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당 30분 정도의 독립적 에피소드 8개로 이루어진 시리즈입니다. 작년 가을에 공개됐던 걸 지금 봤네요.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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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솔로지니까 줄거리 요약 같은 건 필요 없겠지만 대략 어떻게 생겨 먹은 시리즈인가... 를 설명하자면.

 뉴욕 타임즈의 'Modern Love'라는 독자 투고 칼럼에 올라왔던 사연들 중 몇 개를 골라서 살짝 개작한 이야기들이라고 주장하는 자막이 매 에피소드 시작 때마다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배경은 언제나 뉴욕. 그리고 여기서 Love 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연애질과 관련된 것이겠지만 그 외의 친구, 가족간의 사랑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고 실제로 연애질 자체가 핵심인 에피소드는 절반 이하네요.

 뭐 이렇게 '나는 실화다!!'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런 기고글이라는 게 각색 없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일 리도 없고, 그런데 그걸 또 드라마에 맞게 개작했다고까지 적혀 있으니... ㅋㅋㅋ 그냥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로맨스물 정도로 생각하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90년대에 불었던 로맨스물 열풍을 기억하는 분들에게 잘 먹힐 시리즈입니다. 멕 라이언, 톰 행크스, 노라 에프론과 같은 이름들이 자동으로 소환되는 그 시절. ㅋㅋㅋ 대략 그 시절의 갬성을 그대로 재현하되 21세기식 패치를 슬쩍 적용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부자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다들 넉넉하고 예쁜 집에 살면서 삶의 여유도 넘쳐 보이는 뉴요커들이 예쁜 거리, 예쁜 식당을 헤매며 예쁜 음악을 배경에 깔고 예쁘게 고민하고 방황하다 예쁜 깨달음도 얻고 예쁜 해피 엔딩도 얻고 그러는 예쁜 이야기들이죠. 보다보면 '팬시 상품'이라는 단어가 화면에 큼지막하게 워터 마크로 박혀 있는 기분이. ㅋㅋㅋ


 21세기 패치도 이런 톤을 망가뜨리지 않는 한도에서 자연스럽게 잘 적용되어 있습니다. 일단 배경이 되는 장소들이 노골적인 유명 관광 명소들은 아니라는 거. (미국 영화로만 뉴욕을 접한 외국인 입장에선) 어딘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분위기 좋고 예쁘고 멋진 장소들을 찾아 촬영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대놓고 '팬시'한 이야기들인데도 인공적인 느낌은 좀 덜하고 촌스러운 느낌도 별로 없어요. 

 그리고 뭐 당연히 소수자 배려가 있겠죠. 흑인이나 동양인 남성과 백인 여성간의 사랑도 나오고 성소수자 주인공도 나오고 그래요. 그리고... 남자가 단독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예 없네요. ㅋㅋ 여자 단독 주인공은 물론 있지만 남자는 공동 주인공이거나 그냥 조연이거나 뭐 그렇습니다. (사실 이건 애초에 이런 로맨스물이 거의 그렇죠)



 - 아... 그리고 당연히 예쁘고 유명한 배우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배우들의 네임 밸류가 확연하게 높아요. 보통 이런 로맨스물이면 잘 생긴 인기남 배우도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앤 해서웨이, 올리비아 쿡, 소피아 부텔라, 티나 페이, 캐슬린 키너 등등. 그에 비해 남자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약하죠. 젊은 네임드라고 하면 앤드루 스콧과 데브 파텔 정도이고 그 외엔... 음... 토니 스타크 아버지가 나오고 '홈커밍'의 조사원 아저씨가 나오네요. 그냥 딱 그 정도;


 그래서 대체로 여배우들 입장에서 즐거운 경험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일단 온전하게 본인이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경험이니까요.

 그 분들을 구경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즐겁습니다. 특히 소피아 부텔라 같은 경우가 그래요. 전 이 양반이 멀쩡한 매력녀로 나와서 남자와 자르고 쪼개는 게 아니라 데이트하는 내용의 로맨스물 같은 건 상상을 못 해봤죠. ㅋㅋ 여덟개 에피소드 중 가장 '스타'가 필요한 역을 맡아서 넘치도록 화려하게 잘 해내는 앤 해서웨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구요. 캐슬린 키너의 절절한 장년 로맨스도 좋았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여덟개 에피소드 중 가장 90년대 스타일로 팬시한 이야기였는데도 연기가 좋으니 그냥 좋더라구요. ㅋㅋㅋ



 - 뭐 더 길게 말할 필요는 없는 시리즈 같네요.

 사랑과 삶에 대한 진지한 교훈과 깨달음을 던져주는 척 하는 팬시 상품입니다. 스스로가 얄팍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매번 클라이막스마다 '명대사' 등극을 노리는 구절들이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이지만 보는 사람이야 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그냥 예쁜 그림과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기면 되는 거죠. 이제 그런 이야기에 감동 받을 나이는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보기 좋은 건 보기 좋은 거니까요.

 다행히도 그 그림은 충분히 예쁘고 분위기도 충분히 좋습니다. 더군다나 계절 또한 매우 적절하게도 가을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그러니 별 기대 없이 걍 예쁘고 훈훈하고 안전하게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시간을 때려잡고 싶으시다면 보세요. 딱 그 정도를 목표로 잡고 그 목표 안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시리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맡으신 분이 눈에 익어서 검색을 해 보니 '블랙미러'의 우주전함 에피소드에서 주인공격이었던 여자분이더군요. 반가웠습니다. ㅋㅋ 그리고 위에 이미 적었지만 여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딸 나이 부하 직원이랑 엮이는 아저씨 역할을 맡으신 분이 '홈커밍'의 그 정의의 조사원. 헤어스타일을 바꾸니 인상이 확 달라 보여서 한참을 보면서도 '누구지? 누구지??' 하고 있었던... 엑스레이 기능 뒀다 뭐하니

 그리고 사실은 유명한 남자 배우가 한 명 더 나옵니다만 이름은 일부러 언급을 안 했어요. 그냥 참 반가웠고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 고만 해두죠. ㅋㅋ


 ++ 제가 늘 범죄 or 호러만 봐서 그런지 미국 도시에서 한밤중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자살 행위라는 인식이 강한데 말입니다. 유독 뉴욕이 배경인 이야기들을 보면 주인공들이 한밤중에도 거리를 걸으며 데이트를 하고 그래요. 이건 뉴욕의 실제 특징이려나요.


 +++ 에피소드 하나는 오페라의 유령, 셰임리스의 에미 로섬이 연출을 했습니다. 연출만요. 근데 그렇게 맘에 드는 에피소드는 아니었네요. 소재 자체가 좀 위태로운 이야기라서 아마 보고 욕하는 사람들도 많을. ㅋㅋㅋ


 ++++ 티나 페이는 웃기지 않습니다(?) 그냥 주인공 역을 맡았을 뿐 각본엔 손 안 댔어요. ㅋㅋ 그래도 배우가 티나 페이라 그런지 원래 캐릭터가 그래서 티나 페이를 캐스팅한 건지 다다다다 대사를 쏘아 붙이는 씬은 자주 나오더군요. 그런데... 이 에피소드도 좀 별로였구요. 나쁜 건 아닌데 밍숭맹숭.


 +++++ 마지막 에피소드는 좀 짧아요. 뒷부분이 시리즈 전체 에필로그로 되어 있거든요. 그게 그렇게 잘 붙어서 감동적으로 흘러간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노래에 예쁜 배우들과 예쁜... 아, 그만하겠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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