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사촌동생들과 그 친구들과 자리를 가졌습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의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인데 그리 자주는 못보네요. 말이 동생이지 거진 막내 조카뻘들이라서 그런것도 있구요.

밥이나 먹고 차나 한잔 하면서 사는 얘기나 좀 하려는데 왠걸 이 친구들이 저녁인데 소주나 한잔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래서 밥겸 술한잔 가볍게 하는 자리로 흘러갔네요. 이런 저런 근황 얘기나 하다가 술 이야기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나름 번화라고 쳐주는 모 대학가에서 산지 거의 10년이 다되가는지라 이 동네 돌아가는건 얼추 보이는데 확실히

해가 지날수록 이 곳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상권 대부분이 술집과 그에 과련한 오락, 유흥시설등인데

점점 오래못버티고 자주 바뀌거나 점포세 내놓은 가게들이 늘어가니까요.


이 얘기를 하니 그 친구들 왈 요즈은 확실히 이전 세대만큼 술을 먹지않는다더군요. 흡연율도 줄듯이 음주율도 줄었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 자체도 줄었지만 술자리라는 인간관계의 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거죠.

더 이상 술이 인간관계를 맺는데 별로 필요하지않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는겁니다.

즉, 술 자체를 즐기려면 혼술이나 같이 술좋아하는 친구들끼리가 편하다는거죠.


특히 술자리 하면 으레 따라오는 위계의 문화는 극심하게 혐오하더군요.

선배나 손윗사람이 마련한 술자리를 어지간하면 피하거나 분위기만 보고 예전처럼 술강권이나 꼰대질 이런거 했다간

아예 인간취급도 못받는다더군요. 아직 90년대 초반생들은 이전 세대에서 배운 그런 술문화가 남아있어서 가끔 이런 문제로 충돌이 일어나는데

그냥 무시하면 땡이랍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친구들은 이제 그런 위계에 편입한들 그거이 자신에게 이득이 안된다는걸 일찍 깨달은 모양이더군요.

학창시절부터 겪은 탈 권위적 문화에 (그래도 아직 좀 남아있긴하다네요. 지역이나 학교 마다 좀 다른듯) 익숙해서 그런가 봅니다.


또, 위아래 선후배를 떠나서 술마치고 취해서 헤롱거리거나 주사를 부린다거나하는 행동도 극혐에 이런 모습 잘못보였다간 아예 인간관계에서 배제되버린다네요.

술한잔 먹다보면 좀 망가질수도있지 이런 말도 그들에겐 구시대의 악습일뿐이더군요. 실제로 술강권하고 꼰대질하는 선배나 술먹고 주사부리는 동기들과는

아예 관계 자체를 끊어버린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 요주의 인물로 소문나서 모임이나 관계에서 아예 배제시켜버린다더군요.


단지 음주문화를 떠나 쓸데없는 위계질서 자체에 대한 거부도 심했습니다. 단톡방에서 선배나 윗 사람이 쓸데없이 꼰대질하거나 하면 순식간에 다 나가버리고

오프라인에서도 꼰대로 찍혀서 제대로된 사람 취급을 안해준다더군요.


이런 친구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당연히 사회의 음주문화도 바뀔테고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근처 단골집 사장님 말로 요새 몇몇 토킹바들이 장사가 아주 잘된다더구요. 알고보니 젊으 사람들은 거진 없고

대부분 4~50대 아재들뿐이랍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회식이 보통 1차에 끝나거나 젊은 사람들이 윗사람들과의 술자리를 피하니 중간직 이상의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소소하게 모여서 그런 가게에서 가게 직원들과 농담따먹기나하면서 논다더군요. 일종의 도태된 인간들의 안식처랄까?


마지막으로 사촌동생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술이란건 마시고싶으면 언제든지 편의점이나 가까운 선술집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다.

혼자 마셔도 되고 친구랑 가볍게 마셔도 된다. 근데 왜 우르르 몰려다니며 퍼먹고 과음하고 또 그것을 자랑으로 삼았었는지 이해가 안된다더군요.

부정적으로 본다기 보다는 그런 행동 자체를 이해못하겠다는 의아함이 더 커보였습니다. 


매일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듣는 요즘인데 이런 모습을 보면 사회가 아주 조금씩이나마 나은쪽으로 향해하고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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