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산책 일기, 새벽 광화문

2020.11.27 05:22

여은성 조회 수:434


 1.9월 경이었나...저번 거리두기 때엔 처음으로 캔맥주란 걸 제대로 먹어봤어요. 가로수길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9시가 넘어서 친구랑 갈만한 식당이 없었거든요. 편의점에서 취식도 불가능해서 짜파구리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길거리에서 그걸로 때우려 하길래 나도 기네스 한잔을 마셔봤어요. 


 기네스를 다 먹고 나니 캔 속에서 뭔가 쇠구슬 비슷한 게 굴러다니는 게 느껴졌어요. 이거 대체 뭐지 싶어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굳지 말라고 넣어놓는 거라고 했어요. 그걸 듣고 나니 좀 웃겼어요. 나이가 몇살인데 기네스 캔 안에 그런 게 들어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니 말이죠. 생각해 보니 캔맥주라는 걸 제대로 한잔 다 마셔본 건 처음이었던 거예요. 따라서 마셔보거나 병으로 마셔본 적은 있었지만. 



 2.어제는 산책을 제대로 못해서 한밤중에 한번 나가봤어요. 기네스를 먹어봤으니 이번엔 버드와이저란 캔맥주를 사서 걸으면서 마셔봤는데 거기엔 쇠구슬이 없더군요. 아마 구슬을 넣은 캔맥주가 있고 안넣은 캔맥주가 있나봐요.


  

 3.어쨌든 밤산책을 해보니 아직 밤산책은 좀 별로예요. 내가 원하는 건 정신이 번쩍 들고 살이 엘 정도로 추운 밤거리인데 아직은 반팔입어도 될 정도로 널널하더라고요.


 

 4.휴.



 5.오늘은 코엑스에 가서 한식 뷔페에 들러봤는데 메뉴가 하필 조기튀김. 그야 뷔페니까 조기튀김은 안 건드리고 다른 메뉴들을 먹으면 상관없긴 한데...어째 요즘은 갈 때마다 해산물 메뉴가 있어서 걸렀지만 오늘은 한번 가서 먹어 봤어요.


 오늘은 어중간하게 걸었으니 내일 금요일은 일찍 나가서 길거리를 걸어봐야겠어요. 걷다가 괜찮은 개인 카페가 눈에 띄면 커피도 하나 사먹고 밥도 한끼 먹고 그러면서요. 

 

 진짜 오랜만에 한낮의 광화문을 가보고 싶긴 한데...12시~2시 사이에 직장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그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그 시간을 피해서 가면 금새 퇴근시간에 걸려버리니 느긋하게 걸어볼 시간이 별로 없고. 광화문 쪽에 가면 묘하게 빨리 지치게 돼서, 그곳에만 있는 맛집을 가려고 마음먹었다가도 그냥 백화점 식당가에 있는 적당하고 개성 없는 식당에 가게 돼요.



 6.밤에는 뻔질나게 광화문에 가는 편이예요. 한달에 예닐곱 번 정도는요. 정확히는 광화문보다 경복궁 쪽이죠. 경복궁 쪽에 있는 바에서 한잔한 뒤 새벽에 나오면, 저녁 시간에는 그렇게 귀하던 택시들이 널려 있어요. 


 한데 술도 한잔 하고 새벽에 광화문 거리로 나오면 오기 같은 게 생기거든요. 택시를 안 타고 어디까지 걸어갈 수 있을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단 말이죠. 그래서 경복궁역에서부터 광화문-시청-서울역 방향으로 계속해서 걷고 걷곤 해요. 


 그렇게 광화문을 걷고 있으면 내 뒷모습이 택시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는 건지...뒤에서 택시가 다가와서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나를 앞질러 가버리곤 하죠. 어쨌든 한참을 걸어봐야 서울역까지도 못 가고 잘해봐야 시청역 즈음에서 택시를 타게 돼요. 택시를 타면 거의 플라자 호텔에서 왼쪽으로 꺾는 루트를 타게 되죠. 그러면 '듀게에 플라자 호텔을 가볼거라고 글을 썼었는데...'라고 주억거리곤 하죠.



 7.예전에는 새벽의 광화문 거리가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어요. 술을 마시고 나오자마자 바로 택시를 잡아 타곤 했죠. 그런데 요즘 괜히 걸어보는 이유는 이제 사람이 없기 때문이예요. 새벽의 중구를 걷고 있으면 몇 분마다 마주치게 되는 경찰 무리들이나 광화문역 도로 중간의 수많은 천막들 때문에 혼자라는 느낌은 안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새벽에 광화문에 나와보면 을씨년스럽고 사람도 없어서 괜히 걷게 돼요. 혼자인 걸 느끼고 싶어서요. 


 물론 문재인이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더이상 아무도 없는 새벽의 광화문을 볼 때마다 일방적인 광기의 시절은 지나갔다고 생각해요. 내가 남들만큼 문재인을 욕하지 않는 이유는...먹고사는 문제, 경제적인 문제는 모두 나의 소관이라고 여기기 때문이겠죠. 그야 돈벌이가 잘 되면 운이 좋은 거지만 만약 돈벌이가 잘 안되는 시기가 있다면 그건 내 탓이다......정도로 생각하니까요.


 내가 뭐 쿨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나는 아무래도 혼자니까요. 사람들은 자신이 이 세상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 세상이 개인에게 가해지는 압력이라고 여기고 살아요. 아마 그래서 새벽 광화문에 사람이 있던 때는 택시를 타고 재빨리 빠져나갔고, 요즘처럼 사람이 없을 때는 괜히 어정어정 걸어보는 거겠죠. 어쨌든 광화문 술집에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사장이랑 둘이는 있어야 하고 택시를 타도 기사랑 둘이는 있어야 하니까요. 혼자인 기분을 느껴보려면 거리에 사람이 없을 때 최대한 걸어두는 게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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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금요일이네요. 불금이 아니라 그냥 금요일 말이죠. 주말에는 길거리에 사람이 많을테니까 안 나갈 계획이니...금요일에 길게 산책을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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