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에서 어설프게 만든 달걀볶음밥 동영상을 올렸다가 쌀밥을 주식으로 먹는 아시안의 공분을 산 적이 있죠.

쌀을 물에 삶아서 채에 걸렀기 때문인데요. 쌀을 파스타 취급했던 모양입니다.

(잠시 딴 말인데 이탈리안들은 스파게티 면을 잘라서 삶는 걸 보면 삶은 쌀을 채에 거르는 걸 본 아시안들처럼 분개한다고 하지요 ㅎㅎ)

이 동영상의 리엑션으로 한국웹에까지 알려진 엉클 로저(본체는 말레이시아계 화교인 영국 코미디언 나이젤 응입니다)는 이후로도 어떤 동영상에서나 전기밥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쌀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들이여 엉뚱한 짓 말고 전기밥솥이나 사라!! 이거죠. 


바로 그 전기밥솥 이야기에요.

물론 동남아와 동북아에서 선호하는 쌀이 다르고 원하는 조리의 상태도, 따라서 전기밥솥의 방식도 조금 다를 것 같기는 하지만

전기밥솥이 효율적인 도구인 점에는 모두 동의할테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전기밥솥에 보관한 밥에 대한 이미지는 예전과는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밥 먹고 싶으면 밥솥 열어보면 늘 밥이 얼마간 들어 있었고 이걸 떠서 반찬에 먹든 반찬이 없으면 달걀이라도 풀어서 볶아먹든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라? 나이 들어서 살림을 직접 하게 되고 보니 밥솥에 막 한 밥에 비해서 보관된 밥은 현저하게 맛이 떨어집니다. 

전기밥솥 기술이 예전만 못해졌을리는 없는데 왜 그럴까요? 물론 우리의 입맛 수준이 그만큼 높아져서일 수 있겠지요. 

혹은 늘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의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불철주야 살피고 고생하신 어머니의 덕일 수도 있겠고요. 

여하간 요즘은 보온 기능으로 보관된 밥을 다들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밥을 자주 먹지 않는 싱글 가구 혹은 바빠서 집에서 밥 먹을 일이 적은 가정에서는 소분 냉동이 하나의 팁을 넘어서 이제는 부엌 살림의 지침으로까지 자리잡은 듯 합니다. 

락앤락 같은 밀폐보관용기 회사에서는 밥 냉동용 그릇을 따로 만들어 팔고 있고요.

저는 냉동밥을 간편하게 해동할 수 있는 설비가 없어서 냉동하진 않지만(냉동실에 자리도 없고) 

오래 둔 밥은 마르고 맛이 없으니까 보통 하루 이상 지난 경우에는 보온을 끄고 찬밥 상태로 놓아둡니다. 


겨울에는 그 방법이 그럭저럭 통해요. 그런데 보온으로 하면 맛이 없어질지언정 어느 정도는 유지되는 밥이 보온을 끄면 상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하긴 모든 음식은 막 만든 직후부터 조금씩 상하기 시작하는 거고 먹어도 괜찮은 수준으로 상한 것까지 먹고 그 선을 넘으면 버리는 거라고는 하지요.

아무튼 보온을 끄고 그대로 밥통에 둔 밥에는 곰팡이가 잘 생깁니다.

재밌는 것은 단순히 밥이 아닌 음식물에도 비슷하게 적용이 되더란 말입니다.

이를테면 시장에서 찐만두 같은 것을 사오면 상온에 두는 것과 냉장고에 두는 것과 밥솥의 보온 상태에 두는 것의 보관 기한이 달라요. 

냉장은 물론 셋 중 가장 오래 가지만 상온보다 따뜻하게 두는 밥솥 보온 상태가 더 오래 보존 가능하더라고요. 

일반적인 음식물 부패의 원리, 높은 온도에서 더 빨리 상한다에 위배되는 상황이라 신기해서 찾아보니 

음식물을 부패하게 하는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활동 온도가 10도에서 약 60도까지인데 밥솥의 보온 온도는 그보다 약간 높은 70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의외로 간단한 원리네요. 그렇지만 여전히 신기합니다. ㅎㅎ 

그러저러한 이유로 우리집 전기밥솥은 밥을 담아두는 경우도 있지만 빵을 해동할 때도 쓰고 만두 등 식품을 보관할 때도 쓰고 다용도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전기밥솥은 안녕들 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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