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보긴 봤어요. 안 봤을 리가 없죠. ㅋㅋ 하지만 본지 20년이 넘어가고 그러면 제 기억력상 안 본 거나 별 차이가 없는지라, 그리고 웨이브에 2편과 3편까지 있길래 한 번 몰아서 보려고 다시 봤습니다. 결말까지 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스포일러는 피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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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봐도 간지 작살!!!)


 - '근미래'의 디트로이트는 생지옥입니다. '가까운 미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발전해버린 자본주의와 전쟁 기술 덕에 경찰이 대기업 산하 기관이 되어 버렸고. 그 대기업(그 유명한 OCP!)은 쓸 데 없는 데 돈 쓰는 게 싫어서 인력난에 허덕이는 경찰을 방치하는 가운데 자기네가 만든 전쟁용 로봇을 투입해서 치안 유지를 시켜볼 계획을 짭니다. 하지만 최초로 만들어낸 100% 로봇 녀석이 모자란 지능으로 인해 중역 회의에 참석한 직원을 무참히 쏴 죽여 버리는 사고(?)가 생기고. 그 대안으로 죽기 직전의 경찰 두뇌를 이식한 (성실하게도 미리 유사시 신체 포기 각서를 받아 놨더군요) 사이보그를 준비하려 하는데...


 때마침 악당 패거리에게 잔인하게 우롱당하고 벌집이 되어 막 숨을 거두게 된 경찰 '머피'가 바로 이 프로젝트의 재료가 되죠. 너까짓 건 생각 같은 거 하지 말고 일이나 하라고 친절하게 기억까지 다 지워줬고, 싸움 좀 더 잘 하라고 멀쩡했던 팔까지 떼어내버리고 로봇으로 거듭난 우리 머피씨. 하지만 당연히 슬슬 인간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인상 깊었던 점.


 1. 로보캅의 디자인은 지금 봐도 상당히 간지가 납니다!!! 30년을 넘긴 '첨단 로봇' 디자인으로서는 흔치 않은 경우인 것인데요. 

  피터 웰러의 '위이~잉, 치킨!' 하는 느낌의 로봇 움직임 연기는 가끔 슬쩍 웃음이 나올 때도 있지만 대체로 그럴싸하구요.


 2. 영화가 웃깁니다. 런닝 타임 내내 피가 철철 흐르고 툭하면 사람이 넝마가 되며 주인공은 나름 처절하지만 감독의 의도는 코미디 영화였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많아요. 중간중간 삽입되는 뉴스나 광고들 보면 그냥 신문에 실리는 풍자 카툰 느낌으로 웃기고, 가끔은 피 철철 흐르는 끔찍한 장면에서도 개그들이 나오죠. 근데 이게 아마 80년대 한국 관객들에게는 코미디로 받아들여지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싶고... 미국 관객들은 웃었을까? 가 궁금하기도 하고.


 예를 들어 ED-209와 관련된 장면들 있잖아요. 임직원을 그냥 날려 버리거나 계단에서 버둥거리거나... 하는 장면들이 지금 보기엔 분명히 웃으라고 넣은 장면으로 보이는데 그 시절엔 (특히 어린이들이라면 ㅋㅋ) 전혀 그렇게 안 보였을 것 같단 말이죠.


 3. 확실히 '쇼걸'이 버호벤 영화들 중엔 이질적인 영화이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로보캅이나 토탈 리콜, 스타십 트루퍼스 같은 영화들을 보면 뭐랄까... 영상이 매끈매끈하고 깔끔한 느낌은 아니거든요. 어찌보면 B급 영화 느낌이 난다 싶을 정도로 좀 투박하고 거칠게 찍어내는 게 이 양반 영화들 스타일인데 쇼걸은 걍 번드르르한 헐리웃 AAA급 영화 느낌이었죠. 배우들 신체 노출을 제외하면 막나가고 살벌한 느낌도 덜 했고 유머도 약했고. 감독 팬들 입장에선 실망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4. 액션은 뭐라 평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일단 로보캅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간지가 나고 또 항상 평균을 훌쩍 넘는 잔혹함이 있으니 임팩트 하나는 확실합니다. 보면서 지루하거나 별로다 싶은 액션씬은 없어요. 하지만 액션 안무 자체가 잘 되었는가... 라고 생각해보면 그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뭐 지금의 액션이 영화의 톤에 잘 어울리긴 합니다. 막 우아한 액션 안무가 펼쳐지고 그럴 분위기의 영환 아니니까요. ㅋㅋㅋ


 5. 기계가 되어 버린 인간의 자아 찾기... 라는 소재를 로보캅이 만들어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말 딱 적절한 수준으로 잘 써먹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에 비슷한 소재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쏟아지는 데 큰 영향을 준 게 사실이니 그냥 이 영화가 원조라고 해도 큰 잘못은 아닐 듯.


 6. 주로 ED-209에 집중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뭐랄까... 지금 보기엔 프레임이 심히 떨어져 보여서 좀 웃음이 나옵니다. 근데 애초에 버호벤은 얘를 개그 캐릭터로 설정한 것 같더라구요. 나오면 나올 때마다 개그씬을 하나씩은 만들어내니. ㅋㅋㅋ 애초에 예산을 크게 들인 영화는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그렇담 1편 흥행 덕에 덩치를 키운 영화였던 2편을 보면 많이 나아져 있겠네요. 



 - 암튼 즐겁게 봤습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악취미 유머가 메인이라 취향에 안 맞을 순 있겠지만 낄낄대고 웃으면서 재밌게 봤어요.

 영화 속 디트로이트의 모습을 통해 드러나는 세계관도 좀 막나가는 격한 풍자라 무섭다기보단 좀 웃기는 편이었구요.

 머피의 자아 찾기 파트는 좀 진지하긴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면을 보면 역시... ㅋㅋㅋ

 내친 김에 '토탈 리콜'이랑 '스타십 트루퍼'도 조만간 다시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네요. 네덜란드 시절 영화들도 보고 싶지만 지금 vod로 볼 수 있는 게...




 + 근데 그거 아십니까. 지금 로보캅의 vod 관람 등급은 무려 15세에요. 사지 절단에 피가 철철 흐르고 마약 파티 장면까지 나오는데 말이죠. 개봉 당시엔 싹둑싹둑 잘려져나간 버전으로 중학생 이상이었으니 그러려니 해도 지금 서비스 되는 vod는 런닝타임을 보면 무삭제판인 것 같던데 말입니다. 21세기의 15세들은 볼 게 많아서 좋겠...


 ++ 여기서 유일하게 머피를 알아보고 로보캅을 돕는 여성 캐릭터가 헐리웃 액션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라는 평이 있었죠. 주인공이랑 연애도 안 하고 자기 일은 똑부러지게 하는, 주인공과 동등한 여성 액션 캐릭터! 그렇게 듣고 나서 보니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긴 합니다.


 +++ 극중에서 OCP 직원들이 로보캅을 지칭할 때 '사이보그'라는 표현을 씁니다. 사람의 모습이 남아 있는 채로 기계를 결합한 것이니 이 표현이 맞긴 한데... 그냥 워낙 오랜만에 듣는 표현이라 되게 반갑더라구요. 사이보그. 요즘엔 이 단어 정말 잘 안 쓰이지 않나요. ㅋㅋㅋ


 ++++ 트윈 픽스 매니아분들에겐 친근한 얼굴이 둘 나옵니다. 로보캅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OCP 직원 역으로는 트윈 픽스에서 시즌 3까지 비중 있게 출연했던 알버트 요원님이 나오시구요. 머피를 살해하는 갱단의 미친자들 중 한 명 역으로 로라 파머 아빠가 나오기도 합니다. 특히 이 로라 파머 아빠님은 미친 놈 연기가 참 잘 어울리시는데... 필모에 그 유명한 '킬링 조크'가 있길래 조커였나? 하고 확인해보니 고든 역할이었군요. 오해해서 미안해요. ㅋㅋㅋ


 +++++ 옛날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이런 게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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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미씨 반갑구요. ㅋㅋ 근데 저거 진짜 피터 웰러 맞나요? 그냥 옷만 보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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