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작 영화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니고 그냥 영화요. 스포일러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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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프로듀서'들의 경력을 강조하는 영화들은 대체로 좀...)



 - 어린 여자애 둘이 위지 보드(어째서 위'자'가 아닌 것이냐!!!)를 갖고 노는 장면이 짧게 지나가고 세월이 흘러 현재. 빈 집에 젊은 여자애가 하나 있어요. 아마 아까 그 둘 중 하나겠지만 딱히 중요하진 않구요. 뭔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이것저것 하고 있는데 핵심은 저 '위지 보드'를 태우는 겁니다. 그때 마침 어려서 같이 놀던 친구가 방문을 해서 같이 놀러 나가자는데 아냐 괜찮아 난 됐어 내일 봐! 이러고 집에 들어왔더니 문이 맘대로 열리고 가스불이 켜지고... 하다가 위지 보드가 멀쩡히 돌아옵니다. 그리고 유령 같은 게 나타나고 이 분은 호쾌하게 목이 매달리며 퇴장.


 어제 놀러왔던 그 친구는 맘이 아픕니다. 인생 절친이 갑자기 전혀 암시도 없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자기 애인, 죽은 친구 애인, 그냥 친구에다가 자기 동생까지 끌고 죽은 친구네 집으로 가서 '직접 작별 인사를 해야쓰것다!!!!'라며 친구의 위지 보드를 꺼내들고 대화를 시도하는데...



 - 블룸하우스를 좋아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초저예산 호러 영화들 위주로 활동하는 회사이고 그 중엔 쉴드 칠 길이 없는 망작('트루스 오어 데어'라든가)들도 많지만 초대박급 수작도 있고 결정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류의 '허접하고 허술하지만 재밌게 봐 줄 구석은 있는' 영화들도 많아요. 그래서 어제도 넷플릭스에 있는 이 회사 영화들을 놓고 고민하다가... 오래 전부터 언젠간 봐야할 숙제로 남겨두었던 이 영화를 선택했죠.

 숙제로 남겨 두었던 이유는 평이 워낙 안 좋아서였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야한다고 생각했던 건... 올리비아 쿡이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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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아주 중요한 관람 동기가 됩니다)



 - 근데 역시나 사람들의 악평은 틀리지 않았죠. 정말 싱겁고 허술하기 그지 없는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아마도 레퍼런스 하나를 두고 짜낸 이야기 같아요. 제 생각에 그 레퍼런스는 '링'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자니 자세한 설명은 불가하지만 여러모로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제작진이 일부러 그걸 티 내는 듯한 장면도 한 번 나오구요.


 다만 그 링의 비디오 테이프를 미국의 흔해 빠진 장난감 위지 보드로 치환을 하고 나니 이야기가 아주 평범해집니다. 링 1편의 매력 중 하나는 그 참신한 저주의 전파 방식과 시간 제한으로 게임의 규칙 같은 걸 만들어 놓고서 그걸 어떻게든 중단시킬 방법을 찾아내려는 주인공들의 노력이 만들어내는 스릴 같은 거였잖아요.

 근데 이 영화엔 그런 게 없어요. 여럿이 모여서 위지 보드 놀이를 했네? 근데 규칙을 어겼네? 니들 다 주금. ㅋㅋㅋㅋㅋㅋ 그냥 이걸로 끝. 막판에 해결책 같은 게 주어지긴 하는데 영 쌩뚱맞은 데다가 그 방법도 별 거 없어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캐릭터들이 문제입니다. 열아홉, 스물쯤 된 젊은 남녀가 우루루 나오는데... 얘들이 다 그냥 캐릭터가 없고 특별한 관계 설정도 없어요. 모두가 흐릿흐릿. 시작부터 끝까지 얘들 성격이 어떤 건지 알 틈을 주지도 않고 관계는 그냥 대사로 설명될 뿐 그게 이야기에 어떻게 반영이 되는 것도 아니구요. 그러다보니 모두 다 매력이 없는 건 물론 짜증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냥 나와서, 화면을 배회하다가 죽어요. 그걸로 끝. 게다가 그 와중에 그나마 (주인공이니까!) 성격 같은 게 조금 주어지는 주인공의 경우엔 '하지 말라는 건 다 하고 다니는 악의 근원' 역할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성실하고 수행해서 짜증을 유발합니다. 아아 어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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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진상이 올리비아 쿡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 억지로라도 좋은 점을 하나라도 찾아보자면... 빌런입니다. 빌런의 캐릭터 설정이나 배경 이야기, 묘사되는 방식 같은 건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영화에서 제일 그럴싸해보이는 게 엔드 크레딧인데, 빌런의 생전 모습들이 흑백 자료 사진들로 흘러가는 연출이거든요. 엔드 크레딧만 보고 있으면 쌩뚱맞게 꽤 전통적으로 괜찮은 미국 오컬트 호러를 본 느낌?


 속편이자 프리퀄을 만들어서 그 빌런의 이야기를 다뤘고, 그게 또 이 영화와는 다르게 꽤 평이 좋던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납득이 돼요. 그 쪽이 훨씬 더 할 얘기도 많고 사연이나 캐릭터도 매력적이거든요. 감독도 잘 만났죠. 마이클 플래니건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 본편을 보고 나니 그 영화까진 볼 생각이 안 들게 된다는 게 함정입니다. ㅋㅋㅋ 혹시 둘 다 안 보셨는데 하나라도 보고픈 맘이 드신다면 차라리 프리퀄을 보세요. 제 생각에 이 본편은 프리퀄을 볼 사람들에게 스포일링을 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는 물건 같습니다.



 -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사실 후반에 밝혀지는 빌런 이야기 때문에 다 보고 난 후의 감상은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닙니다. 위에서도 말 했듯이 좀 올드한 취향의 미국풍 호러 이야기 설정을 나쁘지 않게 짜 놨어요. 그래서 다 본 후에 전체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나름 이래저래 납득이 가는 느낌도 있는데.

 어쨌거나 그런 '큰 그림'은 형태만 대충 확인 가능할 뿐이고 우리가 보게 되는 결과물은 거의 총체적 난국에 가깝게 허술한 물건입니다.

 올리비아 쿡의 팬이 아니시면 보지 마세요. 대체로 시간 낭비입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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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올리비아 쿡입니다 고갱님!)



 + 올리비아 쿡과 함께 이 영화의 미덕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런닝 타임입니다. 80분 남짓 밖에 안 돼요.



 ++ 비평적으론 폭망이었지만 워낙 저렴하게 만들어서 제작비는 첫 날에 다 뽑았다죠. 역시 블룸하우스. ㅋㅋㅋ

     마이클 플래니건의 호평 받은 속편 겸 프리퀄 역시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위자: 저주의 시작'인가 그래요.



 +++ 제가 자꾸 위'지' 보드라고 적었는데, 옛날부터 이게 참 미스테리였어요. Ouija 라고 적어 놓고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이 다 위'지'라고 말하더라구요.



 ++++ 사실 굳이 올리비아 쿡이 호러에서 헤매는 걸 보고 싶다면 '콰이어트 원'이라는 괜찮은 대체재가 있습니다. 뭐 그것도 명작급은 아니지만 이 영화처럼 대책 없이 허술하진 않아요. 전 괜찮게 봤습니다. 



 +++++ 요즘 아무 생각 없이 고르는 영화들에 계속해서 배우들이 겹치는 우연이 생겨서 좀 재밌습니다. 죽은 친구의 애인으로 나오는 남자애가 제가 엊그제, 이 영화 바로 전에 본 '사막의 끝' 주인공이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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