4111
113626 [듀나리뷰랄라랄라] 스플라이스 [2] DJUNA 2010.06.25 4111
113625 운전면허 도로 주행 자꾸 떨어지네요 ㅜㅡㅜ [7] blingbling 2010.11.17 4110
113624 여자가 여자한테 반하는 순간은요? [34] 사람 2010.11.01 4110
113623 명품과 자기만족 [35] 와구미 2010.09.09 4110
113622 댓글 아이디 색상에 대한 의견을 묻습니다 : 블랙에 가까운 #252525 으로 결정. [56] DJUNA 2010.06.08 4110
113621 (클래식 바낭)쇼팽 콩쿨에서 채점표를 공개 [14] 보들이 2015.10.24 4109
113620 원더걸즈 혜림의 정변.gif [5] :-9 2015.08.11 4109
113619 [스포] 9회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 출연자들의 말. 그 외. [36] 알리바이 2014.02.02 4109
113618 또르르 라는 말 어디부터 쓰이기 시작했나요?? [12] vms 2013.08.08 4109
113617 착한 프로포즈의 조건 [35] 닌스트롬 2013.10.28 4109
113616 오직우유100%를유산균으로발효한요구르트 [10] 하라리 2013.11.13 41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