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일기

2020.09.16 07:07

안유미 조회 수:288


 1.'잠을 자려고 한다'라는 말은 생각해보면 이상한 말이예요. 원래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 사이클 안에서 살면 낮에 활동하고, 저녁에 돌아와서 밤에 누우면 알아서 잠에 빠지는 거니까요. 잠들어야겠다...라고 노력하는 건 이미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거겠죠.



 2.월요일엔 자고 싶었는데 도저히 잠이 안 왔어요. 6시...7시...급기야는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까지 넘겨서 깨있다가 결국 사우나에 갔어요. 오랜만에 강한 수압으로 좀 때려주고, 풀에 들어가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로 맛사지를 해줬죠. 이 정도까지 하면 잘 수 있는 노력은 정말 다 한 거예요.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만 빼고.


 하지만 선베드에 누워서도 한참 후에야 잠들 수 있었어요. 그나마도 금방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3.사람은 야생 상태에서는 늘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자면서도 늘 주위에 민감하다고 해요. 하긴 그런 본능이 없었으면 살아남지 못했겠죠. 


 이런 본능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밖에서 잘 때예요. 호텔에서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금새 일어나게 되고 사우나에서 자도 최소한의 피로만 풀리면 바로 깨어나게 되는 걸 보면요. 완벽하게 안전한 집이 아니면, 바깥 어디에서 자든 늘 긴장을 하게 되는 걸까...싶어요.



 4.휴.



 5.전에 썼듯이 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피자를 많이 먹는 것뿐이예요. 라지사이즈로 두 판 시켜서, 더이상 피자 냄새를 맡기도 싫을 정도로 먹고 나면 한동안은 피자를 먹고 싶지 않게 되죠. 여자에게서 벗어나는 방법도 마찬가지로, 여자를 많이 만나는 거죠. 그러면 한동안은 여자가 옆에 있는 것조차 싫어지게 되거든요. 


 하지만 문제는...그러면 한동안 사는 게 재미가 없게 돼요. 그러니까 여자가 너무 싫어지지는 않는 정도로 2~3일에 한번씩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하루는 여자를 만나고, 다시 하루는 여자를 만나는 걸 기다리고...하면서 지나면 적절한 거죠. 너무 연속으로 섭취하면 뭐든 질리니까요. 어쨌든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 사는 건 너무 우울하거든요. 


 '여자를 좋아하는 나'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려면 연속으로 여자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라는 비결을 가지게 됐어요. 혼자 있는건 심심하지만 그래도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내일을 오길 바라면서 혼자 있는 건 덜 심심하거든요. 혼자 있으면서 심심하고 기분이 짜증나는 것보다는요.



 6.아무래도 그런 거예요. 너무 미혹이나 번뇌에서 벗어나면 사는 게 재미가 없거든요. 미혹이나 번뇌를 극복한 것보다는 그냥 계속 미혹에 시달리면서 사는 인생이 나아요. 



 7.오늘도 역시 잠에 드는 데 실패해서 해가 뜨는 걸 봐버렸네요. 2시간정도 일한 다음에 9시부터는 돈을 좀 벌고 나서 잠을 자던가 해야겠어요. 어차피 잠이 안 오는데 자려고 노력해봤자 시간낭비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43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3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975
126335 (스포일러 가득) 프로메테우스: 비xx의 정체부터 마이클 파스빈더의 xxx까지 물어보는 작가 인터뷰. 그외 최근 밝혀진 떡밥 및 Q&A 총정리. [7] mithrandir 2012.06.15 21899
126334 마크 트웨인의 자위에 관한 연설. [14] philtrum 2010.09.08 21892
126333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보면 장자연 생각이 나요. [4] 옥수수가 모르잖아 2011.12.02 21799
126332 저희집 앞에는 이상한 안마방이 있어요. [15] 바스터블 2015.08.04 21615
126331 [듀나인] 좋은 그림책/동화책 소개 부탁드려요. [27] underground 2015.10.26 21548
126330 전북대 공대개 오월이(스압) [26] 탐스파인 2013.05.30 21495
126329 [연애상담] 마음이 지친 남자가 여자에게 되돌아 가기도 하나요? [89] grè 2013.06.20 21405
126328 30대 중반 남자의 적정 보유 자산 [20] 휴지통 2011.03.01 21396
126327 인간 남자랑 여자는 정말 물리적으로 다른 존재 같아요. [43] 침엽수 2012.09.21 21308
126326 실온에서 하루 지난 삼각김밥 먹어도 되나요? [20] disorder 2010.10.24 21287
126325 [공지] 배너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공지드립니다. (배너 위치 관련) [54] 폴라포 2012.11.20 21195
126324 성인 38.5도이면 심각한건가요? [4] 점선면 2014.02.03 21179
126323 가수 하늘 사망 [13] 메피스토 2013.10.08 21084
126322 [혐오주의] 치석제거/귀지제거 영상 [17] 자본주의의돼지 2013.05.22 20906
126321 [잡담] 귀여운 여친 & 투정 받아주는 착한 오빠가 정말 일반적인 구도인가요? [49] 지금만익명 2014.02.25 20759
126320 배에 붉은 반점이 번져요;; [7] sunday 2011.07.01 20679
126319 제가 느낀 나라별 게이들의 특징 [13] 이름없엉 2010.11.11 20604
126318 당분간 게시판이 좀 덜컹거릴 겁니다. [5] 룽게 2014.01.23 20547
126317 자기 전에 하는 일 + 영시추천 [3] 미루나무 2011.03.10 20464
126316 [인터넷] 베네통 광고 "unhate" [5] EEH86 2011.11.17 2026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