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지는 날

2020.11.02 18:45

Sonny 조회 수:451

삶을 스스로 결정내린 사람들의 흔적은 결국 상처로 남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끔씩 로빈 윌리엄스의 성대모사나 토크쇼 영상을 찾아보곤 하는데, 정신없이 웃다가도 영상이 끝나면 그 밀려오는 허무함이 감당이 안될 때가 있어요. 그를 보면서 어렴풋이 추측하곤 합니다. 웃고 싶은데 자신이 웃기 힘들어하는 사람은 타인을 웃겨서라도 그 웃음을 기어이 창조해내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영상 속의 로빈 윌리엄스는 가끔씩 이상할 정도로 필사적이고 지나치게 흥분되어있습니다. 이제 그의 웃기는 영상들에 온전히 도취되지 못한 상태로 그의 삶의 결말의 이유를 너무하다싶은 그의 열정적 태도에서 찾아내려고 하게 됩니다. 그는 정말로 즐거웠을까요. 즐거운만큼 충만했을까요. 


웃음을 준다고들 하죠. 그 화학적 반응을 주고 받음으로 표현하는 걸 보면 준 사람은 무엇을 가지고 있길래 주는 것이고, 웃음을 준 만큼 다른 웃음이 자신 안에 남아있는지 그것이 또 채워지는지 궁금할 때도 있었습니다. 서글프게도 이제는 웃음을 준다는 것이 아주 순수한 자발적 열정과 화학적 반응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타인과 함께 있는 자리의 분위기를 위해서, 자신이 웃겨줄거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의 요구와 기분좋음을 위해 봉사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리고 그것이 업이 된 사람들의 경우 그 비자발적인 "웃김"은 더 하겠죠. 그렇게 자기 마음을 감추고 타인의 웃음을 위해 봉사하는 일들은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웃음을 주는만큼 무엇을 받고, 그 받는 것이 준 웃음만큼의 또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는만큼 그저 바랄 뿐입니다. 그 웃음에서 작은 보람과 뿌듯함을 얻고 그의 웃음주는 삶이 꽉꽉 채워질 수 있었다면 좋겠다고. 안타깝게도 그 바람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때가 많지만요.


떠나가버린 이의 빈자리는 그를 붙들지 않은 세상의 냉혹함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재치가 넘치고 긍정적이며 성실한 삶으로도 세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까요. 그는 즐거운 사람이었지만 욕망과 분노를 이야기하기 전에 내려놓은 자신을 기꺼이 다른 이들에게 내던졌고 그가 주는 웃음은 자신 외에는 어떤 사람도 다치지 않으면서 소박하고 잔정이 넘치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제가 감히 헤아려볼만한 것이라면 모두의 파안대소 끝에 그에게 찾아왔을 수많은 헛헛한 순간들입니다. 그의 너무 슬픈 선택을 어쩔 수 없이 존중하며, 남아있는 사람들끼리는 그것을 작게나마 보듬어주길 소망합니다. 어떤 추리도 포기한 채 도리가 없는 슬픔을 감당해야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3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4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824
113929 [웨이브바낭] 환상특급 2019의 시즌2... 그러니까 환상특급 2020을 다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0.11.15 1028
113928 내가 죽던 날(스포일러) [1] 메피스토 2020.11.14 604
113927 에일리어니스트 몇 회를 보고 [2] daviddain 2020.11.14 400
113926 대선 후보 윤석열? [2] 분홍돼지 2020.11.14 563
113925 만달로리언 시즌2가 시작했습니다. [2] 분홍돼지 2020.11.14 459
113924 [웨이브바낭] 환상특급(2019)를 마저 다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0.11.14 1824
113923 제리 맥과이어를 보는데 [3] daviddain 2020.11.14 595
113922 신인 걸그룹 STAYC, So bad MV 메피스토 2020.11.13 380
113921 게이 아티스트 Song Inkollo의 이상한 커밍아웃(?) 결과 [4] S.S.S. 2020.11.13 900
113920 개소리도 이 정도면 수준급 [5] 사팍 2020.11.13 1047
113919 한국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골수검사 사팍 2020.11.13 559
113918 [CBS-KSOI 공동기획]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등 조사 왜냐하면 2020.11.13 298
113917 [오피셜] LG, 류지현 감독 선임... "내겐 숙명 같은 팀" [5] daviddain 2020.11.13 343
113916 [회사바낭] 리더십 교육 [8] 가라 2020.11.13 509
113915 에일리어니스트 [3] daviddain 2020.11.13 7172
113914 [웨이브바낭] 조단 필 버전 '환상특급(2019)' 에피소드 5까지 보고 잡담 [25] 로이배티 2020.11.13 1009
113913 오래 쓰던 미디어앱 퀵픽을 지웠네요 [2] 가끔영화 2020.11.13 288
113912 민주당 소신파의 생각 [26] 사팍 2020.11.12 903
113911 혜민 이 분은 왜 이번 프로그램에 출연한걸까요? [8] 하워드휴즈 2020.11.12 1244
113910 중앙일보,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 설계 [7] 가라 2020.11.12 8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