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작이니까 이제 환갑이 된 영화네요. 60년 전이라니 그냥 사극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암튼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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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에 마틴 스콜세지 이름이 커다랗게 박혀 있는 건 사연이 있습니다.)



 - 촬영 중인 카메라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카메라는 길거리에서 호객 중인 성매매 여성을 따라가고, 무언의 동의 과정을 거친 후 그 여성의 방까지 따라가요. 잠시 후 그 여성의 얼굴은 공포에 질리고... 네. 카메라를 든 남자는 연쇄 살인마입니다. 그것도 자신의 살해 현장을 카메라로 촬영하며 공포에 질린 상대방의 반응을 촬영해서 수집하는 상변태 살인마인 거죠. 무려 1960년에 이런 설정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게 좀 놀라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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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첫 번째 희생자)


 그리고 영화는 대수롭지 않게 살인범의 정체를 보여줍니다.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구요. 자기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세를 주는 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영화 촬영장의 스탭으로 일 하고 있네요. 부업으로 동네 사진관 사장과 어쩌고 저쩌고 해서 여성 모델들의 야한 사진을 찍는 일도 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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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괴상한 장면을 골라 버렸습니다만. 평소에는 멀쩡하게 생긴 것 맞습니다. 이건 영화 속에서도 섬뜩하게 나오는 장면이고... ㅋㅋ)


 암튼 이 살인자 청년이 주인공입니다. 자꾸 말 하지만 60년 전 영화인데 말이죠. ㅋㅋ 그리고 영화는 이 청년의 살인 행각과 아랫집 세 들어 사는 처녀와의 로맨스(!), 그리고 이 청년이 이 모양 이 꼴이 되도록 만든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며 전개됩니다.



 -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스릴러 무비로서 낡은 느낌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뭐 배경이 워낙 옛날이다 보니 사회상 측면 & 배우들이 연기 톤에서 느껴지는 옛날 느낌은 있어도 이야기 구조나 전개는 요즘 기준으로 봐도 매끈하구요. 특히 소재 부분에 있어서는 낡았다는 기분이 거의 들지 않아요. 사실 어찌보면 오히려 21세기에 더 어울리는 이야기 아닙니까. 모두가 당연한 듯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내키는대로 아무 거나 촬영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물론 21세기엔 이런 소재가 너무 흔해빠져서 별 감흥이 없겠지만, 60년전에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낸 건 참 대단하다고 밖엔.


 영화의 핵심인 주인공의 캐릭터도 꽤 괜찮아요. 애초에 근본적으로 글러 먹은 싸이코 변태이지만 자신의 그 '충동'이 발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냥 예의바르고 수줍은 동네 청년... 이라는 설정인데 그 양면성이 제법 그럴싸하게 표현됩니다. 그래서 보다보면 더 긴장되는 장면들이 있어요. 본의 아니게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을 때 저질러 버릴까 말까 번뇌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꽤 진심으로 보여서 스릴을 만들어 내죠. 그러니까 말하자면 주인공이 괴물은 괴물인데 나름 설득력 있게 표현되는 괴물인 겁니다.



 -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잔혹한 고어 씬이나 여성의 신체 노출 씬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그거야 요즘 영화라고 해도 감독 스타일따라 가는 것이니 낡은 부분이라 할 순 없는 것이고 단점은 더더욱 아니죠. 게다가 그런 거 없이도 주인공이 하는 짓은 충분히 불쾌하게 잘(?) 표현됩니다. ㅋㅋㅋ



 - 암튼 그래서 재밌습니다.

 스콜세지를 비롯해서 지금 이 영화를 칭찬하는 대부분의 평자들이 '영화 만들기, 특히 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에 대한 영화' 와 같은 류의 진지하고 분석적이며 똑똑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고 그럽니다만. 저같은 아무 생각 없는 관람자에게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구요. ㅋㅋ 

 그냥 재밌어요. 21세기 기준으로 봐도 충분히 불쾌하면서 또 그럴싸한 사이코가 등장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느슨하거나 지루할 틈 없이 잘 흘러가구요. 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간의 드라마도 꽤 탄탄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 아니겠습니까.

 스릴러 장르 좋아하는 분들은 한 번 시간 내서 보실만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60년 전부터 이런 훌륭한 변태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구요!




 + 제목에 적은 얘기는 그냥 드립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나름 촉망받는 감독이었던 마이클 파웰이란 양반이 이 영화 만들고 나서 쏟아지는 평단의 혹평과 관객들의 도덕적 비난 세례에 버티지 못 하고 사실상 감독 커리어를 마감하다시피 하셨다고. 극장 상영도 광속으로 중단 되었고 해외에 그나마 팔려 나갈 땐 엄청난 가위질을 당했다네요. 감독 양반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 이후에도 연출작이 없는 건 아닌데, 본인 의지대로 찍은 영화들은 아니었나 봐요.

 그리고 그렇게 묻혀 버려서 원본 필름조차 어딘가에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 가물가물해진 영화를 나중에 발굴해서 찬양하며 다시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복원에까지 나선 사람이 마틴 스콜세지이고, 그래서 저 첫 이미지에 그 분 이름이 박혀 있습니다. 그 양반 친구들도 이 영활 그렇게 좋아했다는데 그 친구들이란 바로 코폴라와 스필버그... ㅋㅋ

 

 ++ 생각해보면 좀 어색하며 불쾌할 수 있는 부분 하나. 이 영화의 주인공님께서는 여성만 죽입니다. 이 양반이 사이코가 된 과정이나 본인이 직접 밝히는 활동 목적 같은 걸 돌이켜보면 굳이 여성에 집착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흠. 


 +++ 여기서 주인공이 대차게 입고 다니는 코트 때문에 자꾸 웃겼습니다. 그게 거의 20여년 전에 유행했던 '떡볶이 코트' 인데요. 그게 사실 60년대 영국에도 존재했다는 게 그냥 웃겨서요. 그때 워낙 유행을 해서 그 코트 생김새는 국산이어야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 일본 사람들도 포스터 이미지 만드는 센스가 참 일본적이면서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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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대충 '피를 먹는 카메라' 정도 되는 건가요? 음. 나름 그럴싸합니다. '저주의 카메라'보단 내용과도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도대체 '저주'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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