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피에르 멜빌의 1970년작 범죄 스릴러 영화입니다. 탑골 회원 분들은 어렸을 때 티비로 대부분 보셨을. ㅋㅋ 스포일러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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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전 이 포스터가 좀 웃긴다고 생각합니다. 머리 셋이 둥둥 떠 있는 것도 그렇고 특히 가운데 알랭 들롱 아저씨는 그냥 표정 자체가 코믹해 보여요 ㅋㅋ)



 - 알랭 들롱은 시작과 함께 교도소에서 출소합니다. 뭔 죄를 지었는진 모르겠지만 5년이나 있었나봐요. 그런데 출소 전날 밤에 간수가 다가와서 '널 눈여겨 봐 뒀다'며 새로운 한 탕을 제안하네요. 세상 참... 그리고 또 뭔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없는 좀 짐승 같은 사내가 경찰에게 체포되어 기차로 호송되다가 나름 손재주를 부려서 탈주해요. 죄수를 놓친 경찰 아저씨는 직급도 좀 되고 경력도 훌륭한 분 같은데... 어쨌거나 본인 부주의로 죄수를 놓쳐 놓고 이상하게 담담하고 당당하시네요. 출소한 들롱씨는 예전 보스였던 것 같은 사람을 찾아가서 땡깡 부리고 쫓기는 몸이 되고, 죄수 아저씨는 간신히 도망쳐서 들롱씨를 만나구요. 아까 그 당당한 경찰 아저씨와 들롱씨네 전 보스가 이들을 쫓는 가운데 이들은 의기투합해서 '마지막으로 크게 한 탕'을 이루기 위해 전직 경찰 이브 몽땅씨를 섭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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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여서 나쁜 짓을 할 때도 정장에 넥타이는 기본이죠. 그것이 프렌치 간지!)



 - 영화의 런닝 타임이 두 시간을 넘어요. 대략 두 시간 이십분이었던가 그랬구요. 이야기 진행도 참 느긋합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대충 넘어갈 부분들을 아주 디테일하게 보여주며 진행을 하죠. 거기에 덧붙여서 영화의 분위기가 시종일관 아주아주 덤덤합니다. 물론 그 덤덤함은 꿈도 희망도 안 보이는 우울한 덤덤함이구요. 이놈에 쎄쌍에 해피 엔딩 같은 게 있겠어?? 라는 듯한 분위기로 두 시간 남짓되는 시간을 차분하게 흘러가요. 취향에 따라 좀 지루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사람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요.



 - 느릿... 하게 흘러간다고 했지만 사실 시종일관 사건이 벌어지고 이야기는 멈춤 없이 흘러갑니다. '흥분하지 말 지어다'를 가훈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마냥 내내 차분하기 그지 없어서 그렇지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면 절대 심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긴 하다'는 생각이 끊임 없이 드는 건 이 영화가 주인공들을 다루는 태도 때문입니다. 뭐랄까... 어떤 상황이 닥칠 때마다 이 사람들이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되게 디테일하게, 꼼꼼하게 보여줘요. 그런데 그 대처들이 대체로 아주 간지가 나면서도 설득력 있게 유능해 보이기 때문에 보다 보면 어느샌가 이들을 '존중 받을 자격이 있는 전문가' 로 받아들이게 되죠. 그리고 그 절정에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이자 훗날 전설의 레전드가 된 보석상 도둑질 장면이 위치하구요.


 그 보석상 장면을 보면 참 기가 막힙니다. 일단 보석상에 침입하고 또 그 철저한 경비 장치를 뚫어내는 아이디어 자체가 기발하면서 폼 나구요.

 또 방금 위에서 말했듯이, 그 과정을 진짜 세밀하게 보여줘요. 3인조가 두 팀으로 나눠서 잠입하고, 경비를 무력화하고, 경보 장치를 끄고, 보석을 털고, 거기에서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이들의 움직임과 행동 하나하나를 정말 거의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보여주는 느낌. 목소리만 큰 멍청이가 한 놈 끼어 있어서 뻘짓 하는 바람에 위기에 처한다든가, 어쩌다 치명적인 실수를 한다든가 그딴 전개 없습니다. 셋 다 진정한 프로페셔널들이고 정말 프로다운 행동만 하며 그래서 그렇게 쓸 데 없을 정도로 자세히 이들의 모습을 보여줘도 그게 다 간지 철철 나는 퍼포먼스가 되죠.


 물론 주인공들을 뒤쫓는 형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도 없이 집에서 고양이 세 마리를 자식들 삼아 살며 자신의 업무에만 최선을 다 하는 성실남인 동시에 경력과 연륜에서 우러나온 통찰력의 소유자이지요. 이 양반이 차근차근 수사해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주인공들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기대 같은 건 가질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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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님도 참 폼나십니다.)



 - 그리고 이 영화의 정말 중요한 특징은 뭐냐면... 시작부터 끝까지 정말로 '간지'가 납니다. ㅋㅋㅋ 범죄자도 경찰도, 그 사이에 끼인 사람들도 모두 간지가 나고 이들의 옷차림도 간지가 나고 사용하는 총도 몰고 다니는 총도 간지가 나며 심지어 보석 넣고 도망가는 가방 조차도 간지가 철철. 10대 시절에 우연히 봤다가 이걸 인생 영화로 모시게 된 사람들이 온세상에 아주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네요.


 배우들을 말하자면 역시 일단은 알랭 들롱.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그냥 생긴 게 연기라서요. 냉정하고 머리 잘 굴리지만 뭔가 위험한 밑바닥 인생 느낌이 그냥 모락모락 피어오르구요. 이브 몽땅 캐릭터도 멋졌습니다. 아마 이 분이 막판에 살짝 보여주는 모습을 200배로 증폭하고 캡사이신을 좀 친 것이 홍콩 느와르 속 히어로들 아니었나 싶었네요.


 음. 말 꺼낸 김에 덧붙이자면 분명히 홍콩 느와르 속 그 끈끈한 유대감... 과 비슷한 것이 얼핏 비치긴 합니다. 프랑스제는 마냥 건조하고 삭막했는데 홍콩 사람들이 그런 걸 창조해낸 건 아니더라구요. 알랭 들롱이 탈주 중인 동료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짧지만 분명하게 둘의 동료 의식, 동지애 같은 게 드러나구요. 위에서 말했듯 후에 합류하는 이브 몽땅 캐릭터 역시 큰 이유 없이 동료들을 위해 위험에 뛰어드는 게 나와요. 여러모로 (특히 오우삼표) 홍콩 느와르의 조상격 영화인 건 분명하지 않나 싶습니다. ㅋㅋ



 - 어떻게 보면 하나의 '원형'과도 같은 이야기라서 더 길게 할 말이 없습니다.

 어차피 파멸 밖엔 선택할 길이 없는 상황 속에서 자기들 선택대로 본인들 능력을 발휘해 덤덤하게 최선을 다 하는 프로 범죄자들의 이야기에요.

 당연히 차림새부터 성격, 능력, 외모까지 간지가 철철 넘치는 가운데 또 그걸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는 게 더더욱 간지구요. 또 덤덤하기 그지 없는 영화의 톤 답게 전혀 장렬하지 못 한 마무리를 맞게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게 더 간지가 나는... 뭐 그런 영화입니다.

 자기 일 참 잘 하는 전문가들만 나오는 범죄 영화가 보고 싶은 분들, 시종일관 차분하면서 오버스럽지 않게 폼 잡는 범죄자들 구경하고픈 분들이라면 꼭 보세요. 이거 말고도 그런 영화는 적지 않지만 그래도 그 원조는 한 번 확인해 보셔야죠. ㅋㅋ




 + 주인공들이 누구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담배를 피워대는데... 바로 직전에 봤던 '암전' 시리즈와 너무 비교되더군요. 무슨 얘기냐면, '암전'에는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담배와 담배 연기들에 블러를 해 놓았습니다. 장난합니까????


 ++ 보석상 터는 장면이 워낙 히트여서 이후에 이런저런 영화들이 많이 따라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일본 만화 '시티 헌터'입니다. 영화 속 결정적 트릭을 주인공 사에바 료가 권총 하나로 따라하죠. 아이템빨 자랑하면서... ㅋㅋㅋㅋ


 +++ 호기심에 찾아보니 도둑 3인방 + 경찰, 이렇게 네 명 중에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사람은 알랭 들롱 뿐이네요. 역시 나쁜 놈이 오래 삽니... (쿨럭;)


 ++++ 원제는 '붉은 동그라미'. 뭔 뜻인지는 영화 시작 부분에서 그림과 자막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근데 그 부분에서 완전히 아무 소리도 안 나는 침묵 상태라 전 제 스피커가 고장난 줄 알고... =ㅅ=


 +++++ 아무튼 잘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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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이 평범한 정도만 되었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또 어찌 생각해보면 이 양반의 조각 같은 얼굴에 도사리고 있는 그 왠지 모르게 위험한 분위기는 평범한 성격에선 우러나오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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